노후까지 설계한 런던 리노베이션 주택, Danish Mews House

런던 리노베이션 주택 가운데 ‘나이 듦’을 이만큼 진지하게 설계에 넣은 집은 흔치 않다. Danish Mews House는 하이드파크 북쪽 랭커스터 게이트(Lancaster Gate)의 조용한 뮤즈 골목에 있는 벽돌 건물로, 원래는 조지안 시대 저택들이 마차를 넣어 두던 차고였다. 덴마크 출신 집주인은 이 건물을 35년 넘게 의류 회사의 작업장 겸 쇼룸으로 써 왔다. 그리고 이제, 부부가 함께 나이 들어 갈 진짜 집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설계는 런던에서 주택 작업을 꾸준히 이어 온 Neil Dusheiko(닐 두셰이코)가 맡았다. 과제는 두 가지였다. 이웃 호텔과 교회에 가려 늘 어둑했던 집에 빛을 끌어들일 것, 그리고 계단이 버거워지는 날이 와도 이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할 것. 집 이름의 ‘Danish’는 집주인의 뿌리를 따라 덴마크 가구와 마감재로 실내를 채운 데서 붙은 별명이다. 2022년 Dezeen Awards 주거 인테리어 부문 롱리스트에도 올랐다.

해질녘 불이 켜진 런던 리노베이션 주택 Danish Mews House의 화이트 벽돌 파사드와 도머 지붕
© Ståle Eriksen

하이드파크 뒤 골목, 마차 차고였던 런던 주택

뮤즈(mews)는 런던 특유의 골목 주거다. 큰 저택들이 대로변을 차지하던 시절, 그 뒤편 좁은 골목에는 말과 마차를 두는 마구간과 차고가 줄지어 섰다. 자동차 시대가 오면서 쓸모를 잃은 이 건물들이 하나둘 집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런던 사람들이 꽤 선망하는 주거 유형이 됐다. Danish Mews House는 막다른 골목 모퉁이에 서 있다. 원래는 뒤편 조지안 저택들의 마차 차고였고, 이후 오랫동안 옷을 만들고 보여 주고 쌓아 두는 상업 공간으로 쓰였다.

일하던 건물이 사는 건물로 돌아오는 이야기는 앞서 소개한 〈공장 개조 주택에 원형 수영장을 넣었다, Weeties Warehouse〉에서도 봤다. 다만 이 집의 반전은 용도 변경 자체보다 ‘누구의, 몇 년 뒤를 위해 고쳤느냐’에 있다. 건축주는 젊은 가족이 아니라 노부부다. 그래서 이 리노베이션은 예쁜 집을 만드는 일인 동시에, 앞으로 달라질 몸을 미리 받아 줄 집을 만드는 일이었다.

현관문 너머로 목재 계단이 보이는 Danish Mews House 출입구 야경
© Ståle Eriksen, Rachael Smith

보존지구라 겉은 그대로, 승부는 안에서

건물은 베이스워터 보존지구(Bayswater Conservation Area) 안에 있다. 외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바깥은 화이트로 칠한 벽돌과 슬레이트 지붕, 오르내리창이 만드는 조지안풍 얼굴을 그대로 두고 손질만 했다. 현관문을 열면 그제야 따뜻한 목재 계단이 얼굴을 내민다.

진짜 문제는 안쪽 조건이었다. 한쪽 벽은 호텔과, 다른 쪽 벽은 이웃 주택과 맞붙어 있다. 뒤편 정원은 교회 쪽으로 비탈져 올라가서 바깥 땅이 집보다 높다. 빛이 들어올 수 있는 면은 골목을 향한 정면 하나뿐인데, 그마저 주변의 더 높은 건물 그림자에 덮였다. 사생활을 지키느라 2층 창은 높게 달려 있었고, 다락에는 작은 도머 창 하나가 전부였다. 해가 들지 않는 좁은 집, 이게 출발점이었다.

슬레이트 바닥과 더글러스퍼 벽장이 이어지는 Danish Mews House 1층 복도
© Rachael Smith

노후 대비 리노베이션, 1층에 ‘나중의 침실’을 만들었다

이 집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사진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다. 1층은 차고 한 칸과 함께 게스트룸, 작은 간이 주방, 샤워실을 한 구역으로 묶었다. 지금은 손님방이다. 하지만 언젠가 부부가 계단을 오르기 어려워지면, 이 구역이 그대로 부부의 침실이 된다. 현관 쪽에는 엘리베이터도 넣어 위층까지 계단 없이 오갈 수 있게 했다.

살던 집에서 끝까지 사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를 공사 단계에서 미리 깔아 둔 셈이다. 노후 주거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는 대개 실버타운이나 집 줄이기부터 떠올린다. 이 집은 질문의 방향을 바꾼다. 지금 집을 고칠 때 나중의 몸까지 같이 설계해 두면 되지 않느냐고. 엘리베이터 자리와 1층 침실 하나는 리노베이션 때 넣으면 공사 범위 안에서 해결되지만, 다 지은 뒤에 끼워 넣으려면 구조를 다시 뜯어야 한다. 노후 대비가 ‘나중 일’이 아니라 ‘공사할 때 일’인 이유다.

더글러스퍼로 감싼 Danish Mews House 중앙 계단
© Rachael Smith

집 한가운데 더글러스퍼 계단을 세웠다

설계팀의 첫 수는 계단이었다. 집 한가운데에 계단 코어를 새로 세우고, 모든 층의 방을 이 계단을 축으로 갈라 배치했다. 1층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한쪽이 차고, 다른 쪽이 게스트룸 구역이다. 2층은 주방·다이닝과 거실이, 3층은 안방과 작은 침실이 계단 양옆으로 나뉜다.

계단 벽과 옆판은 결이 굵게 드러나는 더글러스퍼로 감쌌고, 맞춤 제작한 원목 손잡이가 벽을 따라 부드럽게 휘어 오른다. 같은 건축가가 계단 위치를 옮겨 빛과 동선을 한꺼번에 풀었던 〈계단 하나 옮겼을 뿐인데 집이 넓어졌다, 런던 Stocke Home〉을 떠올리면 패턴이 보인다. 이 사무소에게 계단은 층을 잇는 통로이면서 집 전체의 척추다. 척추가 바로 서면 방은 그 양옆에 자연스럽게 붙는다.

계단실 꼭대기 천창에서 빛이 쏟아지는 Danish Mews House
© Rachael Smith

천창 하나로 세 개 층에 채광을 내린다

계단 꼭대기에는 천창을 새로 뚫었다. 사방이 막힌 집에서 하늘로 열 수 있는 면은 지붕뿐이었으니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다. 천창으로 들어온 빛은 화이트로 칠한 계단실 벽을 타고 반사되며 3층에서 2층, 다시 1층까지 내려간다.

위에서 빛이 떨어지는 계단실은 하루 종일 표정이 바뀐다. 해가 좋은 날엔 벽면에 사선 그림자가 걸리고, 흐린 날엔 계단실 전체가 은은한 라이트박스처럼 밝아진다. 창을 더 낼 수 없는 런던 리노베이션 주택에서 천창은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다. 이 집은 그 천창을 계단과 정확히 겹쳐 놓아, 빛 한 줄기를 세 개 층이 나눠 쓰게 했다.

격자 유리벽 너머 계단에 앉은 집주인이 보이는 Danish Mews House 2층 다이닝
© Ståle Eriksen

격자 유리벽이 계단의 빛을 다이닝으로 넘긴다

계단실에 내려온 빛을 계단에만 가둬 두면 아깝다. 그래서 2층 계단참 쪽 벽을 블랙 프레임 격자 유리벽으로 바꿨다. 천창의 빛이 이 유리벽을 통과해 다이닝과 주방 깊숙이 들어온다. 유리벽 아래에는 더글러스퍼로 짠 붙박이 벤치를 두고 그레이 쿠션을 얹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과 식탁에 앉은 사람이 유리 너머로 서로를 본다. 벽을 허물지 않고도 공간이 이어져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둘이 사는 집에서 이 ‘보이는 연결’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다른 층에 있어도 서로의 기척이 느껴지고, 혹시 누가 계단에서 휘청해도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오트밀 컬러 주방과 화이트 펜던트 조명이 있는 Danish Mews House 다이닝
© Rachael Smith

오트밀 컬러 주방, 조명은 높이를 나눠 건다

2층은 주방·다이닝과 거실이 한 층을 통째로 쓴다. 두 공간은 상황에 따라 이어 쓰거나 나눠 쓸 수 있다. 주방은 영국 주방 가구 브랜드 Martin Moore가 손으로 짠 오트밀 컬러 캐비닛으로 채웠다. 화이트도 베이지도 아닌 이 애매한 톤이 밝은 원목 바닥과 원목 식탁 사이에서 튀지 않고 녹아든다.

조명을 보면 이 집이 빛을 얼마나 꼼꼼하게 다뤘는지 드러난다. 식탁과 아일랜드 위에는 브라스 테를 두른 화이트 돔 펜던트가 낮게 걸려 손 닿는 높이에 빛을 모으고, 상부 선반 아래에는 라인 조명을 숨겨 조리대를 따로 비춘다. 실내 곳곳에는 Louis Poulsen, Flos, Astro Lighting 조명이 쓰였다. 낮에는 유리벽 너머 천창 빛이 전반 조명 노릇을 하고, 밤에는 펜던트와 라인 조명이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다.

이 구성이 좋은 이유는 빛의 높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천장 등 하나로 방 전체를 밝히면 그림자가 납작해지고 공간이 사무실처럼 읽힌다. 반대로 펜던트를 낮게 내리면 빛이 식탁 반경에 고여 대화하는 자리가 생긴다. 우리 집에 옮겨 온다면 순서는 간단하다. 식탁 펜던트를 상판에서 60~80cm 높이로 내리고, 상부장 아래에 2700~3000K 웜톤 LED 바를 붙이고, 천장 조명에는 디머를 단다. 이 세 가지만 바꿔도 저녁 주방의 공기가 확 달라진다.

그린 책장과 원형 식탁이 놓인 Danish Mews House 창가 다이닝
© Rachael Smith

덴마크 가구로 채운 휘게, 리노베이션의 온도

창가 쪽 다이닝에는 원형 식탁과 의자, 다크 그린 책장이 놓였다. 부부는 가구와 마감을 고르는 데 직접 참여했고, Montana 수납, Carl Hansen 가구, Hans J. Wegner(한스 베그너)의 가구 같은 덴마크 디자인을 골라 들였다. 바닥은 덴마크 원목 마루 브랜드 Dinesen의 넓고 긴 판재로 깔았다.

북유럽 사람들이 말하는 휘게(hygge)는 흔히 ‘아늑함’으로 옮겨지지만, 이 집에서 보면 촉감에 가깝다. 손이 닿는 곳마다 나무이고, 그 나무가 전부 결을 드러낸 채 남아 있다. 물건도 많지 않다. 책장 하나, 액자 하나, 화분 몇 개면 충분하다는 듯 비워 둔 벽이 오히려 가구 하나하나를 또렷하게 보이게 한다. 옷을 쌓아 두던 상업 공간이 이 정도로 따뜻해졌다는 것, 이 런던 리노베이션 주택의 가장 큰 볼거리는 결국 그 온도 차다.

블랙 프레임 유리문 너머 테라스로 이어지는 Danish Mews House 침실
© Rachael Smith

도머 여섯 개가 다락을 침실층으로 바꿨다

3층은 원래 작은 다락이었다. 설계팀은 지붕에 도머 창 여섯 개를 새로 내 이 층을 두 개의 침실로 바꿨다. 안방과 작은 침실은 계단을 사이에 두고 갈라지고, 두 방 모두 전용 욕실을 하나씩 갖는다. 새 도머 덕에 침실에서 골목 풍경도 내다볼 수 있게 됐다.

천장에는 더글러스퍼 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눈여겨볼 건 보와 벽이 만나는 가장자리를 따라 숨겨 넣은 라인 조명이다. 광원은 보이지 않고 천장 면만 은은하게 밝아진다. 빛을 천장에 한 번 튕겨 내는 간접 조명이라 누웠을 때 눈부심이 없고, 낮은 다락 천장이 실제보다 높아 보이는 효과까지 있다. 침실이라면 이런 웜톤 간접 조명 한 줄이 천장 한가운데 박은 밝은 등 하나보다 훨씬 쓸모 있다.

플로럴 벽지와 더글러스퍼 벽이 만나는 Danish Mews House 안방
© Rachael Smith

나무 방에 플로럴 벽지 한 면, 과감한 한 수

안방은 벽 대부분을 더글러스퍼로 감쌌다. 그런데 침대 머리 쪽 벽 한 면만 네이비 바탕에 머스터드·올리브 잎이 얽힌 클래식한 플로럴 벽지로 마감했다. 나무로만 둘러싼 방은 자칫 사우나나 산장처럼 단조로워지기 쉬운데, 이 벽지 한 면이 방에 영국 시골집 같은 기억을 끌어온다. 브라스 침대 프레임과 벽등도 그 분위기를 거든다.

덴마크식 절제와 영국식 장식 취향이 한 방에서 부딪히는 장면이랄까. 따라 해 보고 싶다면 원칙은 두 가지다. 패턴은 한 면에만 쓰고, 나머지 마감은 패턴 속 색 하나와 톤을 맞춘다. 이 방은 벽지의 머스터드 계열이 더글러스퍼 결과 이어져 있어서 꽤 과감한 패턴인데도 어수선하지 않다. 반대로 패턴과 무관한 차가운 그레이 가구를 들였다면 벽지만 둥 떠 보였을 것이다.

더글러스퍼 루버로 둘러싼 Danish Mews House 침실 테라스
© Ståle Eriksen

침실 옆에 붙인 작은 선 테라스

안방 한쪽 벽은 블랙 메탈 프레임의 유리 슬라이딩 도어다. 문을 밀면 더글러스퍼 루버로 둘러싼 작은 선 테라스가 나온다. 화이트 벽돌로 쌓은 붙박이 플랜터에 식물을 심고, 접이식 디렉터스 체어 두 개를 놓았다. 사방이 둘러싸여 이웃 시선은 가리고, 하늘만 열어 둔 구성이다.

마당이 없는 뮤즈 하우스에서 이 작은 테라스는 면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나이가 들수록 외출은 줄어도 바깥 공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침실 문 하나만 열면 닿는 야외는 그 간극을 가장 짧은 동선으로 메운다. 아침에 커튼 대신 유리문을 밀어 여는 습관 하나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사람의 하루 리듬을 꽤 많이 바꿔 놓는다.

천창 아래 매립 욕조를 둔 Danish Mews House 욕실
© Ståle Eriksen

천창 아래 욕조까지, 빛으로 마무리한 욕실

욕실도 빛에서 출발한다. 위층 욕실은 천장에 천창을 내고 그 바로 아래에 Duravit 매립 욕조를 앉혔다. 욕조에 몸을 담그면 머리 위로 하늘이 보인다. 벽은 크림 컬러 타일로, 천장 일부는 더글러스퍼 루버로 마감해 거실과 침실의 재료가 욕실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진다.

1층 게스트 욕실에는 Duravit의 ME by Starck 세면대와 L-Cube 하부장, 벽걸이 변기를 짝지었다. 벽걸이 변기는 바닥 청소가 쉽고 설치할 때 높이를 몸에 맞춰 정할 수 있어 고령자 욕실에 자주 권하는 방식이다. 언젠가 부부의 방이 될 1층 욕실에 이런 선택이 들어간 건 우연이 아니다. 어둡던 쇼룸은 천창 몇 개와 계단 하나로 밝아졌고, 그 밝아진 집은 처음부터 부부가 오래 머물 수 있는 크기와 동선으로 짜여 있다.

ArchitectsNeil Dusheiko Architects
PhotosStåle Eriksen, Rachael Smith
ContractorABC Limited
Category주택 리노베이션
Country영국
Materials더글러스퍼, Dinesen 원목 마루, 화이트 페인트 벽돌, 블랙 메탈 프레임 유리, 크림 컬러 세라믹 타일
Location런던 랭커스터 게이트(Lancaster Gate)
Area180m²
Year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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