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족이 합친 레드 박공지붕 런던 협소주택, Twin House

지붕 두 개가 어깨를 맞대고 서 있다. 런던 해크니(Hackney)의 빅토리안 테라스 하우스 골목, 차고 두 칸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런던 협소주택 Twin House다. 벽도 지붕도 온통 레드라 골목 어귀에서부터 눈에 걸린다. 그런데 이 집의 진짜 이야깃거리는 색이 아니다. 지붕이 왜 하필 두 개냐는 데 있다.

설계자는 이 집에 사는 사람이다. Graeme Williamson Architects를 이끄는 건축가 Graeme Williamson이 파트너 Melanie Mues와 함께 살려고 지었다. 두 사람은 각자 먼저 반려자를 떠나보낸 뒤 만나 10대 두 딸과 함께 새 가족을 꾸렸다. 영어권에서 블렌디드 패밀리(blended family)라고 부르는, 서로 다른 두 집안이 합쳐진 가족이다. 나란히 선 두 개의 박공은 그 두 집안이 한 지붕 아래로 들어오는 장면을 그대로 집의 얼굴로 삼은 결과다.

레드 시멘트보드로 감싼 두 개의 박공지붕이 나란히 선 Twin House 정면
© Leon Chew

차고 두 칸 땅에 박공지붕 두 개를 세웠다

대지는 원래 차고 두 칸이 나란히 붙어 있던 자투리 땅이다. 주변에 마당 한 뼘 없이 딱 차고 크기였는데도 땅값만 27만 5,000파운드가 들었다. 런던 집값을 생각하면 놀랄 숫자는 아니지만, 이 손바닥만 한 땅에 네 식구의 생활을 전부 밀어 넣어야 한다는 계산은 만만치 않았다.

건축가가 꺼낸 답은 ‘집 모양’ 두 개였다. 아이가 크레용으로 그리는 집처럼 삼각 지붕을 얹은 매스 두 개를 나란히 붙여, 한 채이면서도 두 채처럼 보이게 했다. 설계자는 이 집을 “요즘 가족 구조를 위한 실험”이라고 부른다. 방의 위계나 ‘집이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방식부터 다시 따져 보며 흔들어 보겠다는 뜻이다.

빅토리안 테라스 하우스 사이에 들어선 Twin House 측면 외관
© Leon Chew

반 박자 어긋나게 붙인 쌍둥이 박공

두 매스는 닮았지만 똑같이 서 있지는 않다. 한쪽은 조금 더 높고, 한쪽은 조금 뒤로 물러나 있다. 그래서 비스듬히 보면 지붕선이 계단처럼 엇갈린다. 설계자는 누구나 알아보는 집의 윤곽 두 개를 살짝 비켜 놓아 그 사이에 “장난스러운 긴장”을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완벽한 대칭이었다면 ‘쌍둥이’라는 이름은 그저 복사본으로 읽혔을 것이다. 반 박자 어긋난 덕에 두 매스는 각자의 성격을 지닌 채 함께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재혼 가정, 성인 자녀와 다시 합치는 집, 친구끼리 사는 집처럼 가족의 모양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요즘, 이 어긋남은 꽤 정직한 은유랄까.

두 가족이 지붕을 나눠 쓰는 집이라는 출발점은 앞서 소개한 〈수녀 모자 닮은 지붕이 통째로 뒤덮은 별장, La Cornette〉와도 닮았다. 다만 La Cornette가 큰 지붕 하나로 두 가족을 덮었다면, Twin House는 지붕을 아예 둘로 나눠 ‘합쳐진 두 집안’이라는 사연을 형태로 드러냈다.

화분으로 길과 거리를 둔 Twin House 현관 진입부와 레드 외장 보드
© Leon Chew

레드 시멘트보드를 지붕까지 한 벌로 입혔다

외장재는 목재 섬유를 많이 섞은 시멘트보드다. 공급사 목록에는 시멘트와 목재 칩을 압축해 만드는 보드 Viroc이 올라 있다. 설계팀은 탄소 배출이 적은 재료라는 점을 보고 골랐다고 설명한다. 벽과 지붕을 같은 보드로 덮었기 때문에 처마와 벽의 경계가 흐려지고, 집 전체가 레드 덩어리 하나로 읽힌다.

길에서 보면 매스가 계단처럼 물러난 자리에 작은 현관 패티오가 생겼다. 그 앞을 화분이 막아 서서 길과 현관 사이에 완충 지대를 만든다. 담장을 세우지 않고 화분 몇 개로 경계를 긋는 방식이라 골목에 위압감을 주지 않는다.

한 가지는 짚어 둘 만하다. 시멘트계 보드는 세월이 지나면 표면 톤이 조금씩 바래고 얼룩이 생긴다. 페인트처럼 다시 칠해 새것으로 되돌리는 재료가 아니니, 몇 년 뒤 이 레드가 어떤 톤으로 변하든 그것까지 집의 나이로 받아들일 각오가 필요하다.

전면 유리창이 정원을 향한 Twin House 후면 외관
© Leon Chew

땅을 4m 파 내려간 런던 협소주택의 12개월

좁은 땅에서 방을 늘리는 방법은 둘뿐이다.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파거나. Twin House는 둘 다 했다. 지하층을 만들려고 빽빽한 도심 한복판 좁은 땅을 4m 깊이로 파 내려갔고, 땅 위는 목구조 프레임으로 올렸다.

공사 기간은 12개월로 잡았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자재비가 치솟자 지하 공사를 맡은 시공사가 손을 뗐고, 같은 시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뛰면서 예산이 빠르게 바닥을 드러냈다. 완공을 코앞에 두고는 지하에서 또 한 번 문제가 터져 입주 일정이 흔들렸다. 지하층은 협소주택이 면적을 버는 가장 확실한 카드지만, 동시에 가장 비싸고 변수가 많은 카드라는 걸 이 집이 몸으로 보여준 셈이다.

고생 끝에 얻은 뒷모습은 시원하다. 정원을 향한 후면에는 1층과 2층 모두 바닥부터 천장까지 유리창을 내, 좁은 정원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런던 자투리 땅을 어떻게 집으로 바꾸는지 궁금하다면 〈런던 석탄창고 자리에 샤워실을 넣은 집, The Signal House〉도 함께 볼 만하다.

레드와 그레이 패턴 타일을 깐 Twin House 1층 홀과 계단
© Leon Chew

바닥에 깐 ‘그래픽 카펫’, 커스텀 시멘트 타일

현관을 열면 1층 바닥이 먼저 말을 건다. 레드와 그레이, 화이트 삼각형이 흩어진 시멘트 타일이다. 설계팀은 이 바닥을 ‘그래픽 카펫’이라고 부른다. 패턴은 그래픽 디자이너인 Melanie Mues가 직접 그렸고,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주문 제작하는 방식으로 계획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이 아니라 조각조각 깨진 듯한 패턴이라는 점이 포인트다. 시선이 한곳에 고이지 않고 바닥 위를 계속 돌아다니니, 좁은 홀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러그 한 장 깔기도 애매한 협소주택의 홀에서는 바닥 자체를 러그로 만들어 버리는 편이 낫다.

국내 집에 응용한다면 현관이나 욕실처럼 면적이 작은 곳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패턴 타일은 면적이 좁을수록 시공비 부담이 적고, 실패해도 다시 깔기 쉽다. 벽은 화이트로 비우고 바닥 패턴 색 중 하나를 문틀이나 손잡이에 한 번 더 받아 주면 산만하지 않게 정리된다.

책장으로 둘러싼 Twin House 1층 침실과 패턴 타일 바닥
© Leon Chew

침실은 아래로, 위층은 거실에 내준 거꾸로 평면

이 집은 위아래가 뒤집혀 있다. 설계자 스스로 “업사이드 다운”이라 부르는 배치다. 침실과 욕실은 1층과 지하층에 두고, 거실·주방·다이닝·작업 공간은 2층으로 올렸다. 두 딸의 방은 새로 판 지하층에 있다.

이웃집이 바짝 붙은 런던 테라스 골목에서 1층 거실은 하루 종일 커튼을 쳐야 하는 공간이 되기 쉽다. 잠은 조용하고 어두운 아래층에서, 깨어 있는 시간은 빛이 가장 잘 드는 위층에서 보내게 해 그 문제를 위치로 풀었다. 사진 속 1층 침실은 문을 감싸는 책장이 벽 전체를 채워, 잠자는 방이면서 작은 서재처럼 쓰인다.

반대편 계산도 해 봐야 한다. 지하 침실은 채광과 환기 설계가 조금만 어긋나도 습기와 어두움이 생활 만족도를 갉아먹는다. 거실이 2층에 있으면 장 본 짐을 들고 매일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젊을 때는 낭만인 계단이 나이 들면 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거꾸로 평면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따져 볼 대목이다.

원목 하부장과 레드 수납장이 마주한 Twin House 2층 주방
© Leon Chew

아침 해는 주방으로, 저녁 해는 거실로

2층 주방은 원목 하부장과 레드 붙박이장이 마주 보는 구성이다. 창은 크게, 아무 데나 뚫지 않았다. 동쪽에는 창을 낮게 내 아침 햇빛이 주방과 식탁으로 들어오게 했고, 서쪽 창은 저녁 해를 거실로 끌어들인다.

설계자는 창마다 위치를 골라 빛을 모으고, 여름철 과열을 막고, 이웃의 시선은 피하면서 도시 풍경만 골라 보여주도록 했다고 설명한다. 하루 동선을 따라 빛이 따라오는 셈이다.

아침은 주방에서 시작하고 저녁은 소파에서 마무리하는 생활이라면, 창의 크기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 집이 잘 보여준다. 큰 창 하나보다 방향을 맞춘 작은 창 두 개가 하루를 더 길게 밝힌다.

박공지붕 아래 층고가 높은 Twin House 다이닝 공간
© Leon Chew

박공 꼭대기까지 트인 다이닝, 거꾸로 평면의 보상

거꾸로 평면의 진짜 보상은 천장이다. 거실층을 맨 위로 올렸으니 박공지붕 안쪽 삼각형 공간을 통째로 쓸 수 있다. 다이닝 위로 천장이 박공 꼭대기까지 솟아 2개 층이 트인 공간이 됐다.

그레이 상판의 긴 테이블과 원목 벤치, 화이트 벽, 오크 바닥. 재료는 조용한데 높이가 공간을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테이블 다리에 칠한 레드가 외벽의 색을 실내로 한 번 더 불러온다.

좁은 땅의 집은 평면으로는 넓어질 수 없지만, 단면으로는 넓어질 수 있다. 바닥 면적은 그대로인데 머리 위 공간이 열리면 사람은 집을 실제보다 훨씬 크게 기억한다. Twin House가 쓴 가장 영리한 카드가 이것이다.

다이닝 위 메자닌 서재와 종이 구 펜던트 조명
© Leon Chew

메자닌 서재와 종이 구 펜던트, 높은 천장의 조명법

다이닝 위에는 메자닌 서재가 걸려 있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닿는 작업 공간으로, 세로 살 난간 너머로 아래 식탁이 내려다보인다. 일하면서도 가족과 같은 공기 안에 머무는 자리다.

조명도 볼 만하다. 박공 천장에서 커다란 종이 구 펜던트가 길게 내려와 메자닌과 다이닝 사이 허공을 채우고, 식탁 위에는 박공 꼭대기에서 레드 코드를 타고 길게 내려온 작은 원뿔형 펜던트가 따로 걸려 있다. 층고가 높은 공간에서 흔히 하는 실수는 천장에 다운라이트만 박는 것이다. 빛이 너무 먼 데서 떨어지니 바닥만 밝고 사람 얼굴 높이는 어둡다. 이 집처럼 펜던트를 길게 내려 빛의 높이를 사람 쪽으로 끌어내리면 층고는 그대로 살리면서 공간이 아늑해진다.

종이 갓은 빛을 사방으로 부드럽게 흩뿌려 전반 조명을 맡고, 식탁 위 작은 펜던트는 국부 조명을 맡는다. 아쉬운 건 세 번째 층인 연출 조명이 사진상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벽에 건 그림을 비추는 픽처 라이트나 계단 디딤판 옆 라인 조명을 더하면 밤에도 빛이 세 겹으로 쌓인다. 2700~3000K 웜톤 전구에 디머 스위치를 함께 달면, 낮에 하얗던 공간이 저녁에는 전혀 다른 표정을 갖는다.

집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Twin House 화이트 스틸 계단
© Leon Chew

집 한가운데를 꿰뚫는 화이트 스틸 계단

층과 층을 잇는 건 집 한가운데를 관통해 메자닌까지 오르는 화이트 스틸 계단이다. 제작은 금속 제작사 ERAL Metal이 맡았다. 아래쪽은 꺾어 오르는 계단이고, 위로 갈수록 기둥 하나를 축으로 감아 도는 나선형으로 바뀐다.

협소주택에서 계단은 면적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요소다. 벽으로 가두면 그만큼 집이 좁아진다. 이 집은 계단을 가구처럼 드러내고 난간을 가는 세로 살로 비워, 위층 창으로 들어온 빛이 계단을 타고 아래층까지 흘러내리게 했다. 계단실이 사실상 집 전체의 광정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신 나선형 구간은 큰 가구나 매트리스를 옮길 때 애를 먹이는 구조다. 이사와 가구 교체가 잦은 집이라면 가구 반입 경로를 설계 단계에서 따로 확인해 두는 게 좋다.

오븐과 커피머신을 품은 Twin House 레드 붙박이 수납장
© Leon Chew

외벽의 레드를 집 안으로 끌고 들어온 수납장

레드는 외벽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방 한쪽 벽을 통째로 채운 붙박이장, 거실을 나누는 오픈 선반장, 식탁 다리까지 같은 계열의 레드다. 오븐과 커피머신도 레드 장 속에 넣어, 가전이 가구의 일부처럼 보인다.

실내 디자인은 건축가와 Melanie가 주고받은 ‘창작 교환’으로 진행됐다. 공간을 짜는 사람과 그래픽을 다루는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산다는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진다. 형태는 단순하게, 색과 패턴은 과감하게.

레드는 에너지와 식욕을 끌어올리는 색이라 주방과 다이닝에 잘 맞지만, 면적이 넓어지면 금세 피로해진다. 이 집은 벽과 천장을 화이트로 비우고 레드를 ‘가구 단위’로 끊어 썼다. 국내 아파트에 응용한다면 주방 키 큰 장 한 줄이나 거실 선반 하나만 레드로 바꾸고, 나머지는 화이트와 오크로 받치는 정도가 실패 없는 비율이다.

도시 풍경을 액자처럼 담은 Twin House 소파 창가와 벽부 조명
© Leon Chew

창 하나를 액자로, 이웃 시선은 비켜 간다

박공 아래 거실 끝, 핑크빛 벽과 코랄 톤 소파 위로 정사각 창 하나가 나 있다. 창밖으로 나무와 레드 외장 벽이 그림처럼 걸린다. 설계자가 말한 ‘골라서 보여주는 도시 풍경’이 바로 이런 장면이다.

창 옆 벽에서 길게 뻗어 나온 블랙 암 끝에 전구 하나가 매달려, 소파 위로 빛을 떨어뜨린다. 낮에는 창이, 밤에는 이 벽부등이 소파 자리를 비추는 셈이다. 천장 조명을 켜지 않고 이런 국부 조명 하나만 켜 두면 거실이 한결 낮고 아늑하게 가라앉는다.

창을 크게 여는 대신 보여줄 것만 보여주는 창은, 이웃과 벽을 맞댄 런던 협소주택 같은 도심 주택에서 특히 쓸모가 있다. 커튼을 칠 필요가 없으니 창이 하루 종일 제 역할을 한다. 바깥은 보이는데 나는 보이지 않는다는 감각은, 좁은 집에 사는 사람에게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준다.

밤에 불이 켜진 Twin House 후면과 계단실
© Leon Chew

아이들이 떠나면 집이 줄어든다

이 집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대상은 시간이다. 두 딸은 곧 대학에 갈 나이다. 설계자는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 아래층 침실을 닫고, 땅 위 두 개 층만으로 침실 하나짜리 집처럼 살 수 있게 했다고 설명한다. 큰 구조 공사 없이 집이 필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구조다.

대부분의 집은 가족이 가장 많을 때를 기준으로 지어져, 아이들이 떠난 뒤엔 빈방만 남는다. 이 런던 협소주택은 그다음 장면까지 미리 계산에 넣었다. 1인 가구와 부부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한국에서도 곱씹어 볼 만한 설계 태도다.

두 집안이 합쳐지는 순간을 박공 두 개로 새겼다면, 가족이 다시 흩어지는 순간은 닫을 수 있는 아래층으로 준비해 둔 셈이다. 밤이 되면 정원 쪽 유리창 너머로 계단과 서재의 불빛이 층층이 켜진다. 그 불빛의 개수가 줄어드는 날에도 이 집은 여전히 맞는 크기일 것이다.

ArchitectsGraeme Williamson Architects
DesignerMelanie Mues(커스텀 시멘트 타일 디자인)
PhotosLeon Chew
Category단독주택
Country영국
Materials레드 시멘트보드(Viroc), 목구조 프레임, 화이트 스틸 계단, 커스텀 시멘트 타일, 오크 바닥
Location런던 해크니(Hack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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