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텐진(天神) 한복판, 시청 맞은편에 18층짜리 후쿠오카 오피스 빌딩이 하나 더 들어섰다. 이름은 Tenjin Business Center II. 그런데 이 오피스 빌딩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사무실 층이 아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7개 층을 통째로 터서 만든 아트리움, 이름하여 Accelarium이다.
설계는 OMA(오엠에이)다. 후쿠오카 출신으로 OMA 뉴욕 사무소를 이끄는 파트너 Shohei Shigematsu(시게마츠 쇼헤이)가 2021년 바로 옆에 지은 1기에 이어 이번 2기까지 맡았다. 그는 “오피스 빌딩은 원래 공공 건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왜 임대 오피스의 아래쪽 7개 층을 서점과 카페, 계단과 식물로 채웠을까. 2026년 6월 30일 준공해 8월 4일 문을 연 이 건물은, 그 질문에 꽤 구체적으로 답한다.

텐진 빅뱅, 비행기 길 아래에서 높이를 되찾은 도시
이 건물을 이해하려면 먼저 후쿠오카의 하늘 사정부터 알아야 한다. 후쿠오카 공항은 도심 텐진에서 지하철로 10분 남짓 거리다. 공항이 이렇게 가까우니 항공법 고도 제한이 텐진의 빌딩 키를 오랫동안 눌러 왔고, 1960~70년대에 지은 낡은 빌딩들이 다시 짓지도 못한 채 늙어 갔다. 텐진 바로 아래를 지나는 게고(警固) 단층도 늘 걱정거리였다.
판을 바꾼 게 2015년 2월 시작된 “텐진 빅뱅(Tenjin Big Bang)”이다. 후쿠오카시는 2014년 5월 국가전략특구로 지정된 것을 발판 삼아 지구별로 항공법 고도 제한을 단계적으로 풀었고, 여기에 시 자체의 용적률 완화와 디자인이 좋은 건물에 주는 “텐진 빅뱅 보너스”를 얹었다. 텐진 교차점 반경 약 500m, 80ha 남짓한 구역의 민간 빌딩을 내진 성능 좋은 새 빌딩으로 갈아 끼우는 게 목표다.
Tenjin Business Center II가 선 텐진 1초메 지구는 2021년 3월에 고도 상한이 약 65~67m(14~15층)에서 약 80~90m(18~21층)로 올라갔다. 이 건물의 높이는 약 87.5m, 지상 18층이다. 숫자만 봐도 이 빌딩이 정책이 열어 준 높이를 거의 끝까지 쓴 결과물이라는 게 보인다. 부지도 원래 후쿠오카시청 북별관이 있던 자리를 품고 있어, 시가 땅을 내놓고 민간이 짓는 도심 기능 강화 사업의 성격도 함께 지닌다.

쌍둥이인데 성격은 다르다 — 2021년 1기와의 관계
바로 북쪽에는 2021년 9월 준공한 1기 Tenjin Business Center가 서 있다. 지상 19층, 높이 약 89m, 연면적 약 61,100m²로 텐진 빅뱅에서 처음 완성된 빌딩이다. 2기는 한 층 낮지만 연면적은 62,720m²로 오히려 조금 넓다. 발주처는 두 건물 모두 후쿠오카 지역 디벨로퍼 Fukuoka Jisho이고, 2기는 Kyushu Electric Power(규슈전력) 등과 꾸린 특수목적회사가 함께 사업을 맡았다.
두 건물은 처음부터 한 쌍으로 구상됐다. Shigematsu는 둘을 똑같은 쌍둥이가 아니라 “이란성 쌍둥이”로 설명한다. 하나는 바다를, 하나는 산을 향하고, 하나는 큰길을, 하나는 시청을 마주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건물은 2층 비즈니스 로비 연결 통로와 지하 통로로 이어져, 지하 식당가 Tenjin Inachika는 1기의 NORTH side와 2기의 SOUTH side를 합쳐 22개 점포 규모가 됐다. 후쿠오카 시장은 둘을 묶어 “텐진 비즈니스 캠퍼스”라고 부른다.
결정적인 차이는 팬데믹이다. 1기는 팬데믹 전에 설계를 마친 건물이고, 2기는 그 이후에 다시 다듬어졌다. Shigematsu는 팬데믹이 없었다면 2기도 1기와 비슷하게 지어졌을 거라고 털어놓는다. 재택근무를 겪은 직장인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내려면 책상보다 “출근할 이유”가 더 필요해졌고, 그 이유를 건물 아래쪽 7개 층에 몰아 넣은 셈이다.

모서리를 깎아 광장을 만들다 — 파사드가 하는 일
멀리서 보면 Tenjin Business Center II는 반듯한 유리 상자다. 그런데 가까이 갈수록 모서리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깎여 나가 있고, 남쪽 면과 모서리 아래쪽이 안으로 한 발 물러나 있다. 시청 앞 광장에서 건너오는 보행자를 받아 주려는 후퇴다. 물러난 자리에는 큰키나무와 벤치를 놓은 광장이 생겼고, 보행자 전용인 이나바초 거리(Inabacho-dori)와 후쿠하쿠 데아이 거리 쪽으로도 녹지가 이어진다.
외피는 1기의 재료 팔레트를 더 잘게 쪼개 다시 쓴 쪽에 가깝다. 1기가 모서리를 계단처럼 “픽셀화”해 깎아 녹아내리는 얼음 같은 인상을 줬다면, 2기는 세로로 접힌 유리 패널이 곡면을 따라 돌아가며 비슷한 효과를 더 촘촘한 단위로 만든다. 사람들이 드나드는 모서리에는 투명도가 높은 유리를 써서 안쪽 아트리움이 거리에서 그대로 들여다보인다.
일본 도심 오피스 빌딩에는 대개 바닥 면적 보너스를 받으려고 만든 공개 공지가 하나씩 딸려 있다. 문제는 그 광장이 건물과 따로 놀다 보니 사람이 머물지 않는 빈터로 남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광장이 유리 너머 아트리움과 시선으로 이어져, 바깥 광장과 안쪽 계단이 하나의 공공 공간처럼 읽힌다. 파사드가 단순한 외장이 아니라 거리와 아트리움을 잇는 경계 장치로 쓰이는 대목이다.

7개 층을 비운 아트리움 Accelarium
건물의 심장은 지하 2층에서 지상 5층까지 뚫린 7개 층 높이의 아트리움 Accelarium이다. 가속(accelerate)과 아트리움을 합친 이름으로 읽힌다. 계단처럼 엇갈려 쌓인 플랫폼마다 식물을 빽빽하게 심었고, 그 사이를 공중에 매달린 듯한 에스컬레이터가 사선으로 가로지른다. 2층과 3층 사이에는 앉아서 쉴 수도 있는 대계단이 놓였다.
Shigematsu는 이 공간을 “수직 도시 공원”이자 “충돌 지대(collision zone)”라고 부른다. 서로 다른 회사와 사람이 예상치 못하게 마주쳐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고, 아트리움이 그저 시원하게 뚫린 풍경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건너편 대각선 모서리에는 텐진 중앙공원을 마주한 2개 층 높이의 작은 아트리움이 하나 더 있다.
흥미로운 건 이 아트리움이 지하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텐진은 1976년 문을 연 지하상가 텐진 지카가이(天神地下街)를 따라 사람들이 지하로 다니는 도시다. 지하 2층은 이나바초 거리 지하 통로와 바로 이어지고, 1기와 지하철 텐진역 쪽으로도 연결된다. 땅 밑을 흐르던 보행 동선을 아트리움이 위로 끌어올려 2~3층 서점까지 데려가는 구조랄까. 백화점이 에스컬레이터로 손님을 위층까지 끌고 가던 방식을 오피스 빌딩 저층부가 빌려 쓴 셈이다.

아트리움은 원래 오피스의 발명이었다 — Larkin Building에서 OMA까지
아트리움이 오피스 빌딩에 들어온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1906년 Frank Lloyd Wright(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미국 버펄로에 지은 Larkin Administration Building은 천창에서 빛이 쏟아지는 중정형 아트리움을 두고 그 둘레에 사무원들의 책상을 층층이 배치했다. 1950년 철거됐지만, “모두가 한 공간을 내려다보며 일한다”는 사무실 아트리움의 원형으로 지금도 교과서에 실린다.
1960년대 후반에는 두 갈래로 다시 꽃폈다. 1967년 John Portman(존 포트만)의 Hyatt Regency Atlanta가 호텔 로비를 거대한 아트리움으로 만들어 유행을 일으켰고, 1968년 Kevin Roche(케빈 로치)의 Ford Foundation 본부는 뉴욕 오피스 빌딩 안에 실내 정원을 들였다. 아트리움 속 정원이라는 점에서 Accelarium은 Ford Foundation 쪽 계보에 더 가깝게 읽힌다.
여기에 OMA의 오래된 고집이 겹친다. Rem Koolhaas(렘 콜하스)는 1978년 책 『Delirious New York』에서 맨해튼 마천루를 서로 아무 관계없는 프로그램이 층마다 쌓인 기계로 읽었다. 이후 OMA는 그 칸막이를 단면에서 깨는 작업을 반복해 왔고, 2004년 Seattle Central Library가 대표적인 예다. 1920년대 소련 구성주의 건축가들이 쓴 “사회적 응축기(social condenser)”, 즉 건물이 사람들의 만남을 강제로 일으키는 장치가 돼야 한다는 개념을 OMA는 즐겨 빌려 쓴다. Tenjin Business Center II의 아트리움은 그 생각을 임대 오피스의 저층부에 적용한 버전이다. 참고로 OMA와 후쿠오카의 인연은 1991년 Arata Isozaki(이소자키 아라타)가 짠 마스터플랜에 초청된 여섯 건축가 중 하나로 주거 블록을 설계한 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래는 도시, 위는 사무실 — 층별 조닝 읽기
층별 구성은 위아래가 뚜렷하게 갈린다. 지하 2층에는 식당 10곳이 모인 Tenjin Inachika SOUTH side와 입주사 직원용 스파·사우나가, 지하 1층에는 편의점이 있다. 1층은 일본에 처음 들어온 뮌헨의 레스토랑 Käfer ALPS KITCHEN과 규슈 첫 Starbucks Reserve Cafe가 보행자 거리 쪽을 차지한다. 2~3층은 대형 서점 Junkudo, 4층은 딥테크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Fukuoka Innovation Lab.Tenjin과 공용 회의 공간, 5층은 체육관과 라운지다. 사무실은 6층부터 18층까지다.
면적으로 보면 사무실 39,570m², 상업 5,590m², 입주사 직원 전용 공용 공간 Reboot! 4,760m², 기계·후방 공간 12,800m²다. 사무실 면적의 10%를 훌쩍 넘는 공간을 직원 복지용 공용 시설로 뺐다. 지하 스파부터 4~5층 회의실·체육관·수면실·라이브러리까지 흩어진 Reboot!는 OMA가 콘셉트를 잡고 Gensler가 실내를 설계했다.
눈여겨볼 건 오피스 로비가 1층이 아니라 2층에 있다는 점이다. 1층 가로변을 통째로 상점과 카페에 내주고, 출근하는 직원은 아트리움을 거쳐 2층 로비로 올라간다. 목재로 감싼 그 로비가 아트리움을 향해 열려 있으니, 사무실로 가는 길이 곧 서점과 시민 사이를 지나는 길이 된다. Shigematsu가 말하는 “충돌”을 동선으로 강제한 장치다.

서점이 오피스 빌딩의 앵커가 될 때
저층부 상업 구역에는 점포 16곳이 들어왔고, 그중 가장 큰 자리는 2~3층의 Junkudo 서점이다. 매장 면적 약 3,000m²에 장서 약 55만 권, 규슈에서 손꼽히는 재고 규모다. 문구·잡화와 갤러리, 유료 라운지 hour lounge와 MARUZEN café까지 붙어 책을 사는 곳이라기보다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곳에 가깝다.
쇼핑몰은 오래전부터 양 끝에 백화점 같은 앵커 테넌트를 두고 그 사이로 손님을 흘려 작은 가게들을 살려 왔다. 여기서는 그 앵커가 서점이고, 흐름은 수평이 아니라 수직이다. 지하에서 올라온 사람이 아트리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3층 서점까지 가는 동안 계단과 식물, 카페를 지나치게 된다. 입장료를 받는 서점 라운지는 2018년 도쿄 롯폰기의 분키쓰(文喫)가 먼저 화제를 모은 방식인데, 이제는 오피스 빌딩의 집객 장치로까지 쓰인다.
서점을 고른 이유는 계산이 단순하지 않다. 서점은 임대료를 많이 내는 업종이 아니지만, 머무는 시간이 길고 나이와 직업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모은다. 아트리움을 “시민이 쓰는 공간”으로 만들려면 커피 한 잔보다 오래 붙잡아 둘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자리에 책이 들어간 셈이다.

목재 리본과 식물, 그리고 떠 있는 실버 구체
아트리움 안쪽은 바깥의 차가운 유리와 정반대 분위기다. 층마다 튀어나온 발코니는 목재 톤으로 감싸 리본처럼 휘어지고, 천장은 촘촘한 목재 루버로 덮였다. 바닥은 밝은 석재 톤이라 목재의 웜톤을 받쳐 준다. 오피스 로비도 같은 결의 목재를 기본으로 해 사무실 입구라기보다 호텔 라운지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식물은 장식 수준을 넘는다. 후쿠오카시가 추진하는 “도심의 숲 1만 그루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춰 층마다 특성에 맞는 식물을 골라 심었고, 유리 너머 거리에서도 식물이 보이게 했다. 단단한 직선의 커튼월 안쪽에 곡선 목재와 식물을 넣는 조합은 업무 공간의 긴장을 풀어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집이나 작은 사무실에 옮겨 볼 만한 포인트도 같다. 직선 위주의 공간이라면 모서리 하나만 곡면 목재로 바꾸고 화분 몇 개를 높이를 달리해 놓아도 공기가 달라진다.
아트리움 허공에는 Tomás Saraceno(토마스 사라세노)의 신작 “Aerosolar Rhythms”가 떠 있다. 1973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로, 태양열과 공기의 흐름만으로 화석연료 없이 나는 비행을 탐구해 왔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구체들이 별자리처럼 흩어져 목재와 식물, 지나가는 사람을 비춘다. 7개 층이라는 빈 공간의 크기를 몸으로 재게 해 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시의 공공 미술 사업 Fukuoka Art Next의 하나로 설치됐다.

밤이 되면 등불이 되는 모서리 — 조명 설계
해가 지면 이 건물의 진짜 얼굴이 나온다. 위쪽 사무실 층은 차분한 화이트 톤으로 남고, 아트리움이 있는 모서리만 따뜻한 앰버빛으로 달아오른다. 목재 루버 천장과 발코니가 빛을 받아 되비치기 때문에 유리 상자의 아랫부분이 통째로 등불처럼 보인다. 조명 설계는 Kaoru Mende(멘데 가오루)가 이끄는 Lighting Planners Associate가 맡았다.
사진으로 보면 원리는 교과서적이다. 목재 루버 사이에 묻힌 다운라이트가 바닥과 계단을 비추는 전반 조명, 발코니 테두리와 식재를 살리는 국부 조명, 실버 구체를 반짝이게 하는 연출 조명이 겹쳐 깔려 있다. 색온도는 따뜻한 쪽으로 보이는데, 2700~3000K 언저리의 웜톤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4000K 이상의 화이트 톤 빛은 일하게 만든다. 머무는 아트리움과 일하는 사무실의 빛을 갈라 놓은 셈이다. 빛을 목재 면에 한 번 튕겨 퍼뜨리니 눈부심도 적다.
1기에서도 모서리 아래 계단식 천장에 조명과 사인을 넣어 밤의 광장을 밝혔다. 2기는 그 아이디어를 7개 층 높이로 키웠다. 집에서 이 효과를 빌려 오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천장등 하나에 기대지 말고 2700K 전구를 쓴 스탠드나 간접 조명을 벽과 천장에 튕기게 두고, 디머 스위치로 밤 시간의 밝기를 따로 정하면 된다. 목재 마감이 있다면 그 면에 빛을 비추는 것만으로도 공간이 훨씬 따뜻해진다.

천장 없이 넘겨주는 사무실 — 하커블 오피스와 면진 구조
6층부터 18층까지의 사무실은 한 층 최대 약 2,595m²(785평)부터 최소 약 142m²(43평)까지 쪼개 쓸 수 있다. 10층 기준층 평면을 보면 코어를 가운데 두고 사무 공간이 사방을 두르는 센터 코어형이라, 큰 회사가 층 전체를 쓰든 작은 회사 여럿이 나눠 쓰든 대응하기 쉽다. 6층에는 내장과 가구까지 갖춰 바로 입주할 수 있는 셋업 오피스를 뒀다.
더 흥미로운 건 8~18층에 적용한 “하커블 오피스(hackable office)”다. 일본 임대 오피스는 보통 타일 카펫과 시스템 천장을 다 깔아서 넘겨주는데, 입주사가 자기 인테리어를 하면서 그걸 고스란히 뜯어 버리는 일이 흔하다. 여기서는 처음부터 그 마감을 빼고 반쯤 골조 상태로 넘겨 폐기물을 줄이고 디자인 자유도를 높였다. 다만 동전의 뒷면도 있다. 마감 비용과 공사 기간이 입주사 쪽으로 넘어가니, 초기 투자 여력이 적은 회사에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6층 셋업 오피스가 그 빈틈을 메우는 상품이다.
안전과 환경 성능도 꼼꼼하다. 후쿠오카시 기준의 1.5배 내진 성능을 확보한 면진 구조이고, 도시가스와 중유를 모두 쓰는 비상 발전기로 가스 기준 약 250시간, 중유 기준 약 72시간 전력을 댄다. 재해 때 귀가 곤란자 약 820명을 받아들일 공간도 있다. 사무실 부분의 1차 에너지 소비를 기준보다 40% 넘게 줄여 설계 단계에서 ZEB Oriented 인증을 받았다. 이렇게 사무실 면적을 공용 공간에 넉넉히 떼어 주는 계산은 앞서 소개한 〈오피스 네 개 층을 통째로 내준 마천루 정원, CapitaSpring〉과도 통한다.

중간 크기 도시라서 가능한 실험
냉정하게 볼 대목도 있다. 텐진과 하카타에서 재건축 빌딩이 한꺼번에 준공되면서 후쿠오카 오피스 시장에는 새 공급이 몰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등급의 빌딩이 쏟아지면 결국 임차인을 데려오는 건 책상 수가 아니라 그 건물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7개 층 아트리움과 Reboot!는 건축적 실험이면서 동시에 임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상품이기도 하다.
“열린 건물”이라는 말도 운영이 따라 줘야 완성된다. Reboot!는 입주사 직원만 쓰는 공간이고, 아트리움이 언제까지 누구에게 열려 있을지는 관리 방식에 달렸다. 도쿄의 대형 재개발이 〈도쿄 한복판에 나선형 언덕을 세웠다, MoN Takanawa〉처럼 문화시설을 따로 세워 공공성을 채운다면, 이 건물은 오피스 빌딩 자체의 아랫부분을 공공 공간으로 쓰겠다는 쪽이다. 더 어려운 길이다.
Shigematsu는 후쿠오카 같은 중간 규모 도시가 오히려 더 큰 실험과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건물이 “도시의 열린 건물 중 하나”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2026년 말 텐진 빅뱅이 한 매듭을 짓는 시점에, 고도 제한이 풀린 하늘보다 더 많은 걸 바꾼 건 어쩌면 이 건물이 비워 둔 아래쪽 7개 층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