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1학년 서양 건축사 수업의 첫 시험에는 “이 사진은 무슨 양식인가요?”라는 문제가 꼭 나옵니다. 양식의 이름은 어렵지만, 각 양식이 왜 등장했는지를 알면 외우지 않아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9회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열두 가지 양식을 한 번에 훑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특징만 기억해 두면 여행에서 만난 건물이 훨씬 재미있어집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Classical | 클래식 · 고전 건축 | 그리스·로마의 기둥과 비례 규칙을 따르는 건축 |
| Gothic | 고딕 | 뾰족한 아치와 높은 첨탑으로 하늘을 향하는 중세 성당 양식 |
| Renaissance | 르네상스 | 고전을 다시 살려 비례와 대칭을 되찾은 15~16세기 양식 |
| Baroque | 바로크 | 곡선과 화려한 장식, 빛의 연출이 극적인 17세기 양식 |
| Modernism | 모더니즘 | 장식을 걷어내고 기능과 새 재료로 짓는 20세기 건축 |
| Bauhaus | 바우하우스 | 예술·공예·기술을 통합해 가르친 독일의 디자인 학교 |
| International Style | 인터내셔널 스타일 · 국제주의 양식 | 전 세계 어디서나 같은 모습으로 지어진 유리 상자 양식 |
| Brutalism | 브루탈리즘 · 노출콘크리트 양식 | 거친 콘크리트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1950~70년대 양식 |
| Postmodernism | 포스트모더니즘 | 모더니즘의 무장식에 반발해 장식·상징·유머를 복원한 양식 |
| Deconstructivism | 디컨스트럭티비즘 · 해체주의 | 상자 형태를 깨고 기울어지고 부서진 모습을 지향한 양식 |
| Minimalism | 미니멀리즘 |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덜어낸 건축 |
| Vernacular | 버내큘러 · 토속 건축 | 전문 건축가 없이 지역 재료와 기후로 만든 전통 건축 |

기원전 그리스 신전과 로마 건축에서 시작된 양식입니다. 도리아·이오니아·코린트 세 종류의 기둥 양식(오더)과 엄격한 비례가 특징입니다. 이후 2천 년 동안 서양 건축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관공서, 은행, 대법원 같은 권위 있는 건물이 지금도 고전 양식의 기둥과 박공을 씁니다.
12~15세기 유럽 성당에서 발전했습니다. 뾰족한 첨두아치, 리브 볼트, 공중에서 벽을 받치는 플라잉 버트레스 덕분에 벽을 얇게 하고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낼 수 있었습니다.
노트르담, 쾰른 대성당이 대표적입니다. 높이 솟은 천장은 신에게 가까워지려는 마음을 건축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중세의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돌아온 시대의 건축입니다. 고대 로마의 기둥, 반원 아치, 돔을 다시 가져오되 수학적 비례와 완벽한 대칭을 강조했습니다.
브루넬레스키의 피렌체 대성당 돔, 팔라디오의 빌라가 대표적입니다. 팔라디오의 빌라는 이후 영국과 미국 주택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르네상스의 정돈된 균형을 깨뜨리고 곡선과 움직임을 강조했습니다. 타원형 평면, 물결치는 파사드, 천장 프레스코가 특징입니다. 교회와 왕권의 힘을 감성적으로 과시하는 건축이었습니다.
베르사유 궁전, 로마 트레비 분수 주변 건물이 바로크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철, 유리, 철근콘크리트라는 새 재료가 나오자 건축가들은 옛 장식을 버리고 기능과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Form follows function(형태는 기능을 따른다)”이 구호입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사보아 주택, 미스 반 데어 로에의 판스워스 하우스가 대표적입니다. 오늘날 현대 주택 대부분이 이 모더니즘의 후손입니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에서 발터 그로피우스가 세운 디자인 학교로, 건축·가구·그래픽·직물까지 하나로 가르쳤습니다. 기능적이고 간결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한 디자인을 지향했습니다.
우리가 쓰는 철제 파이프 의자, 사각 전등, 고딕이 아닌 산세리프 글자체 모두 바우하우스의 영향입니다.

1920~30년대 모더니즘이 세계로 퍼지면서 지역 특성 없이 흰 벽, 평지붕, 유리 커튼월이 표준이 되었습니다. 뉴욕의 시그램 빌딩이 대표적입니다.
도시마다 똑같은 유리 건물이 세워진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이 아래의 포스트모더니즘입니다.

프랑스어 ‘béton brut(가공하지 않은 콘크리트)’에서 이름이 왔습니다. 콘크리트 거푸집 자국을 그대로 드러내는 육중하고 정직한 표현이 특징입니다. 국가 기관, 대학, 공공주택에 많이 지어졌습니다.
한동안 차갑다고 외면받다가 최근 다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서울의 세운상가와 공간 사옥에서도 브루탈리즘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1970~80년대 “Less is bore(적은 것은 지루하다)”를 내세우며 고전 기둥, 삼각 박공, 화려한 색을 다시 가져왔습니다. 진지한 모더니즘에 대한 농담과 풍자가 담겨 있습니다.
필립 존슨의 AT&T 빌딩, 마이클 그레이브스의 포틀랜드 빌딩이 대표적입니다.

1980~90년대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렘 콜하스 같은 건축가들이 안정된 직각 구조를 의도적으로 깨뜨렸습니다. 기울어진 벽, 비틀린 지붕, 조각처럼 보이는 외관이 특징입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대표적입니다. 컴퓨터 설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능해졌습니다.
장식, 색, 형태를 극도로 줄이고 빛과 공간, 재료의 질감만으로 승부하는 건축입니다.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 세지마 가즈요, 영국의 존 포슨이 대표적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접합부와 치수 하나하나에 정밀함이 요구되어 가장 어려운 양식으로도 꼽힙니다.

한옥, 일본 민가, 지중해의 흰 집, 북유럽의 통나무집처럼 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사는 사람들이 오랜 시행착오 끝에 만든 건축입니다. 기후와 생활에 가장 잘 맞습니다.
현대 건축가들이 패시브 디자인이나 지역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대상이 버내큘러 건축입니다.
오늘의 정리
양식은 고전(질서)→고딕(수직)→르네상스(비례)→바로크(감성)→모더니즘(기능)→포스트모더니즘(반발)→해체(파괴)→미니멀(절제)처럼 앞 양식에 대한 반응으로 이어집니다. 한 줄로 이어 기억하면 시험에도, 여행에도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 10회는 건축주를 위한 실무와 법규 용어를 다룹니다.
앞서 소개한 설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건축 설계 과정·디자인 원리 영어 용어 10개 (콘셉트·매싱·파르티)도 함께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