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개의 박스가 15도씩 돌아간 공원뷰 아파트, Urban 15°

대만 신주(新竹) 고속철 특구에 들어선 14층 아파트 한 채가 마주한 건 도로가 아니라 3.24ha짜리 숲공원이다. Enter Future Construction이 설계·시공한 이 공원뷰 아파트 Urban 15°는 발코니 박스 각도를 층마다 15도씩 틀어, 44세대 전부가 서로 다른 각도로 공원을 내려다보게 만들었다. 화려한 파사드로 존재감을 겨루는 신주 부동산 시장에서, 이 건물은 반대로 장식을 걷어내고 ‘공원 안에 사는 감각’이라는 단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했다.

핵심은 4×4m 크기의 캔틸레버 박스 36개다. 이 박스들이 층마다 15도씩 돌아가며 튀어나온 덕분에, 같은 라인이어도 옆집과는 완전히 다른 조망과 채광을 갖게 됐다. 건물은 공원 경계에서 10m 뒤로 물러나 1층을 통째로 녹지에 내주고, 그 초록이 저층부 안쪽까지 흘러들도록 설계했다.

신주 공원뷰 아파트 Urban 15° 외관, 캔틸레버 발코니가 15도씩 돌아간 파사드
© Enter Future Construction

신주 고속철 특구, 숲공원 앞에 선 14층 아파트

Urban 15°가 선 자리는 신주 하이스피드레일 특구, 정확히는 수이전(水圳) 삼림공원 정면이다. 반도체 산업으로 몸집을 불려온 신주는 최근 몇 년 새 고속철역 주변으로 신축 주상복합이 빼곡히 들어섰고, 다들 층수와 파사드 장식으로 존재감을 겨루는 분위기다. 이 프로젝트가 앉은 대지는 14층, 44세대 규모로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인데도 유독 눈에 띄는 건 정반대의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장식 대신 매스를 깎아내고 비틀어, 공원과 마주하는 창 하나하나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신주 하이스피드레일 특구 상공에서 본 Urban 15° 아파트와 수이전 삼림공원
© Enter Future Construction

야구장 낀 도시 블록 사이, 낮은 밀도로 남은 틈

항공사진으로 내려다보면 Urban 15°는 주변 30층급 타워들 사이에서 오히려 작은 축에 속한다. 한쪽으로는 신주 하이스피드레일역과 연결된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가 늘어서 있고, 공원 너머로는 야구장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넓은 녹지가 펼쳐진다. 개발사는 주변처럼 용적률을 끝까지 채우는 대신 공원 쪽 저층부를 낮추는 쪽을 택했다. 결과적으로 이 블록만 스카이라인에 틈이 생겼고, 그 틈으로 공원의 초록이 도로까지 이어진다.

15도씩 회전한 4×4미터 캔틸레버 박스 발코니를 위에서 내려다본 Urban 15° 아파트
© Enter Future Construction

4×4m 박스 36개, 15도씩 돌려 쌓은 입면

이 아파트 이름 자체가 설계 원리를 그대로 말해준다. 한 세대의 발코니를 4×4m 박스 형태로 만들고, 그 박스를 층마다 15도씩 돌려 쌓아 올린 게 전부다. 단순한 규칙이지만 36개 박스가 쌓이면서 효과는 누적된다. 같은 라인이어도 아래위 세대가 보는 공원의 각도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하루 동안 해가 이동하면서 만들어내는 그림자 패턴도 세대마다 다르게 떨어진다. 박스 안쪽은 그대로 세대 전용 마이크로 가든으로 쓰여, 옆집 시선을 가려주는 스크린 역할까지 겸한다.

그레이 톤 타일과 유리 박스가 대비되는 Urban 15° 아파트 발코니 클로즈업
© Enter Future Construction

타일 마감 매스 위에 얹은 유리 상자

가까이서 보면 이 입면은 두 가지 재료의 대비로 짜여 있다. 본체는 그레이 톤 벽돌 타일로 차분하게 마감했고, 그 위에 얹힌 발코니 박스들은 유리와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가볍게 반짝인다. 박스 밑면에는 우드 톤 마감재를 대 각도가 꺾일 때마다 나뭇결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발코니마다 심어놓은 나무들은 아직 어리지만, 자라날수록 그레이 매스 사이로 초록이 켜켜이 쌓이는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대리석과 캔틸레버 지붕으로 마감한 Urban 15° 아파트 로비 입구, URBAN 15 사인
© Enter Future Construction

10m 물러난 1층, 공원이 건물 안까지 들어온다

1층으로 내려오면 이 아파트의 태도가 한 번 더 확인된다. 공원 경계에서 10m를 물러나 앉힌 저층부는 통유리와 대리석 마감의 로비로 열려 있고, 그 위를 캔틸레버 지붕이 그늘처럼 덮는다. 입구 벽에는 ‘URBAN 15°’라는 이름이 금속 볼륨 패턴으로 새겨져 있어, 층마다 각도를 트는 상부 매스의 규칙을 로비 사인물에서도 그대로 반복한다. 덕분에 진입로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원의 녹지가 로비 안쪽까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해질 무렵 창마다 다른 조명이 켜진 Urban 15° 아파트 야경
© Enter Future Construction

해 질 무렵, 박스마다 다른 빛이 켜진다

낮 동안 그림자로 나뉘던 매스는 해가 지면 반대로 빛으로 나뉜다. 세대마다 창을 밝히는 시간과 각도가 달라, 같은 층이라도 어떤 박스는 이미 불이 켜져 있고 바로 옆 박스는 아직 어둡다. 15도씩 돌아간 매스 구조 덕분에 정면에서 봐도 이 아파트가 납작하게 읽히지 않고, 튀어나오고 들어간 부분마다 음영이 겹겹이 쌓인다. 개발사가 강조한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이 가장 직관적으로 와닿는 순간은 사진보다 이 노을 무렵의 실제 풍경일 것이다.

옥상 유리블록 박스가 노을빛에 빛나는 Urban 15° 아파트 상부
© Enter Future Construction

맨 위 두 세대, 유리블록 박스로 마감한 옥탑

맨 위층 두 세대의 박스는 다른 세대와 다른 재료를 썼다. 유리와 알루미늄 대신 유리블록으로 마감해, 밤이 되면 속이 비치지 않으면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 상자처럼 보인다. 옥상 테라스와 맞닿은 이 자리는 건물 전체 실루엣에서 왕관처럼 도드라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낮에는 다른 유리 박스들과 톤을 맞추다가, 밤이 되면 홀로 따뜻한 빛을 내는 이 두 세대가 아파트의 스카이라인을 마무리한다.

Urban 15° 아파트 실내 발코니에서 공원과 신주 야경을 내다보는 모습
© Enter Future Construction

벽 없이 이어지는 ‘정의되지 않은 공간’

내부로 들어가면 이 아파트가 말하는 ‘정의되지 않은 공간’이 무슨 뜻인지 보인다. 발코니 박스와 맞닿은 자리는 벽 대신 큰 창과 낮춘 바닥으로만 실내와 실외를 구분해, 방이라기보다는 앉을 자리가 있는 조망대에 가깝다. 원목 흔들의자 하나만 놓아도 공간이 완성되는 건, 그만큼 창밖 풍경이 실내 마감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해가 진 뒤 창 너머로 공원과 신주 시내 야경이 겹쳐 보이는 자리에서는, 실내에 있으면서도 바깥 공기 속에 있는 듯한 감각이 강해진다.

공원 앞 나무숲 너머로 보이는 Urban 15° 아파트 전경
© Enter Future Construction

복잡함 대신 규칙 하나로 완성한 아파트

Urban 15°가 증명하는 건 혁신이 반드시 복잡한 형태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스 하나, 15도라는 각도 하나를 정하고 그 규칙을 36번 반복했을 뿐인데 결과물은 어느 세대도 똑같지 않은 입면으로 완성됐다. 반도체 공장과 신축 타워가 빠르게 들어서는 신주에서, 이 아파트는 높이나 세대수 경쟁 대신 공원과의 관계를 설계의 중심에 놓는 쪽을 택했다. 패스트푸드점 자리에 임대주택 160세대, 730 Stanyan이나 모든 세대가 바다를 본다, 플로리다 지그재그 아파트 MiMar처럼, 최근 해외 집합주택은 파사드 대신 매스 구성 자체를 이야기의 중심에 두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는 도시에서는 이런 선택이 오히려 드문 여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ArchitectsEnter Future Construction
PhotosEnter Future Construction
Category아파트
Country대만
Materials노출콘크리트, 벽돌 타일, 유리, 알루미늄, 유리블록
Location신주(Zhubei) 하이스피드레일 특구
Area929~2, 323m²(등록 구간 기준)
Year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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