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오페라, Songshan Lake Exhibition & Performance Centre

중국 광둥성 둥관(Dongguan)에 전시장과 공연장을 한 지붕 아래 묶은 문화시설이 문을 열었다. ZHA(옛 Zaha Hadid Architects, 자하 하디드 건축사무소)가 설계하고 베이징건축설계연구원(Beijing Institute of Architectural Design)이 협업한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다. 송산호 강변을 따라 늘어선 흰 지붕은 광둥오페라 배우가 걸치는 전통 의상의 물소매가 허공에서 크게 휘날리는 순간을 본뜬 형태로, 높이가 다른 덩어리들이 이어지며 하나의 능선을 그린다. 2021년 착공해 2026년 3월 30일 공식 개관했고, 연면적은 45,000m²에 이른다.

둥관은 2001년 조성된 하이테크 산업단지를 끼고 빠르게 성장해온 도시로,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Greater Bay Area) 구상 안에서 선전과 광저우를 잇는 축에 자리한다. 이 전시공연센터는 그 신도시 수변 마스터플랜 한가운데서 시민과 방문객을 맞는 문화적 앵커 역할을 맡는다. 개관 기념 공연은 중국국가교향악단(China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이 연주한 “The Sound of Songhu”였다.

노을 무렵 항공에서 본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와 둥관 스카이라인
© Virgile Simon Bertrand

송산호 수변에 내려앉은 물소매

해 질 녘 항공에서 내려다본 모습이 이 건물의 성격을 가장 잘 설명한다. 강 건너 고층 주거 타워들이 빼곡한 도심을 배경으로, 낮게 깔린 흰 지붕이 물 위로 미끄러지듯 뻗어 나간다. 지붕선은 한 번에 이어진 게 아니라 여러 매스가 다른 각도로 꺾이고 겹치며 만들어졌는데, 그 리듬이 마치 무대 위에서 소매를 뿌리치는 순간을 슬로모션으로 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광둥오페라는 송나라 시대까지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700년 넘은 공연 예술이고, 둥관은 그 발상지 중 하나로 꼽힌다. 건물의 형태가 지역의 무형 유산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이 전시공연센터는 처음부터 장식이 아니라 서사를 짓는 쪽을 택한 셈이다.

샤프하게 꺾인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지붕 조형
© Virgile Simon Bertrand

처마가 이렇게 깊어진 이유 — 링난건축의 문법

지붕이 건물 바깥으로 한참을 밀려 나와 그늘을 만드는 이 방식은 링난건축(嶺南建築), 즉 광둥·홍콩·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남부 아열대 지역의 전통 건축 문법을 끌어온 것이다. 처마를 위로 살짝 들어 올려 깊게 빼는 구성은 원래 강한 햇빛과 잦은 비를 동시에 막아내려는 실용적 장치였고, 그 그늘 아래로 사람이 모이는 반외부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건물에서는 그 처마가 콘크리트로 다시 그려지면서 플라자와 정원 테라스, 수변 산책로까지 이어지는 완충지대가 됐다. 습하고 더운 둥관의 기후에서 실내로 들어가기 전 한 번 그늘을 통과하게 만드는 이 동선은, 전통 건축의 생존 전략이 21세기 문화시설의 공간 경험으로 번역된 사례에 가깝다.

동시에 이 곡면은 ZHA의 조형 언어가 걸어온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자하 하디드 초기작이 날카롭게 꺾인 해체주의 도면에 가까웠다면, 2000년대 이후 사무소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파라메트릭 곡면 쪽으로 문법을 옮겨왔다. 같은 광둥성 안에서는 이미 2010년 완공된 광저우 오페라하우스가 자하 하디드 생전에 유선형 극장 언어를 실험한 선례로 남아 있는데, 이 전시공연센터는 그 언어가 창립자 사후에도 지역적 맥락(링난건축)과 결합하며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외관 곡면 아래 플라자 전경
© Virgile Simon Bertrand

전시와 공연을 가르는 두 덩어리

이 전시공연센터는 하나의 매스가 아니라 성격이 다른 두 덩어리로 나뉜다. 서쪽으로 치솟으며 꺾이는 볼륨이 1,200석 규모의 그랜드시어터와 전시홀을 품고, 그 옆으로 낮게 이어지는 볼륨에 400석 규모의 복합홀(Multifunction Hall)이 들어선다. 그랜드시어터와 전시홀은 지역·국내·국제 아티스트의 대형 공연은 물론 컨퍼런스, 산업 포럼, 미술 전시, 스포츠 대회까지 소화하도록 설계됐고, 복합홀은 상대적으로 작은 연극이나 어린이극처럼 관객 규모가 작은 프로그램을 맡는다. 용도가 다른 두 공간을 굳이 하나의 건물로 붙이지 않고 매스를 나눈 덕분에, 한쪽에서 대형 공연이 열리는 동안 다른 쪽에서는 독립적으로 소규모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두 매스 사이, 지붕이 겹치며 비워진 자리는 그대로 덮개 있는 플라자가 된다. 방문객은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이 반외부 공간을 먼저 통과하면서 건물 전체의 스케일을 가늠하게 되는데, 이는 단순한 진입로가 아니라 두 프로그램 사이의 완충 지대이자 도시와 수변을 잇는 결절점 역할을 한다.

1200석 그랜드시어터 무대에서 본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객석
© Virgile Simon Bertrand

소리를 조각하는 10만 개의 스파인

그랜드시어터 안으로 들어서면 외관의 매끈한 곡면과는 전혀 다른 질감이 기다린다. 벽과 천장 전체를 가느다란 스파인(spine) 약 10만 개가 뒤덮고 있는데, 길이와 밀도, 톤을 미세하게 달리한 이 스파인들이 음을 확산시키고 잔향을 조절하며 정재파(standing wave)를 흩어내는 역할을 한다. 눈으로 보기에는 파도치는 모래 언덕이나 짐승의 털결처럼 유기적인 패턴이지만, 실제로는 음향 성능을 위해 정밀하게 계산된 구조물인 셈이다. 실내 마감은 알루미늄과 유리섬유강화석고(GRG)를 함께 써서 유지보수 부담을 낮췄다.

극장 설계에서 곡면과 음향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매끈한 곡면은 소리를 한 지점으로 모으는 초점 반사를 일으키기 쉬운데, 이 스파인 층은 그 곡면 위에 미세한 요철을 더해 반사를 흩뜨리는 확산체 역할까지 겸한다. 조형과 성능을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표면 안에 같이 풀어낸 접근이다.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파사드 곡선과 브라운 톤 유리창
© Virgile Simon Bertrand

거푸집 하나로 반복해서 찍어낸 곡면

이 정도 규모의 곡면을 현장에서 하나하나 타설했다면 공사 기간과 비용이 걷잡을 수 없이 늘었을 것이다. 대신 외피는 재사용 가능한 거푸집으로 찍어낸 프리캐스트 초고성능콘크리트(UHPC) 패널로 마감했다. 같은 거푸집을 반복해서 쓰는 방식은 공사 기간과 탄소 배출, 폐기물을 함께 줄이는 전략이고, 세로로 촘촘히 늘어선 리브 패턴은 그 반복 생산의 흔적이자 동시에 건물 전체에 일관된 결을 입히는 마감 디테일이기도 하다. 지붕과 소핏에는 프리캐스트 알루미늄 패널을 써서 연한 회색의 오팔레센트(opalescent) 마감을 얹었는데, 이는 저위도 지역 특유의 강한 태양열을 반사해 실내 냉방 부하를 줄이려는 선택이다.

천창에서 빛이 쏟아지는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로비 아트리움
© Virgile Simon Bertrand

로비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빛의 통로

보통 극장 로비는 공연 전후에만 반짝 붐비는 통과 공간으로 취급되기 쉽다. 이 건물의 로비는 그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목재 톤으로 마감한 벽면이 뒤틀리듯 꺾이며 여러 층을 하나의 아트리움으로 묶고, 그 위로 뚫린 천창을 타고 자연광이 로비 바닥까지 곧장 떨어진다. 계단과 브리지가 그 곡면을 따라 배치돼 있어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뿐 아니라 그냥 지나가는 시민도 빛이 만드는 궤적을 눈으로 좇으며 건물 안을 걷게 된다. 인테리어에서 조도와 재질을 이렇게 다루면 같은 공간이라도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효과가 있는데, 이 로비는 딱 그 지점을 겨냥한 듯 읽힌다.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중정을 덮은 곡면 캐노피
© Virgile Simon Bertrand

지붕 위에서 빗물을 모으고 습지를 되살리다

지붕 위쪽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에는 태양광 패널과 빗물 집수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건물이 쓰는 에너지 일부를 자체 생산하고, 빗물은 모아뒀다가 조경 용수 등으로 다시 쓰는 구조다. 플라자와 정원 테라스, 수변 공원은 투수성 포장재와 재조성한 습지를 함께 배치해 홍수 위험을 줄이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역할도 겸한다. 화려한 조형 뒤에 이런 인프라형 장치를 함께 심어 둔 것은, 이 건물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랜드마크가 아니라 수변 생태계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설계됐다는 뜻이다.

야간의 Songshan Lake Exhibition and Performance Centre 곡면 지붕과 잔디광장
© Virgile Simon Bertrand

자하 하디드 사후 10년, ZHA로 다시 쓰는 이름

올해는 자하 하디드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공교롭게도 이 건물의 개관은 사무소가 “Zaha Hadid Architects”라는 이름 대신 “ZHA”로 브랜드를 정리한 시점과 겹친다. 자하 하디드 재단(Zaha Hadid Foundation)과 맺었던 라이선스 계약이 끝나면서 이뤄진 전환이다. 창립자의 이름을 내려놓았다고 해서 유선형 조형 언어까지 접은 건 아니다. 홍콩 West Kowloon의 복합개발 International Gateway Centre(IGC), 항저우 저둥 운하(Zhedong Canal) 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문화시설 연작, 에티오피아항공을 위해 짓고 있는 비쇼프투 국제공항(Bishoftu International Airport)까지, ZHA는 여전히 곡면과 매스를 다루는 자신들만의 문법으로 일감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시공연센터는 그 연장선에서, 창립자 개인의 스타일을 반복하는 대신 지역의 오페라 전통과 링난건축의 기후 대응 문법을 끌어들여 스스로를 다시 정의하려 한 시도로 읽힌다. 관련해서는 선전 자연사박물관처럼 곡면으로 자연의 형상을 옮겨온 중국 화남 지역의 다른 문화시설이나, 뤄후 도서관·청소년센터처럼 상업 건물 못지않은 존재감을 노린 공공 건축도 함께 볼 만하다.

ArchitectsZHA(옛 Zaha Hadid Architects), Beijing Institute of Architectural Design
PhotosVirgile Simon Bertrand
Category문화시설
Country중국
Materials프리캐스트 초고성능콘크리트(UHPC), 알루미늄, 유리섬유강화석고(GRG)
Location둥관, 광둥성 (Dongguan, Guangdong)
Area연면적 45, 000m²
Year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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