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민간 여행 플랫폼이 쥔 예약·검색 데이터로 올여름을 본다. 트립닷컴·부킹닷컴·아고다 세 곳이 지난 5월부터 이번 달 초까지 나란히 내놓은 자료다. 같은 잣대는 아니다. 대신 층위가 하나 올라간다. 1회차가 건물이었다면 이번엔 도시다. 그리고 두 순위표는 한 지점에서 정확히 만난다 — 이름은 킨텍스다.
트립닷컴·부킹닷컴·아고다가 본 올여름
세 회사의 조사 기준은 조금씩 다르다. 트립닷컴은 2026년 7~8월 인바운드 항공·티켓 예약, 부킹닷컴은 5~8월 아시아 검색 데이터, 아고다는 상반기 숙소 검색과 4~6월 유럽발 검색이다. 순위와 증가율이 섞여 있어 하나의 잣대로 줄 세울 수는 없지만, 각자 발표한 값 그대로 모아두면 올여름 도시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보인다.
| 순위 | 지표 | 도시·이벤트 | 수치 | 출처 |
|---|---|---|---|---|
| 1 | 방한객 예약 티켓 1위 | 워터밤 서울 2026(킨텍스) | — | 트립닷컴 |
| 2 | 방한객 예약 티켓 2위 | 워터밤 부산 2026 | — | 트립닷컴 |
| 3 | 아시아 여행객 검색 순위 3위 | 서울 | — | 부킹닷컴 |
| 4 | 동아시아 도시 항공예약 증가율 1위 | 서울 | +53% | 트립닷컴 |
| 5 | 동아시아 도시 항공예약 증가율(9위) | 부산 | +108% | 트립닷컴 |
| 6 | 숙소 검색 증가율(전체 1위) | 울산 | +117% | 아고다 |
| 7 | 숙소 검색 증가율 | 부산 | +43% | 아고다 |
| 9 | 방한객 예약 티켓 9위 |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 2026 | — | 트립닷컴 |
표를 보면 워터밤이 유독 자주 등장한다. 서울과 부산 두 도시 버전이 나란히 1·2위다. 그런데 워터밤 서울 2026이 열린 곳이 하필 킨텍스다. 1회차 순위표에서 외국인 입장객 10위(4만 8,357명)에 오른 그 전시컨벤션센터다. 두 순위표가 서로 다른 회사, 다른 방법으로 조사됐는데 같은 건물을 가리켰다.

예약 1위는 워터밤, 무대는 전시장이었다
워터밤 서울 2026은 7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고양 킨텍스 야외 글로벌 스테이지에서 열렸다. 관람객은 약 6만 명, 이 중 외국인 비율이 35%로 2만 1,000명 정도가 물을 맞으러 한국까지 왔다는 뜻이다. 트립닷컴 집계로는 이 티켓이 방한 외국인이 체류 중 예약한 항목 1위, 부산에서 열린 워터밤이 2위,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9위였다. 케이팝이 아니라 야외 물 축제와 록 페스티벌이 여름 예약을 이끌었다.
킨텍스는 원래 국제 전시·회의를 위해 지은 컨벤션센터다. 1회차 순위표에서 이 건물의 외국인 입장객 4만 8,357명 가운데 4만 5,186명이 7월에, 3,171명만 8월에 몰렸다고 지적했었다. 특정 전시 일정에 반짝 몰리는 ‘행사장의 통계’라고 읽었는데, 이번 여름엔 그 반짝임의 정체가 하나 더 드러난 셈이다. 전시홀이 비는 여름 비수기에 야외 주차장과 부지를 통째로 축제 부지로 빌려주는 것이다.
건축적으로 보면 킨텍스 같은 전시컨벤션센터는 애초에 ‘가변적인 빈 공간’을 파는 건물이다. 기둥 없이 넓은 스팬으로 지은 전시홀과, 그 옆에 딸린 대형 옥외 부지는 용도를 미리 못 박지 않은 채로 설계된다. 국제 가전박람회가 열리던 자리가 사흘 만에 워터밤 무대로 바뀔 수 있는 것도 이 무규정성 덕분이다. 궁궐의 마당이 왕의 의례를 위해 비워졌다면, 킨텍스의 야외 부지는 애초에 ‘아무 행사나 들어올 수 있도록’ 비워졌다. 여름 한 철, 전시장이 페스티벌 무대로 용도를 바꿔 입는 셈이다.

서울은 항공 예약 1위, 부산은 증가율이 세 자릿수였다
트립닷컴그룹이 상반기 항공 데이터와 여름 예약을 함께 분석한 결과, 올여름(7~8월) 한국행 인바운드 항공 예약은 전년 대비 63% 급증했다. 동아시아 도시 가운데 서울의 증가율이 53%로 1위였고, 부산은 108%로 9위였다. 순위는 서울이 높지만 증가 속도는 부산이 두 배 가깝다.
한국행 항공 예약 상위 국가는 일본, 대만, 베트남, 홍콩, 중국 본토,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캐나다 순이다. 근거리 아시아권이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독일이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제선 노선이 물리적으로 늘어난 결과이자, 뒤에서 다룰 유럽발 수요 증가와도 맞물린다.

부킹닷컴 — 서울은 검색 3위, 그런데 셋 중 둘은 지방으로 샌다
부킹닷컴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아시아 여행객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3위가 서울이었다. 한국을 찾는 방문객 국적은 대만,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호주, 영국, 싱가포르 순으로 아시아와 유럽·북미·오세아니아에 고르게 퍼져 있다. 특정 몇 개국 쏠림이 아니라는 뜻이다.
더 흥미로운 숫자는 따로 있다. 개별 여행객의 67%가 서울 말고도 부산, 제주, 경주 등 지방을 함께 방문한다는 대목이다. 서울 한 도시만 보고 돌아가는 여행이 이제 소수파라는 뜻이다. 부킹닷컴은 이 흐름을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인프라 확장, AI 기반 맞춤 검색과 함께 소개했다. 검색과 결제가 쉬워질수록 여행자가 스스로 지방 동선을 짜기가 쉬워진다는 논리다.

가장 많이 뛴 도시는 울산이었다, 이유는 축제 날짜 하나
아고다가 집계한 2026년 상반기 인바운드 숙소 검색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도시는 부산도 서울도 아닌 울산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7% 늘었다. 부산도 43% 늘긴 했지만 울산의 증가 폭에는 못 미친다.
배경은 단순하다. 울산시가 매년 열던 ‘울산서머페스티벌’을 ‘울산뮤직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고 개최 시기를 한여름 8월에서 6월로 앞당겼다. 2026년 행사는 6월 14~15일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렸다. 폭염을 피해 관람 환경을 쾌적하게 바꾸고 전문 음악 축제 형식을 도입한 결과, 검색량이 가장 가파르게 뛴 도시가 됐다.
건물 하나, 관광지 하나가 아니라 축제 일정표 한 줄이 도시의 검색 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태화강 국가정원은 강변의 십리대숲을 낀 도심 하천 공원인데, 이 정원 무대와 강변 무대를 오가며 축제를 여는 방식 자체가 울산이 가진 하천 공간을 다시 여행 상품으로 포장한 사례이기도 하다.

유럽은 새 항공노선을 따라 검색량이 늘었다
아고다가 4~6월 검색 데이터로 7~8월 여행 수요를 짚은 자료에서는 유럽발 관심이 두드러진다. 국가별 검색 상위는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순이고 이탈리아가 새로 순위권에 들어왔다. 유럽 여행객이 한국 안에서 선호하는 도시는 서울, 부산, 제주, 인천, 경주로 지난해와 순서가 같다. 신흥 시장의 증가율은 더 극적이다. 우크라이나 302%, 키프로스 259%, 오스트리아 62%가 늘었다.
이 증가에는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버진애틀랜틱이 2026년 3월 29일부터 인천-런던 히드로 노선에 주 7회 직항을 새로 띄웠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영국 경쟁당국이 요구한 슬롯 배분으로 성사된 노선인데, 한국과 영국을 잇는 유일한 영국 국적기다. 이틀 뒤인 3월 31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인천-밀라노 노선을 새로 열었다. 로마 노선에 이은 두 번째 이탈리아 직항이다. 이탈리아가 이번 여름 검색 순위에 신규 진입한 건 우연이 아니다. 노선이 먼저 뚫리고, 여행지가 뒤따라 뜬다.

경주 — 고속철이 만든 삼각형
트립닷컴 예약 데이터에서 기차 노선은 서울-부산이 가장 많았고, 부산-경주와 서울-경주가 그 다음으로 예약이 몰렸다. 세 도시가 KTX망 위에서 삼각형을 이루고, 경주가 그 한 꼭짓점이다. 1회차 순위표에서 불국사가 외국인 입장객 7위(9.0% 증가), 석굴암이 20위로 이미 이 도시가 서울 밖 전통 건축 중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짚었는데, 기차 예약 데이터는 그 이유를 하나 더 보여준다. 경주는 부산에서도, 서울에서도 반나절 안에 닿는 위치에 있다.
궁궐이나 절 같은 오래된 건축이 목적지 그 자체라면, 고속철은 그 목적지를 다른 목적지와 엮는 장치다. 부산에서 워터밤을 보고 경주에서 불국사를 본 다음 서울로 돌아가는 동선이 KTX 시간표 하나로 가능해진다. 도시 하나하나의 매력과는 별개로, 철도망의 모양이 여행자의 동선을 그린다.

두 순위표의 간극이 말해주는 것
1회차는 “외국인이 돈과 시간을 들여 찾아가는 한국 건축은 여전히 궁궐과 절”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데이터는 게이트가 있는 관광지점만 세는 정부 통계였다. 이번 OTA 데이터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예약과 검색에서 앞자리를 차지하는 건 물 페스티벌, 록 페스티벌, 도심 검색량, 새로 뚫린 항공노선이다. 같은 여름을 다른 층위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순위표가 나온다는 뜻이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게이트를 통과해 들어가는 건축은 여전히 궁궐과 절이다. 다만 그 건축을 둘러싼 도시로 시야를 넓히면, 전시장은 축제 무대가 되고 공원은 페스티벌 부지가 되며 공항은 새 노선 하나로 여행지의 순위를 바꾼다. 2026년 8월 확정 입국관광통계는 9월 28일 나온다. 그 숫자가 나오면 이번 여름 건물 순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3회차에서 다시 짚어볼 만하다.






보조 자료: 워터밤 서울 2026·울산뮤직페스티벌 2026 공식 발표, 버진애틀랜틱·아시아나항공 신규 노선 취항 자료
사진: Wikimedia Commons(CC BY·CC BY-SA·CC0)
기획: 순위로 보는 건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