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뜯어낸 보도블록이 벤치가 됐다 — 스톡홀름의 순환 가구 실험

도로를 다시 깔 때마다 멀쩡한 보도블록이 무더기로 뜯겨 나간다. 구조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규격이 안 맞거나 공사 계획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폐기장으로 향한다. 디자이너 니콜라스 니멘(Nicholas Niemen)은 이 블록들이 갈 곳을 하나 더 만들었다.

스웨덴 스톡홀름시의 ‘레반데 스톡홀름(Levande Stockholm)’ 프로그램과 협업한 프로젝트 ‘리:스톡홀름(Re:Stockholm)’이다. 도로 보수와 인프라 교체 과정에서 나온 콘크리트 보도블록, 맨홀 구조물 같은 도시 자재를 공공 가구로 바꿨다. 완성된 벤치와 테이블은 여름 보행자거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호른스툴스 스트란드(Hornstulls Strand)에 설치됐다.

새 자재 대신, 시가 이미 가진 재고에서 시작

출발점은 관찰이었다. 스톡홀름의 도로 보수와 인프라 개선이 반복되면서, 여전히 구조적으로 튼튼한 보도블록과 콘크리트 우물통이 계속 서비스에서 빠져나온다는 사실이다. 니멘은 새 자재를 규격에 맞춰 주문하는 대신, 시가 이미 보유한 자재 재고에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어떤 재료를 회수할 수 있는지가 먼저였고, 형태는 그다음이었다.

리:스톡홀름 벤치·테이블이 설치된 호른스툴스 스트란드
사진: Nicholas Niemen, 제공

회수한 자재마다 크기와 무게, 상태가 제각각이었다. 그래서 정해진 도면을 따르는 대신, 각 부재의 특성이 형태와 구성을 그때그때 결정하도록 설계 방식을 바꿨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새 제품을 규정하는 일에서, 도시에 이미 존재하는 재료 속 잠재력을 찾아내는 일로 옮겨간 셈이다.

무게를 숨기지 않는 디자인

제작 방식도 현실적인 제약에서 나왔다. 대부분의 작업을 한 명의 제작자가 감당했기 때문에, 각 가구는 한 사람이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무게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완성된 가구는 스톡홀름시가 표준 장비로 운반·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이런 물류상의 제약이 오히려 형태를 결정하는 요소가 됐고, 그 결과 회수 자재의 무게감과 내구성, 세월의 흔적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투박한 형태가 나왔다.

도시의 모든 재료를 스톡홀름 안에서만 조달했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자재 창고로 바라본다. 철거는 폐기가 아니라 자재를 수확하는 과정이 되고, 버려질 인프라는 새로운 공공 개입의 밑천이 된다. 새 자재를 사는 대신 이미 있는 것을 다시 보는 태도, 순환 디자인이 거창한 신소재 없이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re:stockholm converts leftover construction waste into robust public furni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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