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나 명절마다 가족 별장에 모이는 건 근사한 전통이지만, 며칠만 지나면 다시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스티네센 아르키텍투르(Stinessen Arkitektur)의 건축가 스노레 스티네센(Snorre Stinessen)은 이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트롬쇠(Tromsø)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거리, 말랑엔 반도(Malangen Peninsula)에 최근 완공된 이 별장은 피오르를 내려다보는 두 개의 캐빈 군집으로 나뉜다. 하나는 ‘메인 건물’, 다른 하나는 ‘별채(annex)’로 불리며, 각각 기능에 따라 나뉜 별도의 매스로 구성된다. 두 군집은 벽난로와 아웃도어 키친을 갖춘 지붕 덮인 중앙 마당으로 연결되고, 이 마당이 곧 집 전체의 입구 역할을 한다.

슬라이딩 오크 도어로 여는 중앙 마당
이 집으로 들어서는 첫 관문은 지붕이 덮인 중앙 마당에 놓인 슬라이딩 오크 도어다. 스티네센은 이 공간을 “별도의 난방 없이도 반쯤 온도가 조절되는, 보호된 완충지대”라고 설명한다. 메인 건물과 별채 사이에 낀 이 마당은 단순한 통로를 넘어, 여름철 자연 환기를 돕는 또 하나의 장치로 기능한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이 마당을 거치면 실내 공기가 한결 부드럽게 순환된다고 한다. 오크로 짠 커다란 슬라이딩 도어는 묵직한 재료임에도 손끝 하나로 여닫히도록 설계돼, 사용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다.

메인 건물과 별채를 잇는 인비트윈 공간
중앙 마당을 지나면 메인 건물 군집으로도, 별채 군집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 두 매스 사이에는 콘크리트 바닥과 목재 슬랫 천장으로 마감된 ‘인비트윈(in-between)’ 공간이 자리해 서로 다른 볼륨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통유리 한 장이 바깥 풍경을 그대로 프레임처럼 담아내면서도, 공간 자체는 아늑하게 보호된 느낌을 준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명확히 가르지 않으면서도 각 볼륨의 프라이버시는 지키는, 절제된 완충 장치인 셈이다.

옹이 없는 오크로 마감한 오픈 리빙
메인 건물은 크게 두 개의 볼륨으로 나뉜다. 한쪽에는 아이방과 작은 세컨드 리빙룸이, 다른 한쪽에는 메인 욕실과 마스터 침실이 자리한다. 두 볼륨은 오픈형 주방과 다이닝, 거실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실내 벽면은 옹이 없는 오크로 마감해, 어두운 톤의 외장과 대비되는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군더더기 없는 목재의 결이 공간 전체에 차분한 리듬을 더한다.

여름 저녁을 위한 남향 테라스
거실 한쪽의 아늑한 코너는 남향으로 열린 야외 공간과 곧바로 연결된다. 가족들은 이곳에서 여름철 따뜻한 저녁이면 함께 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실내에서 실외로 이어지는 동선이 매끄러워, 날씨가 허락하는 한 언제든 자리를 옮겨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커다란 개구부 덕분에 실내에 앉아 있어도 피오르의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개방감이 느껴진다.

황산철로 검게 그을린 오크 천장
또 다른 인비트윈 공간에서는 유리 한 장이 바깥 풍경을 조용히 프레임에 담는다. 이곳 천장은 모두 오크 슬랫으로 짜여 있는데, 황산철 처리를 거치며 목재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반응해 자연스럽게 검은빛을 띠게 됐다. 스티네센은 “가볍고 검은 천장이 시각적으로는 바깥과의 연결에서 한 발 물러난다”고 설명한다. 검게 가라앉은 천장과 밝은 바깥 풍경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공간에 묘한 깊이감을 더한다.

별채, 사우나와 손님방이 머무는 곳
별채 역시 두 개의 볼륨으로 구성되며, 유틸리티룸과 사우나, 게스트룸, 액티비티룸을 나눠 담고 있다. 스티네센은 “각 방 그룹을 별도 볼륨으로 나눈 건 프라이버시를 한 겹 더하기 위해서”라며 “동시에 메인 공간이 숲속 공터, 그리고 전이 공간을 통해 바깥과 맺는 접촉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한다. 커스텀 제작한 삼나무 사우나는 유리벽 하나로 바깥과 마주하고 있어, 열기 속에서도 피오르의 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온다. 뜨거운 실내와 차가운 북유럽의 공기가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선다고 해야 할까.

모든 방에서 이어지는 통유리 전망
이 집의 거의 모든 실에는 넓은 통유리창이 자리해, 어느 방에 있든 대지가 품은 풍경을 놓치지 않도록 배려했다. 실내 어디서나 시선이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향하도록 설계된 셈이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피오르의 표정이 실내 풍경의 일부가 된다. 창이 많다고 해서 프라이버시가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볼륨 간 배치와 방향이 이미 그 균형을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을 기다려 얻은 삼나무 외장의 패티나
외장, 그리고 일부 내장에 쓰인 삼나무 스트립은 황산철로 처리한 뒤 조립 전까지 몇 달간 야외에 그대로 두어 자연스럽고 고른 패티나를 얻었다. 시간과 날씨에 재료를 맡기는 이 방식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인위적이지 않은 깊이를 만들어낸다. 짙게 가라앉은 외피는 눈 덮인 북유럽의 겨울, 그리고 초록이 무성한 여름 풍경 모두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료가 스스로 완성돼가는 건축이라고 할 만하다.

피오르를 담은 마지막 풍경
집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이 모든 볼륨과 마당이 결국 피오르를 향해 놓여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모이고 싶을 때는 중앙 마당과 오픈 리빙이, 혼자이고 싶을 때는 각자의 볼륨과 인비트윈 공간이 그 역할을 나눠 맡는다. ‘함께’와 ‘따로’라는 상반된 요구를 커다란 하나의 매스가 아니라 여러 개의 작은 볼륨과 그 사이 여백으로 풀어낸 집이다. 가족이라는 관계 안에 있는 거리감의 문제를, 건축이 꽤 섬세하게 중재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