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에서 노벨상에 비견되는 상이 하나 있다. 매년 이 상의 수상자가 발표되면 전 세계 건축 매체가 한 명의 이름에 집중한다. 올해 그 이름은 칠레의 건축사 스밀얀 라디치 클라크(Smiljan Radić Clarke)였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2026년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라디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1979년 제정된 이 상의 제55대 수상자다. 라디치는 1965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크로아티아 출신 아버지와 영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칠레 가톨릭대학과 이탈리아 베네치아 건축대학에서 공부한 뒤, 1995년 산티아고에 자신의 이름을 딴 건축사사무소를 열었다.

콘크리트·돌·목재·유리, 그리고 빛과 소리
라디치의 건축은 형식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구성의 규율을 통해 작품을 완성해 나간다. 콘크리트, 돌, 목재, 유리 같은 재료와 무게, 빛, 소리가 함께 조직되고 표현된다. 언뜻 엄격하거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작품도 있지만, 실제로는 정밀한 공학을 바탕으로 한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Alejandro Aravena)는 라디치를 두고 “아직 손대지 않은 한계를 탐구하며, 우리를 건축 환경과 인간이라는 가장 깊은 핵심으로 이끌어 주는 건축사”라고 평가했다.
런던의 파빌리온, 칠레의 극장과 주택
대표작 중 하나는 2014년 영국 런던에 세운 서펜타인 갤러리 파빌리온(Serpentine Gallery Pavilion)이다. 빛을 그대로 두지 않고 필터링해 들이며, 부분적으로만 기능하는 울타리를 통해 방문객이 주변 공원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 쉼터를 경험하게 했다. 2018년 칠레 콘셉시온에 지은 테아트로 레지오날 델 비오비오(Teatro Regional del Biobío)에서는 건축이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되면서 질감과 질량이 중심 역할을 한다.
2023년 산티아고의 주택 페케뇨 에디피시오 부르게스(Pequeño Edificio Burgués)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도시와의 관계를 놓지 않는다. 유리 패널로 비·소리·빛의 변화와 도시 풍경을 함께 담아내고, 외부에서는 체인링크 커튼 등으로 시선을 가려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라디치의 활동 무대는 칠레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30년간 알바니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에서 문화·시민 공간부터 상업 건물, 개인 주거지, 설치물까지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라디치는 수상 소감에서 “항상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는 환경과, 무심하게 지나가는 세상을 잠시 멈추고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공간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프리츠커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0만 달러와 메달이 주어진다.
완결된 형태보다 미완의 긴장을 택하는 건축, 그러면서도 구조적으로는 흔들림이 없는 건축. 프리츠커 위원회가 라디치를 호명한 이유는 결국 여기에 있다. 재료와 빛, 소리를 다루는 방식이 남다른 건축사의 작업을 국내에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