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짓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한다 — 모듈러 건축, 법이 뒷받침한다

건물 하나를 다 지으려면 보통 현장에 사람이 몇 달이고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벽과 바닥, 배관과 마감까지 끝낸 방 하나를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트럭에 싣고 와, 현장에서는 크레인으로 들어 쌓기만 하면 되는 방식이 있다. 모듈러 건축이다. 공기 단축과 안전사고 예방이라는 확실한 장점에도 정작 국내에서는 좀처럼 확산되지 못했는데, 그 발목을 잡아온 규제를 손보려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다시 시작됐다.

김종양 국회의원(국민의힘·경남 창원시의창구)이 ‘모듈러 건축 활성화 및 지역 중소기업 상생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건설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 건설업계와 상생할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고령화와 인력 부족, 안전사고 위험이라는 건설업계의 구조적 문제를 풀 대안으로 모듈러 공법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번 제정안의 골자다.

왜 지금까지 확산되지 못했나

모듈러 건축은 건물의 주요 구조부를 공장 등 현장 밖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는 조립만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반 공법 대비 공기를 20~30% 단축할 수 있고, 공장에서 만드는 만큼 품질이 균일하며, 고소 작업이 줄어드는 만큼 안전사고 위험도 낮다. 신기술로 주목받아 온 이유다.

문제는 법과 제도가 여전히 현장 중심의 전통적 공법을 기준으로 짜여 있다는 데 있다. 공장에서 미리 만든 구조물이 현장 시공과 같은 잣대로 규제받다 보니, 장점이 뚜렷한데도 실제 확산 속도는 더뎠다. 이번 특별법은 바로 이 지점, 모듈러 건축의 특징과 맞지 않는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심의위원회부터 지역업체 의무 비율까지

제정안의 핵심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5년마다 모듈러 건축산업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문적인 심의를 위한 ‘모듈러 건축 심의위원회’를 구성·운영하도록 한 부분이다. 공공부문 발주에서 대형 건설사 위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공동계약을 활성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는 지역업체를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하도록 의무화한 점도 눈에 띈다.

품질 관리를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됐다. 모듈러 생산 공장의 품질을 인증하는 ‘모듈러 생산 인증제도’와, 건축물의 완성도·사전 제작률을 평가하는 ‘모듈러 건축인증제도’가 그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거나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관리 감독 규정도 신설했다.

완공된 모듈러 사무 건물
이미지: Wikimedia Commons, ‘Algeco modular office building’ ⓒ Axel Bleyer (CC BY-SA 4.0)

이 법안이 다른 점은 단순히 신기술 하나를 밀어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형 건설사와 지역 중소 건설사의 상생 구조를 법률에 못박고, 생산·설계·품질 인증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을 함께 육성하겠다는 틀을 세웠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꼽힌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가 줄어드는 동시에, 지역 중소 건설사들이 모듈러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기회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러 건축을 둘러싼 법안이 국회에 오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만큼 산업계의 요구가 누적돼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장에서 미리 짓고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는 방식이 특수한 실험이 아니라 표준적인 선택지가 되려면, 결국 이런 제도의 뒷받침이 관건이다. 법이 실제로 산업 현장의 속도를 얼마나 따라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에너지프로슈머 — “공장서 짓고 현장서 조립”…모듈러 건축 활성화 특별법 추진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무대 뒤에 벽이 없다, 사유원 야외음악당 ‘심포니6’ 국제건축상

대구 사유원 야외음악당 ‘심포니6’가 2026 인터내셔널 아키텍처 어워즈 공공공간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탈리아 건축가가 설계한 코르텐강 무대는 뒷벽 없이 팔공산 능선을 배경으로 삼는다.

가구가 아니라 금속 조각을 들이는 기분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조명, 의자, 모듈형 수납까지. 디진(Dezeen)이 이번 주 소개한 금속 소재 제품들과 한국 브랜드 플랫포인트의 모듈 시스템을 살펴본다.

1981년 당시 건축을 그대로 두면서 리노베이션한 이화동 ‘시간의 집’

2018년도에 리노베이션을 한 1981년 만들어진 주택이다. 건물 내외부에는...
00:11:18

고가 아래 체육관! 버려진 땅 재활용! 

두 소장의 건축물 탐방기, 되면 간다! 교각 아래 버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