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다리를 걷다 보면 옆을 스치는 차 소리에 걸음이 흐트러지는 순간이 있다. 서울 잠수교는 곧 그 소리가 사라지는 다리가 된다. 서울시는 8일 이달 26일 0시부터 잠수교 차량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공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1976년 차량이 다니는 다리로 개통한 지 50년 만이다. 조선비즈는 이를 두고 차량 통행이 영구적으로 중단된다고 단독 보도했다.
서울시가 내건 목표는 서울시 최초의 ‘한강 보행전용교’다. 내년 8월까지 보행데크 확장과 포장공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잠수교 보행전용교 전환, 공사 내용은
계획에서 눈에 띄는 건 걷는 속도를 늦추는 장치들이다. 한강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조망 공간 22곳이 새로 생긴다. 선박이 지나는 항로 구간 2곳에는 바닥 아래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투명데크가 놓인다. 북단은 지하보차도 구간까지 차도를 비워 전면 보행 공간으로 바꾸고, 용산·이태원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접근로도 다듬는다.
공사 중에도 보행자와 자전거는 계속 다닐 수 있다. 서울시는 작업 공간과 통행 공간을 나눠 관리하겠다고 했다. 보도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다. 조망 공간 22곳을 보행 데크 22곳으로 쓴 기사도 있고, 공연장과 휴식 공간 조성을 함께 언급한 기사도 있다. 이 기사는 서울시 발표를 정리한 헤럴드경제 보도를 기준으로 썼다.
도로를 걷는 광장으로 바꿀 때 달라지는 것
잠수교는 처음부터 별난 다리였다. 다른 한강 교량보다 수면에 가까이 붙어 있어서 반포대교 달빛무지개분수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이 거리감은 차창 밖 풍경이었다면, 앞으로는 걷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맛보는 풍경이 된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온 게 아니다. 2008년 왕복 4차로 가운데 2개 차로를 보행자와 자전거 공간으로 돌렸고, 이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로 차가 없는 날을 실험해 왔다. 이번에는 남은 차도까지 걷어낸다. 도로 단면을 한 번에 뒤집지 않고 18년에 걸쳐 차로를 한 줄씩 사람에게 돌려준 셈이다. 앞서 소개한 ‘차 없는 잠수교’ 마지막 시즌 소식에서 전한 전면 보행화 계획이 이번에 공사 일정으로 구체화됐다.
도시 설계로 보면 교통 시설을 체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 차도 폭은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폭이 되고, 22곳의 조망 공간은 걷다가 멈출 이유를 만든다. 서울 고가도로를 걷는 길로 바꾼 서울로7017이나 폐고가철도를 공원으로 바꾼 뉴욕 하이라인이 그랬듯, 낡은 인프라를 보행 공간으로 돌릴 때 성패를 가르는 건 길 자체보다 멈추는 자리다.
야간 조명도 숙제로 남는다. 지금 이 일대의 빛은 달빛무지개분수 조명과 차량용 가로등이 주도한다. 높은 가로등은 멀리 비추는 데 맞춰져 있지만, 걷는 다리에서는 눈높이 아래로 번지는 낮은 조명이 훨씬 편안하다. 난간 하부에 라인 조명을 매립하고 2700~3000K의 따뜻한 색온도를 쓰면 눈부심 없이 길을 읽히게 할 수 있다. 세부 설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니, 보행 전용 다리에서 흔히 쓰는 방식을 짚어 본 것이다.
버스는 반포대교로, 정류장 2곳은 문을 닫는다
차량이 빠지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건 버스다. 잠수교를 지나던 740번과 405번 시내버스는 상·하행 모두 반포대교로 우회한다. 잠수교 남단의 ‘반포한강공원·세빛섬’ 정류장(양방향 2곳)은 폐쇄되고, 대체 정류장은 ‘반포대교남단·한강시민공원입구’다. 서울시 교통영향분석에서는 차량이 반포대교로 돌아가면서 통행속도가 소폭 줄지만 교통서비스 수준은 지금과 같을 것으로 나왔다.

남은 변수는 물이다. 잠수교는 이름 그대로 집중호우 때 물에 잠겨 통제되는 다리다. 보행 데크와 투명데크가 수면 가까이에 놓이는 만큼, 침수 때 안전과 복구를 어떻게 설계했는지는 서울시가 앞으로 공개할 세부 설계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헤럴드경제 — 잠수교, 50년만 보행전용교로 변신…26일부터 차량 전면통제
위키트리 — 10월 26일부터 차단…앞으로 자동차는 절대 못 다니는 ‘한강 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