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 신전 사진을 보면 기둥 머리 모양이 저마다 다릅니다. 어떤 기둥은 소박하고, 어떤 기둥은 소용돌이 장식이 있고, 어떤 기둥은 나뭇잎이 무성합니다. 이 차이를 부르는 이름이 바로 오더(Order)입니다.

이번에는 고전 건축의 첫 관문인 기둥과 오더를 다룹니다. 기둥 하나와 그 위에 얹히는 보까지, 스무 개 용어만 알면 유럽 도시의 은행, 박물관, 관공서 정면이 갑자기 읽히기 시작합니다. 건축학과 1학년 첫 서양건축사 수업의 단골 시험 범위이기도 합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Order | 오더 · 건축의 질서 | 기둥과 그 위의 보까지 하나로 묶은 고전 건축의 표준 세트 |
| Doric | 도릭 · 도리아식 | 가장 단순하고 든든한 인상을 주는 그리스 최초의 오더 |
| Ionic | 아이오닉 · 이오니아식 | 기둥 머리의 소용돌이 장식이 트레이드마크인 우아한 오더 |
| Corinthian | 코린시안 · 코린트식 | 아칸서스 잎으로 장식한 가장 화려한 오더 |
| Tuscan | 터스칸 · 투스칸식 | 로마가 만든 가장 소박한 오더 |
| Composite | 컴포짓 · 콤포지트식 | 이오니아의 소용돌이와 코린트의 잎을 합친 오더 |
| Capital | 캐피털 · 주두 | 기둥 맨 위에서 보를 받아 주는 머리 부분 |
| Fluting | 플루팅 · 기둥 홈 | 기둥 몸통을 따라 세로로 판 홈 |
| Entasis | 엔타시스 · 배흘림 | 기둥 중간을 살짝 볼록하게 만든 눈속임 기술 |
| Abacus | 애버커스 · 주판 | 기둥 머리 맨 위의 네모난 판 |
| Volute | 볼루트 · 소용돌이 장식 | 두루마리를 말아 놓은 듯한 나선 장식 |
| Acanthus | 아칸서스 · 아칸투스 | 코린트식 기둥 머리를 덮는 잎 무늬 |
| Base | 베이스 · 주초 | 기둥 몸통 아래에서 무게를 바닥으로 넓게 전달하는 받침 |
| Shaft | 샤프트 · 기둥 몸통 | 받침과 기둥 머리 사이의 긴 원통 |
| Entablature | 엔타블러처 · 수평 구조부 | 기둥 위에 얹히는 보 전체를 부르는 이름 |
| Architrave | 아키트레이브 · 대들보 | 엔타블러처의 맨 아래, 기둥을 직접 잇는 큰 보 |
| Frieze | 프리즈 · 띠 장식 | 엔타블러처의 가운데, 조각이나 장식이 놓이는 띠 |
| Cornice | 코니스 · 처마 돌림띠 | 엔타블러처 맨 위에서 앞으로 튀어나온 지붕 선 |
| Triglyph | 트라이글리프 · 세줄 무늬 | 도리아식 프리즈의 세로 홈 세 줄 장식 |
| Metope | 메토프 · 벽면 판 | 두 트라이글리프 사이의 네모난 패널 |

오더는 기둥(밑동·몸통·머리)과 그 위에 얹히는 수평 부재(엔타블러처)를 비례에 맞춰 묶은 하나의 규칙 세트입니다. 기둥 굵기를 기준으로 높이와 간격, 장식이 정해집니다.
그리스에서 도리아·이오니아·코린트 세 가지가 자리 잡았고, 로마가 여기에 투스칸과 콤포지트를 더해 다섯 가지가 됩니다. 르네상스 건축가들이 이 다섯 가지를 책으로 정리하면서 서양 건축의 기본 문법이 되었습니다.
도리아식은 기둥 밑동에 받침(베이스)이 없이 바닥에 바로 서고, 기둥 머리도 단순한 접시와 네모판으로 이루어집니다. 굵고 낮아서 힘 있는 인상을 줍니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이 대표적입니다. 전체 비례가 남성적이라고 표현되기도 하는데, 장식보다 구조의 당당함으로 승부하는 오더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이오니아식은 도리아식보다 날씬하고, 밑동에 받침이 있으며 기둥 머리 양쪽에 두루마리처럼 말린 소용돌이(볼루트)가 달립니다. 정면에서 보면 기둥 위에 양 갈래 소용돌이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아테네의 에레크테이온이 대표 사례입니다. 도리아식보다 섬세하고 가벼워서 관공서, 도서관, 은행처럼 품격을 보여주고 싶은 건물에 두고두고 사랑받았습니다.

코린트식은 이오니아식처럼 날씬하지만 기둥 머리가 훨씬 화려합니다. 종을 거꾸로 세운 모양 위에 아칸서스 잎이 여러 겹 감싸고, 모서리에 작은 소용돌이가 붙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소녀의 무덤 위에 놓인 바구니를 뚫고 아칸서스가 자란 것을 보고 조각가가 착안했다고 합니다. 그리스에서는 실내에 주로 쓰이다가 로마에서 크게 유행했고, 아테네의 올림피에이온과 로마 판테온 정면의 기둥이 이 양식입니다.

투스칸은 이탈리아 중부 에트루리아 지역에서 나온 로마식 오더입니다. 도리아식을 더 간소하게 만든 모양으로, 기둥 몸통에 세로 홈이 없고 밑동에 받침이 있으며 장식은 거의 없습니다.
수수하기 때문에 튼튼함이 필요한 1층 기둥이나 회랑에 자주 쓰입니다. 콜로세움 1층의 반원 기둥도 투스칸 계열로 설명됩니다.

이름 그대로 ‘합성’된 오더입니다. 기둥 머리 아래쪽은 코린트식의 아칸서스 잎, 위쪽은 이오니아식의 큰 소용돌이가 자리합니다. 가장 장식이 많은 오더로 꼽힙니다.
로마 제국이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개선문에 즐겨 사용했습니다. 티투스 개선문이 초기 대표 사례로 자주 소개됩니다.

오더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둥 머리를 보는 것입니다. 도리아식은 단순한 둥근 방석과 네모판, 이오니아식은 소용돌이, 코린트식은 잎사귀 다발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보의 무게를 기둥 몸통으로 넓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디자인적으로는 그 건물의 격을 알려주는 얼굴 역할을 합니다. 건축학과에서는 ‘주두’라는 한자어로 더 자주 부릅니다.

그리스 기둥의 몸통에는 세로로 길게 오목한 홈이 파여 있습니다. 홈 덕분에 빛이 닿을 때 그림자가 생겨 기둥이 더 길고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도리아식은 홈 사이 모서리가 날카롭게 만나고, 이오니아식과 코린트식은 홈 사이에 좁고 평평한 띠가 남는 것이 특징입니다. 반대로 홈이 없는 매끈한 기둥은 ‘언플루티드’라고 부릅니다.

똑바른 기둥은 멀리서 보면 오히려 가운데가 홀쭉해 보이는 착시가 있습니다. 그리스 건축가들은 기둥 중간을 아주 조금 부풀려 이 착시를 바로잡았고, 그 결과 기둥이 팽팽하고 생생해 보입니다.
파르테논 기둥이 대표 사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같은 원리를 쓴 ‘배흘림기둥’이 있습니다. 부석사 무량수전이 유명한데, 동서양이 각자 같은 착시를 발견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기둥 머리 위에 올려져 위의 보와 직접 닿는 평평한 판입니다. 이름은 계산에 쓰는 주판과 같은 말에서 왔습니다.
도리아식에서는 단순한 사각판이고, 코린트식에서는 모서리를 오목하게 파낸 모양이 됩니다. 이 판이 얇아 보이는지 두꺼워 보이는지만 봐도 오더 구별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오니아식 기둥 머리의 상징인 나선형 장식입니다. 양의 뿔이나 두루마리를 닮았다고 하고, 정면에서 보면 두 개의 원이 나란히 있는 모습입니다.
코린트식 기둥 머리 모서리에도 작은 볼루트가 붙고, 이후 르네상스와 바로크 건축에서는 지붕과 벽을 이어 주는 곡선 브래킷으로 자주 재활용됩니다. 로마 교회 정면 양옆의 커다란 소용돌이 장식이 그 예입니다.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가시 돋친 잎을 가진 식물이고, 그 잎을 도안화한 장식이 코린트식과 콤포지트식 기둥 머리에 쓰입니다. 잎 끝이 뾰족하게 말려 있어 그림자가 풍성하게 생깁니다.
이 문양은 오더를 벗어나 가구, 스테인드글라스, 벽지, 윌리엄 모리스의 패턴 디자인까지 퍼져 갔습니다. 인테리어 소품에서 마주치는 잎 문양이 실은 2천 년 넘은 건축 장식의 후손입니다.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투스칸 기둥에는 몸통 아래에 둥근 도넛 모양 받침이 있습니다. 좁은 기둥의 무게를 넓은 바닥으로 퍼뜨려 주고, 시각적으로도 기둥이 땅에 안정감 있게 서게 합니다.
반면 그리스 도리아식은 받침이 없이 바닥에 바로 서 있습니다. 받침의 유무는 오더를 구별하는 두 번째 단서입니다.

기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통형 몸통입니다. 규모가 큰 신전에서는 통돌 하나가 아니라 원판 모양의 돌(드럼)을 층층이 쌓고 가운데를 맞춰서 세웁니다.
샤프트에는 앞서 본 플루팅과 엔타시스가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기둥은 밑동, 몸통, 머리의 세 부분이라는 단순한 구성 안에 무수한 디테일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엔타블러처는 기둥 머리 바로 위부터 지붕 아래까지의 수평 띠를 통째로 부르는 말입니다. 아래부터 아키트레이브, 프리즈, 코니스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오더를 정면에서 보면 기둥이 세로 축, 엔타블러처가 가로 축을 그립니다. 이 두 축의 비례가 고전 건축의 미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키트레이브는 ‘으뜸 보’라는 뜻으로 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질러 놓이는 가장 아래쪽의 굵은 보입니다. 그 위의 프리즈와 코니스의 무게를 기둥으로 전달합니다.
창문이나 문 둘레를 감싸는 액자 모양 몰딩도 같은 이름으로 부릅니다. 현대 주택 인테리어에서 문틀을 두르는 ‘케이싱’이 그 축소판입니다.

아키트레이브와 코니스 사이의 가운데 띠입니다. 조각 그림을 새기기 좋은 자리라서 신화나 행렬의 장면이 이곳에 자주 등장합니다.
도리아식 프리즈는 뒤에 나올 트라이글리프와 메토프가 번갈아 놓이고, 이오니아식은 이야기가 끊김 없이 이어지는 연속 띠 조각이 들어가곤 합니다. 인테리어에서 벽 상단에 두르는 장식 띠도 프리즈라고 합니다.

코니스는 엔타블러처의 가장 위에서 앞으로 내민 부분입니다. 빗물이 벽 위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물을 벽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실용적인 역할을 하고, 건물 윤곽선을 또렷하게 마무리하는 시각 효과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유럽 도시의 석조 건물 꼭대기에서 볼 수 있고, 실내에서는 천장과 벽이 만나는 곳에 두르는 몰딩을 코니스라고 부릅니다.

도리아식 프리즈에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세로 홈 세 줄짜리 판입니다. 초기 목조 신전의 보 끝을 돌로 옮겨 놓은 흔적이라는 해석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리듬감 있는 패턴이 도리아식 신전 정면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기둥과 트라이글리프의 위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모서리 처리가 건축가에게 늘 어려운 숙제였다고 합니다.

트라이글리프 사이의 빈 칸을 채우는 사각 패널입니다. 비워 두거나 그림을 넣기도 하지만 주로 부조 조각으로 채웁니다.
파르테논의 메토프는 신들과 거인, 그리스인과 켄타우로스의 전투 등 신화 장면을 담았습니다. 신전 정면을 위에서 아래로 읽는 오더 공부의 마지막 재미있는 대목입니다.
오늘의 정리
기둥은 밑동(Base)·몸통(Shaft)·머리(Capital), 그 위 보는 아키트레이브·프리즈·코니스로 외우면 됩니다. 머리가 단순하면 도리아, 소용돌이면 이오니아, 잎사귀면 코린트, 둘이 섞이면 콤포지트입니다. 이 정도만 알아도 유럽 여행에서 만나는 고전풍 건물의 정면이 읽히기 시작합니다.
다음 12회는 기둥 위에 얹히는 삼각 지붕부터 아치, 볼트, 콜로세움의 좌석과 지하 통로까지 다룹니다. 「신전과 로마 건축, 콜로세움 읽기」 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