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뭄바이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떨어진 카르자트(Karjat)에는 폭 30미터짜리 물길이 땅을 가로지르는 대지가 있다. 건축사무소 월메이커스(Wallmakers)는 이 갈라진 땅에 집을 짓기로 하면서 다소 엉뚱한 결론에 도달했다. 다리를 놓는 김에 그 다리 안에다 살림을 차리기로 한 것이다.
결과물은 이름 그대로 브릿지 하우스(Bridge House)다. 7미터 깊이의 협곡을 가로지르는 100피트 길이의 구조물 전체가 곧 집이다. 짚과 진흙을 겹겹이 덧입힌 외피는 멀리서 보면 거대한 천산갑 한 마리가 숲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협곡 때문에 태어난 다리 모양
건축주가 처음 요구한 건 침실 네 개짜리 418제곱미터 규모의 주말 별장이었다. 문제는 땅이었다. 두 필지가 폭 30미터의 물길을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었고, 그 아래로는 계절마다 개울이 흘렀다. 하천을 준설할 굴착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과 높이까지 확보해야 했으니, 조건은 처음부터 까다로웠다. 자재를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지역이라 월메이커스는 현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문제를 풀기로 했고, 결론은 뜻밖에 단순했다. 두 땅을 잇는 다리를 놓고, 그 다리를 그대로 집으로 만들면 됐다.
철골 위에 두른 진흙과 짚
구조의 뼈대는 최소한의 철제 파이프와 인장재로 짠 스틸 케이블 그리드다. 네 개의 쌍곡포물면이 이어지며 다리 특유의 곡선을 만들어낸다. 이 그리드 위에 먼저 진흙을 발라 압축강도를 확보하고, 그 위에 인근에서 구한 짚으로 다시 마감했다. 짚 지붕은 원래 인도에서도 벌레가 꼬이고 손이 많이 가서 점점 자취를 감추던 공법인데, 짚 밑에 진흙층을 하나 더 깔아 해충이 파고들 틈을 없앤 게 이 집의 발명에 가깝다. 오래된 재료 두 가지를 겹쳐 쓴 것만으로 단점을 지운 셈이다.
하늘을 향해 뚫린 눈
다리의 정중앙, 협곡을 가장 크게 가로지르는 지점에는 거실이 있다. 이 거실 천장에는 커다란 구멍, 이른바 오큘러스가 뚫려 있다. 비가 오면 빗물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와 아래쪽 중정으로 흘러내리는 구조다. 날씨를 막아내는 대신 날씨를 집 안으로 초대한 셈인데, 볕이 좋은 날엔 하늘이 그대로 천장이 되고 비가 오는 날엔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창을 낸 게 아니라 지붕 한 조각을 통째로 걷어낸 발상이랄까.
다리 양 끝에 매달린 방들
다리의 양 끝에는 2층짜리 각진 매스가 하나씩 붙어 있고, 그 안에 침실 네 개가 나뉘어 들어간다. 각 방은 협곡 아래로 흐르는 개울이나 우거진 숲 캐노피를 향해 창을 낸다. 침대에 누우면 발밑이 허공이라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나는 구조인데, 정작 지내보면 불안하기보다는 나무 위 오두막에 머무는 기분에 가깝다고 설계팀은 전한다. 협곡을 등지지 않고 정면으로 끌어안은 배치인 셈이다.
고치 속을 걷는 듯한 복도
방과 방 사이를 잇는 복도는 좁고 길다. 벽과 천장 모두 진흙으로 마감해 이음매가 거의 보이지 않고, 그 안쪽엔 철골 그리드가 남긴 마름모 무늬가 은은하게 배어난다. 조명을 최소화한 탓에 복도를 걸을 때마다 고치 속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쇼지 스타일의 반투명 스크린이 군데군데 공간을 나누며 빛과 바람의 세기를 조절하는데, 덕분에 복도 하나에도 표정이 계속 바뀐다.
삼각형 수영장을 낀 부엌
다리의 한쪽 끝, 뱃머리처럼 튀어나온 유리 매스 안에는 부엌과 식당이 자리한다. 통유리 너머로 삼각형 모양의 수영장과 그 뒤로 펼쳐진 숲이 그대로 보인다. 요리를 하면서도 협곡 풍경을 놓치지 않게 만든 배치인데, 저녁이 되면 실내조명이 유리에 반사돼 수영장 수면 위로 은은하게 번진다. 집 안에서 가장 개방적인 공간을 굳이 물가에 붙여둔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물 두 장이 만든 해먹
거실 옆에는 그물을 얼기설기 엮어 만든 공간이 두 군데 있다. 벽도 바닥도 아닌 그물이 통째로 걸려 있어 몸을 기대거나 걸터앉을 수 있는, 일종의 해먹 라운지다. 해가 지면 은은한 간접조명이 진흙 벽을 데우듯 물들이고, 가족들은 이 그물 공간에 모여 앉아 하루를 마무리한다고 한다. 딱딱한 가구 하나 없이 그물 두 장만으로 이 집 특유의 느긋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욕조까지 스며든 흙빛
욕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벽과 바닥 모두 다른 공간과 같은 진흙 마감으로 이어지고, 그 위에 놓인 새하얀 욕조 하나만 도드라진 색을 낸다. 배관과 타일로 채워진 여느 욕실과 달리, 이곳은 흙으로 빚은 동굴 안에 욕조 하나를 슬쩍 들여놓은 인상을 준다. 인공적인 마감재를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이 욕실까지 예외 없이 적용된 결과다.
다리 끝에서 바라본 협곡
저녁 무렵 다리 안쪽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좁고 긴 시야 끝으로 협곡과 하늘이 조그맣게 걸린다. 낮 동안 쌓인 열기가 식으면서 흙벽 특유의 냄새가 옅게 퍼지고, 조명은 최소한으로만 남는다. 집이라기보다 협곡 위에 놓인 통로 하나에 몸을 누인 기분이랄까. 월메이커스는 이 집을 두고 “제약이 오히려 답을 줬다”고 말하는데, 다리 없이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던 집이라는 점에서 꽤 정확한 표현이다.
건축사무소:
위치: Karjat, Maharashtra,
면적: 418m²
준공연도: 2025
자재: 철골, 진흙, 짚(thatch), 재활용 선박목재
분류: 주말 별장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