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명은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니라 자랐다. 재료 자체가 살아있는 박테리아의 산물이라는 뜻이다. 멕시코의 바이오테크 기업 폴리비온(Polybion)과 디자인 스튜디오 내추럴 우르바노(Natural Urbano)가 함께 만든 조명 컬렉션 ‘세닛(Cenit)’ 이야기다.
과일 찌꺼기를 먹은 박테리아가 만든 소재
핵심 소재는 셀리움(Celium™)이라는 폴리비온의 배양 셀룰로스다. 만드는 방식이 독특하다. 농업 부산물, 그러니까 버려지는 과일 찌꺼기를 박테리아에게 먹이로 주면 박테리아가 셀룰로스를 만들어내고, 이걸 가공해 반투명한 소재 판으로 완성한다. 나무를 베거나 석유를 정제하는 대신, 미생물의 대사 활동을 소재 생산 공정으로 삼은 셈이다.
이번이 폴리비온과 내추럴 우르바노의 첫 협업은 아니다. 앞서 두 곳은 ‘랍소(Lapso)’라는 조명을 함께 선보인 적이 있는데, 세닛은 그 후속작이다. 이번에는 셀리움 단독이 아니라 원목 애쉬(ash)와 스테인리스 스틸을 함께 조합해 소재의 폭을 넓혔다.
수평으로 걸린 노을 한 줄
이름 ‘세닛’은 관측자를 기준으로 하늘에서 가장 높은 지점, 즉 천정(天頂)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왔다. 여기서 착안해 조명 자체를 공간에 매달린 수평선처럼 표현했다. 1970년대의 선적 구성과 황금빛 노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제품군은 두 갈래다. 펜던트형은 수평으로 길게 뻗은 구성으로 허공에 뜬 지평선 같은 인상을 준다. 테이블 램프는 같은 소재 언어를 작은 크기로 옮겼는데, 반투명한 셀리움 망토(Celium Manto)로 빛을 은은하게 거르는 버전과, 한층 밀도 있고 질감이 도드라지는 셀리움 케로스·에스푸만테(Keros·Espumante) 버전 두 가지로 나뉜다.

모든 세닛 조명은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되며, 배송까지 약 5주가 걸린다. 대량생산과는 거리가 먼 속도지만, 애초에 이 소재가 추구하는 방향 자체가 속도보다 순환에 가깝다.
가구·조명 업계에서 ‘친환경 소재’라는 말은 이제 흔하다. 그런데 세닛은 한발 더 나아가 소재 자체를 ‘재배’한다는 개념을 실물 제품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버려지는 과일에서 조명으로 이어지는 이 순환이 대량생산 단계까지 갈 수 있을지, 앞으로가 더 궁금해지는 사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cultivated cellulose and layered ash shape series of horizon-inspired ligh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