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건축 스튜디오 보키 그랜트(Bokey Grant)가 뉴사우스웨일스 서던 하이랜즈의 절벽 끝에 모놀리식 콘크리트 주택 ‘EA 하우스’를 완성했다. 170㎡ 규모의 이 가족 주택이 앉은 땅은 호주에서 산불 위험이 가장 높은 등급인 ‘플레임 존(Flame Zone)’으로 지정된 곳이다.
대지는 1890년 교외 개발 당시 절벽과 협곡 때문에 ‘건축 불가’로 판정받고 그대로 버려졌던 자투리 땅이다. 전체 필지는 16,000㎡에 이르지만 실제로 지을 수 있는 면적은 훨씬 작았고, 설계는 기존 동식물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좁은 건축 면적 전략으로 풀었다. 책임 건축가 제프리 보키그랜트(Jeffrey Bokey-Grant)는 “나무 한 그루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집은 주변 암벽과 시각적으로 이어지도록 절벽에 조각처럼 박혀 있으며, 2개 층 구성으로 ‘감시탑’과 ‘숨겨진 벙커’의 느낌을 동시에 갖도록 설계됐다. 진입은 곡선형 주차장에서 18m 길이의 다리를 건너는 방식인데, 인근 국립공원의 전망대(lookout) 플랫폼에서 참조한 장치다.
흥미로운 건 산불 대응 방식이다. 스프링클러 같은 능동 설비나 대피 전 수작업 준비에 기대지 않고, 재료와 디테일만으로 화재에 버티는 ‘로우테크’ 전략을 택했다. 벽돌과 콘크리트 등 내화 재료를 전면 사용하고 벽을 두껍게 키웠으며, 낙엽이 쌓여 불쏘시개가 되는 홈통(거터)은 아예 없앴다. 창호는 플레임 존 전용 제품으로, 내화 목재와 자기소화성 하드우드(불릿우드), 방화 유리로 제작됐다.
보키그랜트는 “대피가 필요한 상황이 와도 사전 준비 작업이 전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기후 재해가 일상이 된 시대에, 설비가 아닌 건축 그 자체로 재해에 대응하는 설계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큰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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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ezeen — Bokey Grant completes “low-tech” sanctuary in Australian Flame Zon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