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천고, 길게 배치한 직선 구조의 공간, 사람 눈높이 또는 바닥에 닿은 창이 아닌 천장 높이에 나열된 창, 내부 공간 사이사이에 있는 목재 기둥, 천장에 매달린 리빙 섹션의 난로, 뭐 하나 익숙한 모습이 없다. 카페에서나 보아오던 구조와 모습의 집에 멋지다는 생각 한 편으로 ‘집이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스친다.
AM Architecture라는 건축회사에서 디자인한 호주 멜번 시티 동쪽에 있는 집이다. 기존에 있던 집(뒤쪽) 옆으로 새로운 Pavillion(부속 건물)을 만들어 생활 공간을 확장한 사례다. 총 550m2(약 150평)의 부지를 사용, 뒤로는 지역 공원이 있고, 개인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는 가족 문화 공간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Airy New Pavilion
서호주 Perth 지역과 Melbourne, Canberra 등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호주 날씨는 최저 -2도(최근)에서 최고 40도 정도의 따뜻한 기후다. 비교적 좋은 기후 환경의 영향으로 주택 내부를 넓고 자유롭게 사용한다.
이 Camberwell House 역시 개방적(Airy)이다. 공간을 직선으로 배치하고, 공원을 향하는 벽면을 모두 유리로 처리, 층고 또한 국내 주택 비교 2배 가까이 높게 만들어 주택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개방성을 최대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다.
상부 창과 실내 기둥
상부에 놓인 창, 천장에 매달린 난로, 목조 기둥 등은 무척 낯선 것들이다. 국내 주택은 실용성을 많이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건축의 심미적 장치나, 공간을 방해하는 요소(여기서는 기둥이 되겠다)는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이런 장치와 요소가 주거 생활에 활력을 주고, 매일 생활하는 공간임에도 매일 새롭게 느껴지게 하여 필요한 요소로 돌아온다.
상부 창은 집 내부에서 나만이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을 제공한다. 바람에 춤추는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지는 파란 하늘과 매시간 다른 모습의 구름은 나만을 위한 풍경이다.
욕실 최신 트렌드는 오픈형(En-suite)
유럽 주택은 욕실을 오픈 형태로 사용한다. 공간 사용의 변화다. 개인 욕실에 문을 설치하고 벽을 세워 공간을 소비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다. 벽과 문을 없애면서 만들어지는 공간을 클로젯 등으로 사용하면서 더 기능적이고, 더 편안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멜번 주택은 좋은 사례다. 침실 헤드보드 뒤쪽으로 욕실과 클로셋을 배치했다. 침대 양쪽으로 출입이 가능하게 오픈했다. 파벽과 목재가 어우러지면서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
나, 나의 가족 생활 공간이기에 집은 더욱 자유롭고, 틀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꼭 벽지를 사용하고, 꼭 온돌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작은 공간이라도 내가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생활하는 것,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만든다.
Architects
: AM Architecture
Photograph
: Dianna Sna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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