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풍경을 즐기는 저녁, 저녁이 있는 삶, 소통하는 집, 호주 골드코스트 주택

퀸즈랜드 골드 코스트 아래쪽에 위치한 Coolangatta 지역에 있는 이 호주 주택은 화이트 컬러, 목재의 조합에 탁트인 개방적인 실내와 스플릿 플로어 구조로 주변 멋진 자연을 닮은 환경과 기후를 그대로 실내에서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의 집이다. 실내 총면적 266.8m2(약 81평), 실외 면적 177.8m2(약 54평)으로 4개의 침실, 2개의 욕실, 홈오피스, 덱으로 이루어진 아웃도어, 최대 4개의 차를 주차할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서양의 주택 구조, 한국의 아파트 구조의 차이

국내 주택 구조는 아파트 구조 중심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30년 가까이 아파트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불편한 아파트 구조에서의 생활을 강요받아왔다. 여러 구조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독 주택도 프리미엄 아파트 구조를 본떠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 아파트 구조는 사용자 중심이라기보다 생산자 중심의 공간이다. 생산자가 짓기 편하고 쉬운 공간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쉽고 편하다고 강요해왔다. 그래서 해외 생활을 오래 경험한 사람들은 국내 아파트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면 서양의 주택 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주방, 다이닝룸, 리빙룸을 한 공간에, 서양식 구조를 원한다면

이해 편하게 서양은 활동 공간과 비활동 공간을 따로 구분해 배치한다. 국내 주거 공간 구조가 거실을 중심으로 위쪽으로 (남향 집인 경우 북쪽으로) 주방 안에 식탁을 배치하고 좌우에 침실을 배치한다. 그러다 보니 공간에 벽이 많아지고 창이 사라지게 된다. 반면 서양은 주방과 다이닝룸, 거실 같은 함께 이용하고 활동하는 공간을 하나의 공간에 또는 서로 연결되도록 넓게 배치한다. 공간 사이 벽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욕실, 침실 공간은 거실에서 멀리 한쪽으로 몰아 배치해 조용한 침실 공간을 만든다.

이렇게 활동 공간과 비활동 공간을 나누게 되면 벽을 최소화해 공간을 개방적이고 크게 활용 가능한 장점이 있다. 폐쇄적 공간이 사라지면서 같은 수의 창을 가지고도 오픈 느낌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스플릿 플로어로 공간을 더 넓게, 기능에 따라 공간을 층별로 나누기

이 골드 코스트 Coolangatta 지역 주택은 스플릿 플로어를 이용해 공간을 좀 더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스킵 플로어로 불리는 이 스플릿 플로어 구조는 층과 층 사이에 대각으로 또 하나의 층을 두는 구조다. 보통 층과 층 사이 계단은 한 번 꺾이는 공간이 있다. 앞으로 올라가다 한 번 돌아 반대 방향으로 올라온 만큼 다시 올라가야 위층에 도달한다. 이때 한 번 꺾이는 공간을 생활할 만큼 넓게 만드는 구조를 스플릿 플로어라 한다. 이 호주 주택은 스플릿 플로어를 미디어 룸으로 만들어 TV나 오락을 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었다.

계단 난간을 유리를 사용함으로 모던한 느낌을 강조했다. 개방성을 강조하는 방법 중 하나로 좁은 공간에서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컬러 조합의 주방

주방은 깔끔하지만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집 전체를 아우르는 화이트 컬러 때문이다. 주방은 집 내부 공간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집 전체의 공통된 스타일에서 조금 벗어나도 크게 이질감이 생기지 않는다. 때로는 고의로 주방을 다른 공간과 대비되게 꾸미기도 한다.

이 집의 경우 주방 워크탑과 아일랜드 상판을 블랙으로 하거나, 독특한 컬러나 무늬의 타일을 사용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게 함으로 이질감 없는 개성 강한 공간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발코니가 주는 침실의 품격, 펜스는 유리로 

국내 주거 공간 중 안방에 발코니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안방에 발코니가 있으면 좋은 점이 많다. 발코니 쪽으로 벽이 아닌 커다란 창을 둘 수 있고, 그곳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으로 침실을 생기 넘치게 유지 할 수 있다. 환기와 공기 순환도 좋아지며, 발코니에 기대 커피를 마시며 바깥 풍경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낭만적인 생활도 가능해진다. 단순하고 별거 아닌 것 같은 공간 하나가 생활의 질과 품위를 바꿔주는 시작이 된다.

욕실 건식과 습식을 따로

호주 욕실은 거실처럼, 내 방처럼 신을 신지 않고 들어가 사용한다. 집의 다른 공간과 다를 바 없는 똑같은 공간이다. 그래서 좀 더 청결하고 친근감 있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욕실 바닥이 물에 젖어있지 않은 건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욕실이 습식이면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용도 다소 불편하고 특히 아파트의 경우 창이 없어 항상 축축하고 냄새도 난다. 그래서 욕실은 약간 더럽고 꺼려지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샤워하는 공간 외는 건식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하면 욕실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면서 욕실을 조금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다.

바깥 풍경이 있는 저녁

엔터테이닝 덱은 위층의 다이닝, 리빙룸과 함께 있다. 국내에서는 TV를 보며 저녁을 먹는다. 다양한 대화가 오가며 유대를 쌓기보다 저녁 시간이 되어 식사를 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그 시간이 즐겁지 않거나 의미 없는 시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저녁 시간을 이 호주 주택 같은 넓은 발코니를 만들어 이곳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먹는다면 또 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발코니, 테라스, 베란다 같은 아웃도어 공간은 크기에 상관없이 존재만으로도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 된다. 파랗고 붉게 물든 하늘을 보며 친구, 가족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시간, 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집은 함께 나누고, 다 같이 즐기며, 편하게 쉬는 장소다. 나도, 너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집 구조에 의해 의도하지 않게 나와 너를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구조는 알게 모르게 생활과 생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은 구조에서의 생활이 좋은 사람을 만든다는 것을 기억해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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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영
임선영
이야기가 있는 공간, 나눔이 있는 공간. 호주 멜번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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