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퍼스에 위치한 아파트로 다른 아파트와는 달리 200년 전의 오리지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이다. 물론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의 아파트가 되었지만 200년 가까이 건물이 사용되어 왔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솟아오르는 듯한 천장과 거대한 목구조가 드러난 프레임, 두터운 브릭 벽, 그리고 넓은 공간과 강이 보이는 바깥 풍경까지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은 것이 없다. 웨스트 코스트의 뉴욕의 복층 스타일을 닮은 이 고건물의 안은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한 공간감을 제공한다.
200년 고건물의 재사용하는 문화
269m2 (약 71평)의 이 펜트하우스는 시티와 가까운 킹스파크라는 서호주 최대의 공원 옆에 위치해 있다. 1838년 건축된 이 건물은 영국 식민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건물이다. 당시 건물은 방앗간으로 사용하던 건물이다. 이후 2003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 형태의 주거 공간이 되었다.
200년 가까이 된 건물이기에 골조를 노출하는 부분은 빔(Beam)으로 일부 구조를 보강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이외에 기존 건물에 보수작업을 했지만 이 긴 기간 동안 이 같은 튼튼함을 가질 수 있는 시공력이 놀랍게 다가온다.
특유의 빅토리안 건축 스타일의 붉은색 벽돌의 이 건물은 177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서호주 Perth의 랜드마크이자 저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건물 자체가 가지는 특성을 살려 레트로 느낌이 가미된 과하지 않은 인더스트리얼 느낌의 인테리어를 메인으로, 클래시컬한 가구와 러그 등을 사용해 현대와 역사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주거 공간을 완성해냈다.
목구조와 브릭의 질감을 안에서 만지고 느끼다
빅토리안 건축 스타일 바탕에 구조물과 벽면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으로 되었다. 외벽과 연결된 내벽은 보수를 거쳐 실내에 그대로 노출하고, 벗겨진 피복의 목재 골격, 철재 프레임의 지지대 등도 실내에서 직접 만지고 보며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건물 실내 구조만 보면 카페나 아트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공간이 되었다.
이런 상업 공간 느낌의 실내에 가죽과 패턴 패브릭의 가구를 사용해 이질감이 없는 주거 공간을 만들었다.
고건물 위험하진 않을까?
고건물을 리노베이션하다보면 하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 퍼스 고건물도 그런 건물 중 하나다. 그래서 기존 골격(프레임)을 다잡아 줄 프레임으로 아이언 빔을 덧씌웠다. 이때 사용한 아이언 빔 또한 실내에 노출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브릭과 목재와 어울리도록 했다. 특히 거칠게 마감한 내벽 브릭은 반 원형의 창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인더스트리얼 특유의 거침과 아날로그적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고 있다.
고건물 리노베이션은 옛 건물 전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한쪽을 부수기도 하고 내벽을 없애기도 한다. 그리고 이 벽에 사용된 브릭이나 돌 등을 확장 공간에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변형하되 본질을 해치는 변형은 삼가며 건물에 사용된 외벽 자재 같은 것은 다시 재활용한다. 이것이 고건물 리노베이션이다.
국내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의 경우 거친 느낌을 너무 많이 제거하다 보니 특유의 색채를 잃는 경우가 많다. 정확하고 깨끗한 마감 보다는 이 호주 주택 같은 거친 느낌 그대로의 고혹적 질감을 살리는 것이 좋다.
석재를 사용한 조금 다른 분위기의 주방
대부분 목제 제품으로 꾸며진 실내에서 주방은 예외적으로 석재를 사용해 꾸몄다. 주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디자인이지만 이질감이 아이에 없는 자재와 컬러 선택은 아니다. 워크탑은 좀 더 밝은 석재나 목재를 사용해 주변 인테리어와 콘셉트를 같이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이 고건축물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는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활용 방법으로 매혹적인 매력적인 주택 디자인 관련 레퍼런스를 제공한다. 국내의 경우 고건물은 부수고 신축하는 것을 더 선호해 왔다. 그것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전통 주택마저 특정 지역이 아니면 볼 수없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호주 고주택은 인테리어적인 면보다 국내 건축 시장을 다시 바라볼 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면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새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가치 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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