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대신 색으로 나눴다, 9평 소형 아파트 인테리어 공식

소형 아파트 인테리어에서 가장 흔한 처방은 두 가지다. 벽을 허물고, 전부 화이트로 칠할 것. 모스크바 근교의 30m²(약 9평) 아파트 한 채는 그 공식을 절반만 따른다. 벽은 세우지 않았지만 화이트 일색도 아니다. 현관은 올리브 그린, 소파 쪽은 밀키 화이트, 가구는 월넛으로 갈라서 문 하나 없이 공간의 경계를 그었다.

이 집은 선물이다. 딸 Marta 부부가 어머니 Lara에게 주려고 직접 리노베이션을 챙겼고, 완공되는 날까지 비밀로 했다. Lara는 새집을 공사가 끝나고서야 처음 봤다. 설계는 인테리어 스튜디오 Lagolga Buro의 디자이너 Polina Chumakova가 맡았다. 조건이 까다로웠다. Lara가 쓰는 작은 집이지만,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주말이면 자녀들과 열세 살, 아홉 살 손주까지 모여 앉을 수 있어야 했다. 빛은 부족했고, 시공사가 남기고 간 굵은 구조 기둥과 작은 욕실 두 개도 걸림돌이었다. 장면을 하나씩 따라가며 색, 수납, 가구 치수가 9평을 어떻게 넓히는지 짚어 본다.

월넛 수납장 옆 원형 식탁과 주방이 이어지는 30m² 소형 아파트 인테리어
© Nick Rudenko

9평을 넓게 쓰려면 벽 대신 색과 바닥재로 구역을 나눠라

현관을 지나면 주방, 식탁, 소파가 한 공간에 이어진다. 칸막이벽은 없다. 대신 경계마다 재료가 바뀐다. 바닥은 브라운 톤 쉐브론 마루가 깔리다가 주방과 현관에서만 블랙 점을 찍은 화이트 타일로 갈아탄다. 식탁 옆에는 유리 진열장을 품은 키 큰 월넛 수납장이 서서 거실과 주방 사이에 칸막이 대신 기둥 같은 표지를 세운다. Chumakova는 색으로 현관과 거실을 구분하되 공간이 시각적으로 조각나지 않게 하는 데 신경 썼다고 설명한다.

작은 집에서 벽 하나를 세우면 잃는 게 생각보다 많다. 창에서 들어온 빛이 벽 앞에서 끊기고, 시선이 닿는 거리가 짧아지고, 벽 두께만큼 바닥이 사라진다. 반대로 벽이 하나도 없으면 집 전체가 하나의 방이 되어 먹고, 쉬고, 자는 행동이 뒤섞인다. 사람은 바닥 재료나 벽 색이 바뀌는 선을 넘을 때 다른 영역에 들어섰다고 느끼기 쉽다. 타일 위에서는 요리하고 마루 위에서는 쉬는 식으로, 재료의 경계가 행동의 경계를 이끄는 경향이 있다. 벽이 하던 일을 색과 재료가 대신하는 셈이다.

다만 구역마다 다른 색을 칠하다 보면 9평이 누더기가 된다. 이 집이 지킨 규칙은 색 계열을 세 가지 안쪽으로 묶은 것이다. 국내 원룸이나 오피스텔이라면 주방 앞 바닥만 타일로 바꾸거나, 침대 쪽 벽 한 면만 다른 색으로 칠하거나, 소파 영역을 러그 한 장으로 묶는 정도로 충분하다. 경계는 하나의 재료로, 색은 세 가지 계열 이내로가 작은 집의 안전선이다.

30m² 아파트 컬러 팔레트와 60-30-10 배색 비율 도해
이미지: PHM ZINE

올리브·밀키 화이트·월넛, 컬러 스킴은 60-30-10으로 짜라

Chumakova가 꼽은 주인공 색은 둘이다. 현관의 올리브 그린, 그리고 소파베드가 놓인 쪽의 밀키 화이트. 오렌지는 푸프 커버와 플로어 램프 갓처럼 일부 디테일에만 진하게 등장하고, 모든 색이 자연 그대로의 월넛과 어울리도록 맞췄다. 올리브 페인트는 영국 도료 브랜드 Little Greene 제품이다. 디자이너의 말을 빌리면 목표는 “시대를 특정할 수 없는 클래식”, 즉 차분한 컨템퍼러리 바탕에 월넛과 빈티지 몇 점을 섞는 것이었다.

올리브는 옐로우 기운이 도는 그린에 블랙을 섞어 채도를 누른 색이다. 원색 그린처럼 눈을 찌르지 않고, 월넛의 브라운과 같은 어스 톤 계열이라 나란히 둬도 싸우지 않는다. 흔히 쓰는 60-30-10 법칙(바탕 60, 보조 30, 강조 10)에 대입하면 벽과 붙박이장, 소파의 밀키 화이트가 60, 올리브 벽과 월넛 가구가 30, 오렌지와 블랙 창틀, 브라스 수전이 10쯤 된다. 강조색이 10을 넘지 않으니 오렌지가 튀어도 집이 시끄럽지 않다.

누가 사느냐에 따라 같은 팔레트도 손볼 데가 달라진다. 이 집처럼 장년층 1인 가구라면 색보다 명도 대비가 먼저다. 영국 접근성 기준(BS 8300) 같은 가이드는 바닥과 벽, 문과 벽처럼 맞닿은 면의 광반사율(LRV) 차이를 30포인트 이상 두라고 권한다. 밝은 붙박이장과 짙은 바닥, 블랙 창틀이 또렷하게 갈리는 이 집의 대비는 보기 좋기도 하지만 길 찾기에도 도움이 된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밀키 화이트 대신 오염이 덜 보이는 오트밀이나 그레이지 쪽으로 바탕을 반 톤 내리고, 1인 직장인의 원룸이라면 올리브와 화이트 바탕은 그대로 두고 강조색만 머스터드나 테라코타 패브릭으로 계절마다 바꿔 보자.

좁은 집일수록 색을 빼야 한다는 통념에 대한 반론은 〈공간이 좁을수록 컬러가 필요하다, 화이트×옐로우로 완성한 소형 인테리어 3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벽과 천장을 올리브 그린으로 칠한 현관 복도와 오렌지 푸프
© Nick Rudenko

현관은 천장까지 한 색으로 감싸라, 컬러 드렌칭

현관 복도는 벽만 올리브가 아니다. 천장과 붙박이장 문까지 같은 색으로 칠했다. 바닥에는 화이트 타일 사이사이에 작은 블랙 사각을 박은 패턴 타일을 깔았고, 천장에서는 유리 랜턴 모양의 빈티지 펜던트가 내려온다. 현관문 옆에 놓인 La Redoute의 오렌지 푸프 Justyna가 이 짙은 통로에서 유일하게 큰 소리를 낸다. 디자이너에 따르면 현관에도 몰딩을 둘러 표면에 리듬을 줬다.

벽과 천장, 문까지 한 가지 색으로 덮는 기법을 컬러 드렌칭이라고 부른다.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의 경계선이 사라지니 좁은 복도가 잘게 쪼개진 상자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의 덩어리로 읽힌다. 짙은 천장은 시각적으로 내려와 보이지만, 현관처럼 잠깐 지나가는 공간에서는 오히려 장점이다. 낮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 밝은 거실로 나서면 거실이 실제보다 더 넓게 느껴지기 쉽다. 흔히 Frank Lloyd Wright(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주택으로 설명되는 압축과 해방의 원리다.

패턴 타일도 이유가 있다. 화이트 팔각 타일과 작은 블랙 사각을 엮는 조합은 20세기 초 욕실과 현관에 흔히 쓰이던 고전 패턴으로, 컨템퍼러리 클래식이라는 이 집의 방향과 맞는다. 현관과 주방처럼 신발 흙과 물이 닿는 자리에는 흡수율 0.5% 이하로 구운 포슬린 타일이 마루보다 관리가 쉽다. 블랙 점은 오염을 시각적으로 흐트러뜨리는 효과도 있다.

국내 아파트에 옮긴다면 중문 안쪽 현관이나 방으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가 첫 실험지로 좋다. 한 사람이 편하게 지나가는 통로 폭은 90cm 안팎이 통용되는 기준이라, 그보다 좁은 복도라면 어두운 색이 답답함으로 뒤집힐 수 있다. 손이 자주 닿는 현관 벽은 완전 무광보다 닦기 쉬운 에그쉘이나 새틴 광택 도료가 오래 버틴다.

밀키 화이트 붙박이장과 올리브 그린 현관이 이어지는 소형 아파트 내부
© Nick Rudenko

구조 기둥은 붙박이장 속에, 수납은 벽처럼 보이게

시공사가 남긴 굵은 내력 기둥은 옮길 수 없었다. Chumakova는 기둥을 피하지 않고 아예 현관의 대형 붙박이장 안에 넣어 버렸다. 기둥이 수납장의 일부가 되면서 거슬리던 덩어리가 사라지고, 기둥 옆에 애매하게 남던 자리도 수납으로 바뀌었다. 집 안의 큰 수납은 현관과 거실 두 곳뿐이다. 디자이너는 수납장이 거의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한다. 거실 붙박이장은 벽과 같은 밀키 화이트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채웠고, 손잡이 자리에는 작은 노브와 골드 태슬만 달았다.

작은 집에서 수납장이 벽처럼 보이는 것은 미관 이상의 문제다. 문짝 색이 벽과 다르면 그 면적만큼 가구가 하나 더 서 있는 것처럼 읽힌다. 벽과 같은 색, 천장까지 닿는 높이, 튀어나오지 않는 손잡이. 이 세 가지가 맞으면 수납장은 가구가 아니라 벽의 두께가 된다. 물건이 눈에 보이는 양은 마음의 피로와도 이어진다. 2010년 미국 UCLA 연구진(Saxbe·Repetti)은 맞벌이 가정의 집 투어 녹취를 분석해, 집을 어수선하다고 묘사한 아내일수록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저녁에 덜 떨어지는 경향을 보고했다.

치수로 보면 옷을 거는 붙박이장은 깊이 60cm 안팎이 통용 기준이다. 옷걸이 폭이 45cm 남짓이라 그보다 얕으면 옷이 문에 걸린다. 기둥을 숨길 때는 수납장 깊이를 기둥 돌출 깊이에 맞추면 앞면이 한 면으로 정리된다. 여닫이문은 문짝 폭만큼 앞 공간이 비어 있어야 하고, 미닫이문은 그 공간을 아끼는 대신 한 번에 절반만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자.

국내 원룸이나 구축 아파트에도 거실 모서리의 기둥, 천장의 보처럼 피할 수 없는 구조체가 흔하다. 가구로 가리려고 애쓰기보다 그 깊이에 맞춘 붙박이장으로 감싸는 편이 결과가 깔끔하다. 손잡이는 푸시 도어나 작은 노브로 줄이고, 문짝은 벽과 같은 색으로 칠할 것.

창가에 둔 브라스 싱크와 수전, 빈티지 펜던트 두 개가 걸린 주방 작업대
© Nick Rudenko

주방에 면적을 몰아줘라, 작업대는 창가로

9평짜리 집에서 이 집이 가장 넓은 땅을 준 곳은 주방이다. Lara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 일부러 큰 몫을 떼어 줬다는 게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작업대는 안뜰을 내려다보는 창 바로 옆에 붙였다. 요리하면서, 혹은 그냥 바깥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자리다. 주방은 목공방 Avantiz가 맞춤 제작했다. 하부장은 월넛에 테두리를 두른 패널 문, 상부장은 밀키 화이트, 상판은 화이트이고, 그 위에 브라스 싱크볼과 수전이 얹혔다. 작업대 위로는 블랙 테두리를 두른 화이트 글라스 빈티지 펜던트 두 개가 내려온다.

작은 집의 면적 배분은 방 이름이 아니라 사는 사람의 행동이 정해야 한다.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사람에게 넓은 주방은 낭비지만, 주말마다 디저트를 굽는 사람에게는 주방이 곧 거실이다. 미국주방욕실협회(NKBA)는 싱크, 조리대, 냉장고를 잇는 작업 삼각형의 각 변을 1.2~2.7m, 세 변의 합을 7.9m 이하로 잡으라고 권하고, 조리 준비용으로 폭 90cm 안팎의 끊기지 않은 상판을 확보하라고 한다. 창가 작업대는 낮 동안 손끝에 자연광이 떨어지는 가장 좋은 작업 조명이기도 하다.

색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거운 월넛을 아래에, 밝은 밀키 화이트를 위에 둬서 시선의 무게중심이 바닥으로 내려간다. 위쪽이 벽과 비슷한 색으로 물러나니 천장이 실제보다 높아 보인다. 월넛은 결이 곱고 색이 깊지만 화이트 오크보다 무른 나무다. 흔히 인용되는 얀카 경도로 블랙 월넛이 약 1,010lbf, 화이트 오크가 약 1,360lbf다. 주방 문짝이라면 원목보다 무늬목에 도장을 올린 쪽이 뒤틀림과 물에 강하다.

브라스는 두 종류로 나뉜다. 코팅하지 않은 생 브라스는 손이 닿는 대로 얼룩이 지며 시간이 쌓인 표정을 만들고, 코팅이나 PVD 처리된 제품은 처음 색을 오래 유지한다. 빈티지 무드를 원한다면 전자, 관리가 귀찮다면 후자다. 국내 원룸 주방이 1자형 2m 남짓이라면 상판 위 소형 가전부터 치워 90cm의 빈 상판을 만드는 것이 수납장 교체보다 먼저다.

블랙 점 화이트 타일 바닥과 월넛 하부장으로 마감한 주방
© Nick Rudenko

빛이 적은 집이라면 타일은 현장의 빛에서 골라라

이 아파트는 직사광선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래서 색과 마감재를 고를 때 가장 공을 들였다고 Chumakova는 말한다. 처음 바닥재로 고른 것은 밝은 밀키 화이트 포슬린 타일이었는데, 막상 현장에 깔아 보니 예상보다 훨씬 베이지로 보였다. 결국 타일을 바꾸고, 나머지 색들도 이 효과를 감안해 다시 맞췄다. 최종적으로 주방과 현관에는 블랙 점을 찍은 화이트 타일이 깔렸고, 이 블랙 점은 빈티지 조명의 블랙 테두리와 짝을 이룬다.

같은 색이 장소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빛이다. 빛의 양이 줄면 밝은 색은 탁해지고, 주변 면에서 튕겨 나온 빛이 옆 면을 물들인다. 브라운 마루와 월넛 가구에 둘러싸인 자리라면 반사광 자체가 따뜻한 기운을 띠니, 밀키 화이트 타일이 베이지로 기우는 건 당연한 결과다. 색이 빛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는 광반사율(LRV)로 표시하는데, 블랙이 0, 이론상 완전한 화이트가 100이다. 빛이 적은 집은 이 숫자가 높은 쪽을 고르되, 옐로우 기운이 얼마나 섞였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따뜻함과 칙칙함은 한 끗 차이다. 빛이 적은 공간이 옐로우 기운으로 탁하게 가라앉으면 그 방에 오래 머물기를 꺼리게 되기 쉽다. 방이 어두워 커튼을 걷지 않게 되고, 그 방이 점점 더 어둡게 쓰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집이 색을 다시 맞춘 건 단순한 취향 수정을 넘어, 거주자가 공간을 피하지 않게 만드는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전 원칙은 간단하다. 손톱만 한 색 칩으로 결정하지 말고, A4 크기 이상의 샘플을 실제 바닥과 벽에 놓고 아침, 오후, 밤 조명 아래에서 각각 본다. 북향이거나 앞 동에 가린 국내 아파트라면 그레이가 섞인 베이지는 피하고, 화이트 줄눈이나 타일과 비슷한 색의 줄눈을 써서 바닥이 잘게 쪼개져 보이지 않게 하는 편이 낫다.

블랙 원형 식탁과 크림 패브릭 의자, 화이트 펜던트가 보이는 다이닝 공간
© Nick Rudenko

식탁 위 펜던트는 빼고, 조명은 3겹으로 깔아라

식탁 위를 보면 펜던트가 없다. 디자이너는 식탁 위에 흔히 다는 조명 대신 공간의 개방감을 지키고 식탁을 특정 위치에 묶어 두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주말이면 식구가 모이는 집이니 식탁을 옮겨 쓸 수 있다는 건 꽤 실용적인 선택이다. 식탁은 다리 하나로 받친 블랙 원형 빈티지 테이블이고, 의자는 Tok 제품, 테이블 위 화병은 Mak.buro의 빈티지 제품이다. 대신 집 안의 빛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천장에 매립한 조명, 펜던트, 진열장 안의 액센트 조명, 그 밖의 스포트 조명까지 모두 다섯 종류 정도의 조명이 생활의 장면마다 다르게 켜진다.

조명 설계의 기본은 전반(앰비언트), 작업(태스크), 연출(액센트) 세 겹을 겹쳐 까는 것이다. 작은 집일수록 천장 한가운데 밝은 등 하나로 해결하고 싶어지지만, 위에서 내리꽂는 균일한 빛은 그림자를 지워 공간을 납작하게 만든다. 이 집은 매립 조명으로 바탕을 깔고, 주방 펜던트로 작업면을 비추고, 월넛 진열장의 유리 안쪽을 액센트 조명으로 띄운다. 빛의 점이 여러 깊이에 흩어져 있으니 9평 안에도 앞과 뒤가 생긴다. 휴식하는 쪽은 2700~3000K 웜톤, 칼질하는 작업대는 4000K 안팎의 주백색이 맞는다.

식탁 크기와 둘레도 짚어 두자. 원형 식탁은 2인이면 지름 60~75cm, 4인이면 90~110cm가 통용되는 기준이다. 식탁 끝에서 벽까지는 의자를 빼고 앉는 데 최소 90cm, 그 뒤로 사람이 지나가려면 110~120cm가 필요하다. 다리 하나로 받치는 원형 식탁은 모서리와 네 다리가 없어 무릎이 걸리지 않으니, 손님이 오는 날 의자를 하나 더 끼워 넣기 쉽다.

작은 집 원형 식탁·주방 카운터·상부장 치수 가이드 도해
이미지: PHM ZINE

펜던트를 단다면 식탁이나 카운터 상판에서 갓 하단까지 75~90cm가 일반적인 높이다. 식탁 위치가 자주 바뀌는 집이라면 이 집처럼 고정 펜던트를 빼고, 콘센트에 꽂는 벽등이나 플로어 램프로 식탁 주변을 비추는 편이 낫다. 국내 전셋집처럼 천장 배선을 손대기 어렵다면 천장 레일 조명이나 전선을 고리로 옮겨 거는 펜던트도 대안이다. 디머 스위치 하나만 더해도 하루를 한 가지 밝기로 버티지 않아도 된다.

올리브 그린 몰딩 벽 앞에 소파베드와 플로어 램프를 둔 거실 겸 침실
© Nick Rudenko

몰딩은 벽 색에 맞춰, 클래식은 작게 써라

소파 뒤 벽은 Little Greene의 올리브 그린으로 칠했고, 사진으로 보면 벽에 직사각 몰딩 액자가 세 칸으로 둘러져 있으며 몰딩도 벽과 같은 올리브 톤으로 칠해져 있다. 디자이너는 현관과 소파 뒤 벽의 몰딩이 표면에 리듬과 깊이를 더하고, 전통적인 디테일을 지금의 방식으로 바꿔 쓴 것이라고 설명한다. 몰딩과 월넛, 특징 있는 형태의 빈티지 조명 같은 전통 요소를 이 작은 아파트의 스케일에 맞게 다시 해석했다는 것이다. 가운데 몰딩 칸에는 Ksusha Dmitrieva의 그림이 걸렸고, 왼쪽에는 잎사귀 모양 유리 갓의 빈티지 벽등, 오른쪽에는 Artefact의 Umbrella 플로어 램프가 테라코타 갓을 쓰고 서 있다.

몰딩을 벽과 다른 색으로 칠하면 선이 도드라지며 클래식한 인상이 강해진다. 이 집의 소파 뒤 벽처럼 같은 색으로 칠하면 선은 사라지고 그림자만 남는다. 창에서 비스듬히 들어온 빛이 몰딩의 턱에 걸려 가는 음영을 만들고, 색 하나로 칠한 벽에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질감이 생긴다. 좁은 방에 색을 더하지 않고 깊이만 더하는 방법인 셈이다. 몰딩 칸은 그림의 확장된 액자 역할도 한다. 소파 폭에 비해 작은 그림이 몰딩 칸 한가운데 걸리니 그림 하나가 칸 전체만큼 커 보인다.

클래식 디테일을 작은 집에 들일 때는 스케일이 관건이다. Chumakova도 작은 아파트를 짓누르지 않는 알맞은 크기의 가구를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한다. 국내 아파트의 천장고는 2.3m 안팎이 흔해서 유럽 구옥의 두꺼운 크라운 몰딩을 그대로 가져오면 천장이 내려앉는다. 프로파일은 얇게, 칸의 간격은 일정하게, 몰딩 칸은 소파나 그림의 중심선에 맞추는 것이 기본이다. 그림은 중심이 바닥에서 145~152cm, 소파 위라면 등받이에서 20~25cm 띄우는 게 통용되는 가이드다.

시공은 원목이나 MDF 몰딩보다 가볍고 저렴한 폴리우레탄(PU) 몰딩이 손쉽다. 몰딩의 종류와 기법은 〈몰딩은 무엇인가? 웨인스코팅으로 더 유명한 몰딩, 몰딩 종류와 기법〉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소파베드 배치와 사이드 테이블 높이 치수 가이드 도해
이미지: PHM ZINE

침대 대신 소파베드, 가구는 스케일부터 재라

이 집에는 침대가 없다. 올리브 벽 앞의 크림색 소파는 Ormatec의 소파베드 Synergy Grace로, 밤에는 펼쳐서 침대가 된다. 디자이너는 일반 침대 대신 소파베드를 택한 덕분에 공간을 더 비워 둘 수 있었고, 낮에는 이곳이 식구들과 함께 쉬는 자리가 된다고 설명한다. 소파 옆에는 서랍 달린 원형 월넛 수납장, AM.PM의 Firmo가 협탁 겸 사이드 테이블로 놓였고, 바닥에는 Dovlet House의 추상 패턴 러그가 깔렸다.

침대가 하루 종일 보이는 원룸은 쉬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기 쉽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서 “침대는 잠과만 연결하라”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낮 동안 침대가 소파로 바뀌면 같은 자리가 시간대에 따라 다른 역할을 맡는다. 다만 함정도 분명하다. 펼치고 접는 일이 귀찮아지는 순간 소파베드는 펼쳐진 채로 방치되고 거실은 사라진다. 매일 자는 용도라면 매트리스 두께와 펼치는 동작이 단순한지를 매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치수 가이드도 있다. 소파 좌면 높이는 40~45cm가 일반적이고, 사이드 테이블 높이는 소파 팔걸이와 위아래 5cm 안쪽으로 맞추면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다. 커피테이블은 소파 앞 40~45cm에 두되, 펼칠 때 치울 수 있는 가벼운 것으로 고른다. 펼친 상태에서는 옆과 발치에 최소 60cm 통로를 남겨야 침대에 오르내리고 붙박이장 문을 열 수 있다. 펼친 길이는 제품마다 다르니 반드시 실측하자.

의자의 가는 다리와 원형 식탁의 가는 기둥도 눈여겨보자. 가구 아래로 바닥이 이어져 보이면 방이 덜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작은 집에 큰 가구를 하나 들일 때보다, 알맞은 크기의 가구가 바닥을 드러낸 채 놓일 때 더 넓어 보이기 쉽다.

브라스 노출 샤워기와 월넛 세면대장을 둔 욕실
© Nick Rudenko

욕실 두 개를 하나로, 물 앞의 월넛은 마감이 관건

원래 이 집에는 작은 욕실이 두 개 있었다. Chumakova는 둘을 하나로 합쳤고, 그 덕에 욕실이 넉넉해지고 수납공간도 더 생겼다. 세면대장은 주방과 같은 Avantiz의 맞춤 월넛 가구이고, 위생도기는 Villeroy & Boch의 Evana, 수전은 Migliore의 Oxford다. 벽에는 빈티지 벽등 두 개가 브라스 빛을 내고, 욕조 위로는 레인 샤워 헤드가 달린 브라스 노출 샤워 수전이 섰다. 벽은 베이지 톤의 대형 석재 느낌 타일로 마감했다.

9평에 욕실 두 개는 사치에 가깝다. 벽과 문, 환기 설비가 두 번씩 들어가고, 정작 어느 쪽도 편하게 쓸 만한 크기가 안 된다. 하나로 합치면 칸막이 벽과 문 하나가 사라진 만큼 욕조와 수납이 들어온다. 다만 공사의 함정도 크다. 젖은 공간을 넓히거나 옮기는 공사는 배수 경사와 방수, 아래층 누수 책임이 걸려 있어서 공동주택이라면 관리 규약과 행위허가 대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물 앞의 나무는 마감이 수명을 정한다. 월넛 세면대장이라면 무늬목 위에 방수 도장을 두껍게 올리고, 문짝 아래 끝선과 싱크 주변 실리콘을 꼼꼼히 마감해야 물이 스며들지 않는다. 환기가 약한 욕실이라면 나무 대신 나무 무늬 세라믹이 현실적이다. 욕실 벽등도 아무 제품이나 달면 안 된다. 영국의 욕실 구역 기준은 세면대와 욕조에 가까운 구역에 IP44 이상의 방습 등급을 요구한다. 빈티지 벽등을 쓰고 싶다면 방습 등급을 갖춘 복각 제품을 고르는 편이 안전하다.

완성된 집은 Marta 부부의 마음에 쏙 들었다. Chumakova는 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성공한 실험”이라고 부르면서, 미래의 집주인이 모든 단계에 관여하는 평범한 프로젝트였다면 더 대담한 결정 몇 가지는 통과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현관 천장까지 올리브로 덮고, 침대를 없애고, 집에서 가장 넓은 땅을 주방에 준 이 집의 선택들도 그런 대담함의 결과로 읽힌다. 9평을 넓게 만드는 건 결국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몰아줄지 정하는 용기다. 이 집에서 그 기준은 평면의 효율이 아니라 Lara가 주말마다 굽는 디저트 냄새였다.

DesignerLagolga Buro (Polina Chumakova)
PhotosNick Rudenko (Styling: Irina Temnova)
Category아파트 인테리어 리노베이션
Country러시아
Materials월넛, 포슬린 타일, Little Greene 페인트, 페인트 몰딩, 쉐브론 마루, 브라스
LocationVidny Gorod, Vidnoye
Area30m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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