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유적 같은 포르투갈 노출콘크리트 주택, Frame House

포르투갈 남쪽 끝 알가르브의 언덕 꼭대기에 노출콘크리트 주택 한 채가 섰다. 이름은 Frame House. 바닷가 리조트로 유명한 지역인데, 이 집은 해변이 아니라 내륙 구릉의 정상을 골랐다. 멀리서 보면 갓 지은 집보다는 발굴을 막 끝낸 유적에 가깝다.

설계는 리스본에 사무소를 둔 Pedro Domingos Arquitectos가 맡았다. 창업자 Pedro Domingos는 이 집이 ‘고대 유적처럼,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풍경에 속하길’ 바랐다고 말한다. 새 집이 오래돼 보이길 원한다니 역설 같지만, 이 거친 언덕에서는 그게 가장 정직한 선택이었다.

언덕 꼭대기에 놓인 노출콘크리트 주택 Frame House 항공 전경, 멀리 알가르브 해안
© Francisco Nogueira

바다와 구릉 사이, 바로칼 언덕 꼭대기의 콘크리트 집

집이 선 곳은 파루(Faro) 북쪽의 작은 마을 산타 바르바라 드 네시(Santa Bárbara de Nexe) 근처다. 알가르브라고 하면 해안 절벽과 모래사장이 먼저 떠오르지만, 해안선에서 조금만 올라오면 석회암 구릉에 소나무와 관목이 듬성듬성 자라는 바로칼(Barrocal) 지대가 펼쳐진다. 메마르고 거친 땅이다.

항공 사진을 보면 레드 톤 흙 위에 콘크리트 매스 하나가 동서로 길게 누워 있고, 그 너머로 구릉이 흘러내리다 멀리 해안 평야와 바다에 닿는다. 대지는 2,192m², 집은 385m² 규모에 침실 넷과 욕실 다섯을 넣었다. 언덕 정상이라는 위치가 이 집의 모든 결정을 끌고 간다.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자리에서 남은 질문은 하나,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감출 것인가다.

관목 숲 너머 언덕 위에 유적처럼 서 있는 Frame House 원경
© Francisco Nogueira

새로 지었는데 폐허처럼 보이고 싶었다

관목 숲 너머에서 이 집을 바라보면 창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레이 톤 벽이 높았다 낮아지기를 반복하고, 군데군데 뚫린 사각 구멍만이 안에 사람이 산다는 걸 알려준다. 건축가가 말한 ‘고대 유적’이 바로 이 실루엣이다.

그는 ‘날것 그대로의 콘크리트 모놀리스가 이 풍경의 거칠고 메마른 성질을 오히려 강조하며 땅과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주변을 흉내 내 숨는 대신, 풍경만큼 거친 재료로 마주 서서 한 몸이 되는 방식이랄까. 알가르브 해안을 채운 화이트 회벽 빌라들과는 정반대 전략이다. 덕분에 준공 직후인데도 몇백 년 버틴 성벽 조각처럼 읽힌다.

땅과 재료를 다루는 포르투갈 건축 특유의 절제가 이 집에도 짙게 배어 있다.

붉은 흙 위로 떠 있는 보드마크 콘크리트 매스 측면
© Francisco Nogueira

나뭇결을 찍어낸 보드마크 콘크리트

가까이 다가가면 벽 표면에 가로 줄무늬가 촘촘하다. 콘크리트를 부을 때 나무 판재로 거푸집을 짜면 판재의 결과 이음매가 그대로 찍혀 나오는데, 이를 보드마크(board-marked) 콘크리트라 부른다. 매끈한 노출콘크리트가 갓 출고된 제품 같은 인상이라면, 보드마크는 손으로 짠 흔적이 남아 세월이 쌓인 듯한 표정을 만든다. 유적이라는 콘셉트에 이만큼 맞는 마감도 드물다.

함정도 분명하다. 판재 폭, 이음 위치, 타설 높이가 한 번에 결정되고 나중에 고칠 방법이 없다. 거푸집을 뜯는 순간 결과가 확정되니 시공 숙련도가 곧 디자인 품질이다. 사진 속 벽면에서 판재 줄이 큰 흐트러짐 없이 이어지는 걸 보면 현장 관리에 꽤 공을 들인 모양이다.

앞서 소개한 〈스카이블루로 끝까지 밀어붙인 브루탈리즘 주택, The Blue House〉가 콘크리트에 색을 입혀 무게를 덜어냈다면, Frame House는 색을 빼고 결만 남겨 무게를 끝까지 밀어붙인 쪽이다. 같은 거푸집 자국이라도 〈예산이 고른 제네바 노출콘크리트 주택, New Villa〉에서는 빠듯한 예산이 고른 해법이었고, 여기서는 풍경과 맞서기 위한 의도적 선택이라는 점이 다르다.

나무 거푸집 결이 남은 Frame House 콘크리트 외벽과 소나무
© Francisco Nogueira

남쪽은 두꺼운 벽으로, 북쪽은 돌출부로

평면은 좁고 긴 직사각형이다. 동서로 길게 앉힌 건 하루 종일 햇빛을 받기 위해서이고, 지중해의 뜨거운 남쪽 햇볕 앞에는 두꺼운 벽을 세워 몸을 가렸다.

반대편 북쪽에는 각진 덩어리 몇 개가 혹처럼 튀어나와 있다. 계단, 주방 수납, 안방 욕실이 그 안에 들어갔다. 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풍경을 볼 필요는 없는 기능을 바깥으로 밀어내고, 본체의 긴 방들은 비워 풍경 몫으로 남긴 것이다. 직사각형 하나로 끝냈다면 단정했겠지만 이 돌출부들 덕분에 멀리서 볼 때 무너진 성벽 같은 불규칙한 윤곽이 생긴다. 기능 배치가 그대로 외관의 표정이 된 경우다.

남쪽 면의 발코니도 같은 논리를 따른다. 벽을 깊숙이 파고 들어간 개구부 안쪽에 발코니를 넣고, 앞에는 블랙 금속 난간 하나만 가로질렀다. 햇볕이 강한 지역에서 깊은 개구부는 처마 역할을 한다. 한여름 높이 뜬 해는 막고, 겨울의 낮은 해는 안쪽까지 들인다.

하늘로 열린 콘크리트 현관 중정과 피벗 도어
© Francisco Nogueira

현관 중정에서 시작하는 방의 행렬

거실과 주방 같은 주요 공간은 위층에 올렸다. 언덕 꼭대기라도 한 층을 더 올라가야 시선이 관목 숲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위층은 동쪽부터 안방, 현관 중정, 주방, 거실, 솔라리움, 수영장 순으로 한 줄로 이어진다.

복도로 방을 나누지 않고 방에서 방으로 곧장 건너가는 구성이다. 건축가는 ‘넉넉한 공간과 일렬 배치가 현대의 궁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유럽 옛 궁전에서 문을 일직선으로 맞춰 방을 줄줄이 꿰던 앙필라드(enfilade) 구성이 겹쳐 보인다. 집에 들어서면 먼저 하늘로 뚫린 콘크리트 중정을 지난다. 밖에서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한 번 숨을 고르게 하는 문턱인 셈이다.

뒤집힌 다이아몬드 천창 아래 화이트 마블 주방 아일랜드
© Francisco Nogueira

뒤집힌 다이아몬드 천창 아래 주방

이 집의 중심은 거실이 아니라 주방이다. 천장이 다이아몬드를 거꾸로 매단 것처럼 각지게 솟아오르고, 그 꼭짓점에 천창이 뚫려 있다. 빛은 비스듬한 콘크리트 면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와 화이트 마블 아일랜드에 떨어진다.

아일랜드는 가느다란 화이트 스틸 프레임에 마블 상판을 얹은 형태라 거의 가구처럼 가볍다. 벽 쪽 오픈 선반도 같은 프레임으로 맞췄다. 육중한 콘크리트 상자 속에 얇은 선 몇 개만 그어 넣은 구성이다. 주방 옆에는 벽으로 둘러싼 야외 다이닝 공간이 붙어 있어서, 날씨 좋은 계절엔 식탁을 그대로 밖으로 옮기면 된다.

노출콘크리트 벽과 천장에 햇빛이 떨어지는 긴 거실
© Francisco Nogueira

조명 대신 천창, 해가 지면 어떻게 할까

사진 속 Frame House에는 조명 기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펜던트도, 스탠드도, 천장 매입등도 눈에 띄지 않는다. 빛은 천창과 높은 창, 중정이 전부 맡는다. 건축가가 ‘집이 하루 동안 바뀌는 빛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 건 이 구조 때문이다. 오후 햇빛이 거실 벽에 길쭉한 빛 조각을 새기고, 시간이 흐르면 그 조각이 벽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낮의 이 집은 해시계에 가깝다.

문제는 해가 진 뒤다. 그레이 콘크리트는 빛을 꽤 먹는 마감이라 같은 밝기로 조명을 켜도 화이트 벽 집보다 어둡게 읽힌다. 그렇다고 천장에 다운라이트를 촘촘히 박으면 보드마크 결이 구멍투성이가 된다. 노출콘크리트는 전선관과 박스를 타설 전에 미리 묻어둬야 해서 나중에 위치를 바꾸기도 어렵다. 조명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런 집의 조명은 도면 단계에서 이미 승부가 난다.

이런 공간에는 빛을 벽에 한 번 튕겨 쓰는 간접 조명이 맞다. 벽 아래쪽에서 위로 쏘는 업라이트를 두면 보드마크의 가로 결이 그림자로 살아나 밤에도 재질감이 보인다. 색온도는 2700K 안팎의 웜톤이 좋다. 4000K 이상의 차가운 주백색을 쓰면 그레이 콘크리트가 공사장처럼 삭막해진다. 주방 오픈 선반 아래에는 라인 조명을 숨기고, 거실엔 낮은 플로어 램프 한두 대로 시선 아래에 빛을 깔고, 전부 디머로 묶으면 낮의 해시계 같은 분위기를 밤까지 어느 정도 이어갈 수 있다.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파 넣은 벽난로와 블랙 스틸 유리문
© Francisco Nogueira

벽 속에 파묻은 벽난로, 돌아가는 유리문

거실에는 두꺼운 벽을 파고 들어간 벽난로가 있다. 벽 앞에 벽난로를 덧붙인 게 아니라 벽 자체를 깎아낸 형태라 콘크리트의 두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옆으로는 블랙 스틸 프레임의 큰 유리문이 달렸는데, 경첩으로 여닫는 대신 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피벗 방식이다. 문을 돌려 열면 거실이 콘크리트 캐노피 아래 테라스로 그대로 이어진다. 겨울엔 불 앞에 모여 앉고, 여름엔 문을 다 열어 바람길을 낸다. 지중해 기후에서 한 공간이 두 계절을 모두 감당하는 방식이다. 가는 블랙 프레임은 무거운 벽 사이에서 선 하나로만 존재를 드러낸다.

높은 콘크리트 벽 사이로 풍경을 담은 화이트 마블 수영장
© Francisco Nogueira

풍경을 가둔 화이트 마블 수영장

테라스는 한 단 내려가 수영장으로 이어진다. 수영장 양옆엔 높은 콘크리트 벽이 서서 시야를 좌우에서 잘라내고, 정면의 구릉만 남긴다. Frame House라는 이름이 가장 또렷해지는 자리다. 건축가는 ‘모든 창이 잘 짜인 사진처럼 자연이나 하늘을 담는다’고 했는데, 수영장은 그 프레임을 물 위에 띄운 버전이다.

수조 안쪽은 화이트 마블로 마감해 물빛이 맑은 민트 톤으로 비친다. 건축가는 이 수영장을 ‘지중해 기후와의 관계를 부드럽게 만드는 물의 방(Water Room)’이라 부른다. 한여름 알가르브 내륙의 열기를 떠올리면 과장이 아니다. 다만 마블은 산성에 약한 돌이라, 수질 약품과 물때 관리를 꾸준히 해야 화이트가 유지된다는 점은 염두에 둘 만하다.

아래층 침실 앞 높은 콘크리트 벽으로 감싼 전용 파티오
© Francisco Nogueira

아래층 침실은 조용하게, 방마다 파티오 하나씩

아래층 분위기는 위층과 딴판이다. 트인 위층과 달리 방이 칸칸이 나뉘고, 욕실을 하나씩 품은 침실 세 개가 들어섰다. 건축가는 이 층을 ‘더 조용하고 내밀한 풍경을 지닌, 집다운 층’이라고 설명한다.

침실마다 전용 파티오가 딸렸고, 파티오는 높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있다. 먼 풍경 대신 하늘 한 조각과 벽에 떨어지는 그림자를 보는 방이다. 위층이 손님을 맞고 풍경을 즐기는 무대라면, 아래층은 잠들기 전 혼자 숨어드는 굴에 가깝다. ‘보여주는 층’과 ‘숨는 층’을 위아래로 갈라 놓으니 사는 사람의 하루 리듬도 그 경계를 따라 자연스럽게 나뉜다. 방마다 바깥 공간이 따로 있어서 여러 가족이 함께 머무는 휴가철에도 서로 부딪힐 일이 적다.

높은 창에서 빛이 떨어지는 콘크리트 계단실
© Francisco Nogueira

곡면 벽 위 높은 창이 비추는 계단

두 층을 잇는 주 계단은 북쪽 돌출부 안에 있다. 좁은 콘크리트 통로를 따라 오르면 위쪽 높은 창에서 빛이 쏟아지고, 그 아래 벽 일부가 부드럽게 휘며 빛을 받아낸다. 직선과 직각뿐인 집에서 거의 유일하게 곡선이 나오는 자리다.

휘어진 면은 빛을 고르게 퍼뜨려 좁은 계단실을 답답하지 않게 만든다. 오르내릴 때마다 어둑한 통로에서 밝은 쪽으로 걸어가게 되니 계단 자체가 작은 의식처럼 느껴진다. 유적 속 지하 통로를 지나 햇빛 아래로 나오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원형 거울과 마블 세면대가 있는 욕실
© Francisco Nogueira

콘크리트·마블·스틸, 세 가지로 끝낸 노출콘크리트 주택

마감재는 단 세 가지다. 벽과 천장은 보드마크 콘크리트, 물이 닿는 곳은 화이트 마블, 창틀·문틀·수납장은 블랙 스틸이다. 수영장, 주방 상판, 세면대, 샤워실, 일부 계단까지 물과 관련된 자리는 전부 마블로 통일했다. 욕실에서는 원형 거울과 덩어리째 깎은 듯한 마블 세면대가 거친 콘크리트 벽과 맞선다.

재료가 적으니 사진 속 집은 수도원처럼 고요하다. 뒤집어 말하면 이 집은 거주자가 들여올 가구와 패브릭에 표정을 크게 기댄다. 콘크리트와 마블은 둘 다 차갑고 단단한 재료라 리넨 커튼, 울 러그, 오크나 월넛 같은 따뜻한 목재 가구를 섞어야 사람이 머무는 온도가 생긴다. 그레이와 화이트 사이에 테라코타나 올리브 톤 패브릭 한두 점만 들여도 바로칼의 흙빛과 이어진다.

이 집은 완공 전부터 시장에 나왔다. 2025년 초 리스본의 부동산 중개사 Fantastic Frank를 통해 390만 유로에 매물로 등록됐다. 유적처럼 보이길 원한 집이 동시에 가장 최신의 부동산 상품이라는 사실이, 이 프로젝트를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만든다.

ArchitectsPedro Domingos Arquitectos
PhotosFrancisco Nogueira
Category단독주택
Country포르투갈
Materials보드마크 노출콘크리트, 화이트 마블, 블랙 스틸
LocationSanta Bárbara de Nexe, 파루, 알가르브
Area연면적 385m², 대지 2, 192m²
Year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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