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과 오더를 익혔다면 이제 건물 전체를 읽을 차례입니다. 그리스인은 기둥과 보로 신전을 세웠고, 로마인은 여기에 아치와 볼트, 콘크리트를 더해 거대한 실내 공간과 경기장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12회는 신전의 삼각 지붕과 바닥, 안쪽 방부터 시작해 로마의 아치 구조를 거쳐 콜로세움의 좌석과 출입 통로, 지하까지 이어집니다. 콜로세움 한 곳을 기준으로 부위 이름을 붙여 가면 스무 개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Pediment | 페디먼트 · 삼각형 박공 | 신전 정면 지붕 밑의 삼각형 부분 |
| Tympanum | 팀파넘 · 페디먼트 안쪽 면 | 삼각형 박공이나 아치 안쪽의 오목한 면 |
| Stylobate | 스타일로베이트 · 기둥 받침 기단 | 기둥이 서는 신전 바닥 맨 윗단 |
| Podium | 포디엄 · 기단 | 건물 전체를 바닥에서 들어 올린 높은 받침 |
| Cella (Naos) | 셀라 · 신전 안쪽 방 | 신상을 모셔 둔 신전의 핵심 방 |
| Portico | 포르티코 · 기둥 현관 | 건물 입구 앞의 기둥 달린 지붕 공간 |
| Colonnade | 콜로네이드 · 열주랑 | 기둥이 줄지어 서서 만드는 통로 |
| Peristyle | 페리스타일 · 주랑 안뜰 | 건물이나 정원을 빙 둘러싼 기둥 열 |
| Arcade | 아케이드 · 연속 아치 회랑 | 아치가 나란히 이어진 통로 |
| Engaged Column | 인게이지드 컬럼 · 벽붙이 기둥 | 벽에 반쯤 붙어 있는 장식 기둥 |
| Keystone | 키스톤 · 이맛돌 | 아치 맨 꼭대기 한가운데 끼워 넣는 돌 |
| Voussoir | 부수아 · 아치돌 | 아치를 구성하는 쐐기 모양 돌 하나하나 |
| Barrel Vault | 배럴 볼트 · 원통형 볼트 | 반원 아치를 앞으로 길게 밀어낸 천장 |
| Groin Vault | 그로인 볼트 · 교차 볼트 | 배럴 볼트 두 개가 직각으로 만나 생긴 천장 |
| Coffer | 코퍼 · 격자 천장 패널 | 천장이나 돔 안쪽을 오목하게 파낸 격자 패널 |
| Oculus | 오큘러스 · 원형 채광창 | 돔 꼭대기에 뚫린 둥근 구멍 |
| Amphitheater | 앰피시어터 · 원형경기장 | 타원형으로 사방에 관중석을 둘러싼 경기장 |
| Cavea | 카베아 · 관람석 | 경사지게 층층이 쌓아 올린 관중석 전체 |
| Vomitorium | 보미토리움 · 관람석 출입 통로 | 관중석으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로 |
| Hypogeum | 히포지움 · 지하 구조물 | 무대 바닥 밑에 만든 지하 통로와 방 |

페디먼트는 엔타블러처 위에 얹힌 낮은 삼각형 박공입니다. 원래는 두 개의 경사 지붕이 만나는 끝단을 정리하기 위한 것인데, 신전 정면을 완성하는 얼굴이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이후에는 창문과 출입문 위에 작은 장식으로 응용되고, 곡선으로 휜 페디먼트나 가운데가 끊어진 페디먼트 같은 변형도 나왔습니다. 오늘날 미국식 주택 현관 위 삼각 처마도 이 후손입니다.

페디먼트 삼각형 안의 바탕면을 팀파넘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 신전에서는 신화 장면을 조각으로 가득 채워 넣는 곳이었습니다.
중세 교회에서는 출입문 위의 반원형 아치 안쪽 면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입니다. 성당 입구에서 최후의 심판 같은 부조가 새겨진 자리가 바로 팀파넘입니다.

그리스 신전은 계단 모양의 기단 위에 세워지는데, 그 맨 윗단이 스타일로베이트입니다. 기둥이 바로 이 면 위에 서기 때문에 ‘기둥이 서 있는 바닥’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습니다.
파르테논의 스타일로베이트는 완전히 수평이 아니라 가운데가 아주 약간 볼록하게 솟아 있습니다. 앞서 본 엔타시스처럼 착시를 줄여 건물이 처져 보이지 않게 하는 섬세한 보정입니다.

로마 신전은 그리스 신전처럼 사방에서 오르는 계단이 아니라, 높은 기단 위에 얹고 정면에서만 계단으로 오르게 했습니다. 이 높은 받침이 포디엄입니다.
현대 건축에서는 고층 타워 아래에 넓게 깔린 저층부를 포디엄이라 부릅니다. 그 위에 타워가 얹히는 구성이 도시에서 흔합니다. 신전의 포디엄이 오늘 도심 빌딩에서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셀라는 신전의 벽으로 둘러싸인 안쪽 방으로, 그리스어로는 나오스라고 합니다. 바깥의 기둥 열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얼굴이고, 실제 신이 사는 곳은 이 방입니다.
파르테논의 셀라에는 조각가 페이디아스가 만든 아테나 여신의 거대한 신상이 놓여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일반 신도는 들어가지 못했고, 제사는 바깥 제단에서 열렸습니다.

포르티코는 기둥 몇 개가 지붕을 받쳐 만든 입구의 현관 공간입니다. 문 앞에서 비를 피하고 안팎을 부드럽게 이어 주는 완충 공간이기도 합니다.
로마 판테온의 정면 포르티코가 유명한데, 정면 여덟 개를 포함한 기둥 열이 거대한 원형 본당 앞에 그리스 신전 같은 표정을 붙였습니다. 그래서 신전과 돔이 합쳐진 독특한 인상이 생깁니다.

콜로네이드는 같은 간격으로 늘어선 기둥열과 그 위의 보(또는 아치)를 합친 개념입니다. 지붕이 있는 산책로이거나, 광장을 두르는 장식 벽 역할을 합니다.
로마 바티칸의 산피에트로 광장을 두르는 반원형 콜로네이드가 대표적입니다. 잔 로렌초 베르니니가 설계한 이 열주랑은 성당이 광장 전체를 팔로 감싸 안는 듯한 인상을 만듭니다.

페리스타일은 기둥이 사방을 두른 구성입니다. 그리스에서는 신전을 빙 두른 바깥 기둥 열을, 로마에서는 주택의 안뜰을 둘러싼 회랑을 가리킵니다.
폼페이 유적의 대저택에는 아트리움에 이어 기둥이 두른 정원이 있습니다. 밖은 닫혀 있고 안쪽에 하늘이 열리는 이 구성은 오늘날 중정 주택의 원형입니다.

아케이드는 기둥이나 벽체 위에 아치를 연속해서 올린 구성입니다. 콜로네이드가 기둥과 수평 보를 쓴다면 아케이드는 아치를 쓴다는 점이 다릅니다.
아치는 보보다 훨씬 넓은 간격으로 하중을 견딜 수 있어서 로마인들은 수도교와 경기장에 아케이드를 반복해서 썼습니다. 콜로세움의 바깥벽이 층마다 연속 아치로 이루어진 것이 그 예입니다.

벽 표면에 붙어 반쪽만 튀어나온 기둥을 말합니다. 하중을 받치는 구조 기둥이 아니라 벽면에 리듬과 격식을 더하는 장식 요소입니다.
콜로세움 외벽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층마다 연속 아치 사이에 붙은 기둥이 아래부터 투스칸, 이오니아, 코린트식으로 바뀌고 맨 위층은 코린트식 벽기둥이 돌아갑니다. 앞 회차에서 배운 오더가 총출동하는 셈입니다.

아치를 만들 때 양쪽에서 돌을 쌓아 올라가다가 마지막에 꼭대기에 끼우는 돌입니다. 이 돌이 들어가야 아치가 스스로 하중을 받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이나 구조의 핵심을 키스톤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로마 이후에도 창문이나 출입문 위에 일부러 크게 튀어나오게 만드는 장식으로 애용되었습니다.

아치를 이루는 쐐기 모양 돌 하나하나를 부수아라고 부릅니다. 각 돌이 옆의 돌을 서로 눌러 주면서 전체가 반원의 곡선을 이룹니다.
돌이 서로 밀어 주는 힘 덕분에 모르타르 없이도 서 있을 수 있어서 로마의 수도교가 2천 년 가까이 남아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퐁뒤가르 수도교가 좋은 예입니다.

배럴 볼트는 반원 아치를 터널처럼 길게 연장한 천장입니다. 통을 반으로 쪼갠 모양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양옆으로 벌어지려는 힘이 크기 때문에 두꺼운 벽이 필요하고, 창을 내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콜로세움 안쪽의 통로와 복도 천장이 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볼트의 가장 기본형입니다.

배럴 볼트 두 개가 직각으로 교차하면 만나는 선이 X자 능선을 이루는데, 이 모서리를 그로인이라고 합니다. 하중이 벽 전체가 아니라 네 모서리 기둥으로 모이는 것이 장점입니다.
덕분에 벽에 창을 낼 수 있고 공간이 훨씬 밝아졌습니다. 로마 목욕장과 큰 공공 건물의 홀에 쓰였고, 이후 고딕 성당의 리브 볼트로 발전하는 뿌리가 됩니다.

돔이나 볼트 안쪽면에 사각형으로 우묵하게 파낸 패널입니다. 재료를 덜어 내 천장의 무게를 줄이는 구조적인 목적과, 반복되는 패턴으로 장식하는 목적을 함께 갖습니다.
판테온의 돔 안쪽면이 유명합니다. 위로 갈수록 패널이 작아져 원근감이 강조되고, 올려다볼 때 깊이가 더 커 보입니다. 오늘날 인테리어에서도 격자 천장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내는 기법입니다.

오큘러스는 라틴어로 ‘눈’이라는 뜻이고, 돔 꼭대기에 뚫린 둥근 구멍을 가리킵니다. 판테온의 유일한 채광창이자 환기구입니다.
태양이 움직이는 동안 빛의 원이 실내 벽과 바닥을 천천히 가로지르고, 비가 오면 바닥으로 그대로 떨어져서 바닥에 배수 구멍이 나 있습니다. 조명 계획에서 하늘의 빛을 건축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고전적이고 단순한 방법입니다.
암피는 ‘양쪽, 둘레’를 뜻해서 앰피시어터는 사방을 관중석이 둘러싼 경기장입니다. 한쪽만 객석인 반원형 극장(시어터)과 달리 타원형으로 사방을 둘러싼 모습입니다.
로마의 콜로세움이 가장 유명한 사례입니다. 서기 1세기 후반에 문을 열었고, 수만 명이 들어갈 수 있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치, 볼트, 콘크리트가 총동원된 로마 토목 기술의 결정판입니다.

카베아는 로마 극장과 경기장에서 계단식으로 이어진 객석 구역 전체를 부르는 말입니다. 원래는 ‘속이 빈 곳, 우리’라는 뜻이었습니다.
콜로세움에서는 신분에 따라 좌석 구역이 나뉘어 있었습니다. 무대와 가까운 아래쪽에 귀족, 그 위에 시민, 맨 위에 서민과 여성이 앉았다고 전해집니다. 객석 구성이 당시 사회 구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보미토리움은 객석 아래를 가로질러 관중이 드나드는 통로를 가리킵니다. 라틴어로 ‘쏟아져 나오다’라는 뜻에서 왔습니다.
흔히 로마인이 잔치 중 먹은 음식을 토하는 방이라고 오해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콜로세움은 이런 통로를 촘촘히 배치해 많은 관중이 짧은 시간에 입장하고 퇴장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되며, 오늘날 경기장 동선 설계의 원형으로 자주 소개됩니다.

히포지움은 그리스어로 ‘땅 아래’를 뜻하며, 지하에 만든 공간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지하 무덤이나 신전 지하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콜로세움에서는 경기장 바닥 아래의 미로 같은 통로와 방을 가리킵니다. 여기서 동물과 검투사가 대기했고, 도르래와 승강 장치로 무대 위 공연에 맞춰 올려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은 바닥이 사라져 지하 구조가 위에서 그대로 내려다보입니다.
오늘의 정리
신전은 스타일로베이트 위의 기둥 → 엔타블러처 → 페디먼트 순서로, 로마 건축은 부수아 → 키스톤 → 아치 → 볼트 → 돔(오큘러스) 순서로 읽으면 됩니다. 콜로세움은 이 두 세계가 만난 결과물입니다. 아치 회랑으로 힘을 받고, 벽기둥으로 격식을 얹었습니다.
2회에 걸친 고전 건축 용어 정리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스무 개의 용어를 알고 나면 광장, 은행, 박물관의 정면이 훨씬 다르게 보입니다.
앞서 소개한 건축 영어 – 도리아·이오니아·코린트 등 고전 건축 기둥과 오더 관련 영어 용어도 함께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