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면적, 같은 방 수인데도 어떤 집은 넓어 보이고 어떤 집은 답답합니다. 차이는 방을 어떻게 배치하고 이었느냐, 즉 공간 구성에서 나옵니다. 건축과 설계 스튜디오에서 “프로그램이 뭐야?”, “서큘레이션이 꼬였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입니다.

4회는 방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열 가지 말을 정리합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Program | 프로그램 · 건축 프로그램 | 건물 안에서 벌어질 활동과 필요한 방의 목록 |
| Circulation | 서큘레이션 · 동선 | 사람이 공간 사이를 이동하는 길 |
| Threshold | 스레숄드 · 문턱 · 경계 | 안과 밖, 방과 방이 바뀌는 지점 |
| Atrium | 아트리움 · 중앙 홀 | 여러 층이 뚫려 위에서 빛이 내려오는 큰 실내 공간 |
| Courtyard | 코트야드 · 중정 | 건물로 둘러싸인 안마당 |
| Loggia | 로지아 · 지붕 있는 반외부 공간 | 한쪽이 열려 있고 지붕이 덮인 통로 겸 베란다 |
| Axis | 액시스 · 축 | 건물을 정돈하는 기준이 되는 가상의 직선 |
| Module | 모듈 · 기준 단위 | 설계 전체에 반복해서 쓰는 기준 치수 |
| Enclosure | 인클로저 · 에워쌈 | 벽·지붕·천장으로 공간을 둘러싸는 정도 |
| Open Plan | 오픈 플랜 · 개방형 평면 | 벽을 최소화해 공간을 하나로 이은 평면 |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니라 “이 건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의 목록입니다. 주택이라면 잠자기, 먹기, 씻기, 손님 맞기, 일하기가 프로그램이고, 그에 필요한 침실, 주방, 욕실, 거실, 서재가 방이 됩니다.
건축주가 설계사무소에 가장 먼저 전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입니다. “방은 3개, 서재 하나, 손님용 화장실 하나”처럼 구체적일수록 좋은 설계가 나옵니다.
복도, 계단, 현관, 통로처럼 사람이 움직이는 길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동선이 짧으면 편하지만 너무 짧으면 방이 서로 붙어 프라이버시가 사라집니다. 동선을 짜는 일은 방을 배치하는 일만큼 중요합니다.
주택에서는 가사 동선(부엌-세탁실-팬트리), 생활 동선(침실-욕실), 손님 동선(현관-거실)을 따로 보고 서로 겹치지 않게 조정합니다. 건축과 1학년 과제에서 “동선이 꼬였다”는 지적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문턱은 바닥의 작은 턱이지만 건축에서는 “공간이 바뀌는 순간”을 뜻하는 말로 확장됩니다. 현관 앞 처마 밑, 대문에서 현관까지의 길, 마루에서 방으로 들어서는 문지방이 모두 스레숄드입니다.
한국 주택은 대문-마당-마루-방으로 단계별로 안으로 들어가는 스레숄드가 촘촘합니다. 좋은 집은 이런 경계의 단계가 자연스럽습니다.
원래는 고대 로마 주택의 중앙에 지붕이 뚫려 있던 마당이었습니다. 지금은 여러 층 높이로 뚫린 실내 공간을 가리킵니다. 호텔 로비, 쇼핑몰 중앙 홀, 도서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주택에서도 거실을 2층 높이로 뚫으면 아트리움 효과가 납니다. 채광과 개방감이 커지는 대신 난방 부담과 위층 소리 전달이 커지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건물이 ㅁ자나 ㄷ자로 마당을 감싼 구조를 말합니다. 바깥에서는 벽이지만 안에서는 마당을 통해 빛과 바람이 들어옵니다. 도시 한가운데서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하늘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 한옥부터 현대 도시 주택까지 널리 쓰입니다.
한국의 ㅁ자 한옥, 스페인의 파티오, 중국의 사합원이 모두 중정형 주택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말로, 벽 없이 기둥으로만 열려 있는 회랑 형태의 공간입니다. 실내와 야외의 중간에 있어 비를 피하면서 바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 주택에서는 마루, 툇마루, 반외부 테라스가 로지아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요즘 아파트 발코니를 로지아처럼 쓰는 설계도 늘었습니다.
현관문에서 정원 끝까지 일직선을 긋고, 그 선을 기준으로 방을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는 것을 “축을 세웠다”고 합니다. 고전 건축과 궁궐이 이런 축 위에 설계됩니다.
반대로 현대 주택은 축을 일부러 어긋나게 해서 공간이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오게 하기도 합니다. 축이 있는지 없는지가 건물의 성격을 가릅니다.
한옥의 ‘칸’이나 일본 다다미의 크기처럼, 건물 전체를 정해진 단위로 나누어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2.4m 격자, 3.6m 격자 식으로 정하면 벽과 창, 가구까지 규격이 잘 맞습니다.
모듈을 쓰면 자재 낭비가 줄고 시공이 빨라집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인체 치수로 만든 ‘모뒬로르(Modulor)’가 유명합니다.
공간이 얼마나 감싸여 있는가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사방이 벽이고 천장이 낮으면 인클로저가 강해서 아늑하고 안정적입니다. 사방이 뚫려 있으면 인클로저가 약해 개방적이지만 불안정한 느낌이 듭니다.
좋은 설계는 이 인클로저의 강약을 방마다 다르게 배치합니다. 침실은 감싸고 거실은 열어놓는 식입니다.
거실, 주방, 식당 사이에 벽을 두지 않고 한 덩어리로 쓰는 배치입니다. 공간이 넓어 보이고 가족이 함께 있기 좋지만, 요리 냄새와 소음이 그대로 퍼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재택근무가 늘면서 완전 개방형보다 필요할 때 닫을 수 있는 반개방형(슬라이딩 도어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의 정리
좋은 공간 구성은 프로그램에서 방을 뽑고, 서큘레이션으로 잇고, 스레숄드로 경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아트리움·중정·로지아는 그 사이에 빛과 공기를 넣는 장치입니다.
5회는 집이 서 있게 하는 힘, 구조 용어를 다룹니다.
앞서 소개한 주택의 뼈대·지붕·계단 이름을 영어로 — 건축 용어 10개 (파운데이션·빔·이브·파라펫)도 함께 보시면 흐름이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