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헨트, 오래된 테라스하우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 한복판에 유독 반짝이는 도심 협소주택 한 채가 있다. 삼면이 완전히 막힌 98m²짜리 자투리땅에 Delmulle Delmulle Architecten이 지은 이 집은 창을 낼 수 있는 자리가 도로 쪽 파사드 하나뿐이었다.
그 하나뿐인 파사드에 건축가들은 유리벽돌을 통째로 둘렀다. 위 2개 층 전체를 유리벽돌과 통유리로 겹겹이 감싸는 이중 스킨을 세워, 좁고 막힌 땅 안으로 빛을 최대한 끌어들인 것이다. 1층은 테라코타 타일로 마감해 옆집들과 어울리는 얼굴을 하고, 2·3층은 온통 유리벽돌로 반짝인다.

삼면이 막힌 자투리땅, 창은 도로쪽 하나뿐
Glass Brick House가 들어선 땅은 헨트의 테라스하우스 골목 사이, 삼면이 이웃 건물로 완전히 둘러싸인 자투리 필지다. 건축가 Seger Delmulle는 극히 작고 사방이 막힌 도전적인 대지였다고 말한다. 창을 낼 수 있는 곳은 도로를 향한 파사드 하나뿐이었고, 그 한 면에 최대한 많은 빛을 끌어들이는 것이 설계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결과물은 튀면서도 골목 풍경과 대화하는 유리벽돌 파사드다.

튀면서도 골목과 어울리게
건축가는 이 프로젝트를 눈에 띄면서도 주변에 스며들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저녁이 되어 집 안에 불이 켜지면 유리벽돌 파사드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며 테라스하우스 골목의 스카이라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벽돌과 유리벽돌이라는 서로 다른 재료가 나란히 놓였는데도 전형적인 테라스하우스의 언어로 읽힌다는 게 건축가의 설명이다. 같은 헨트 골목에서 낡은 산업 건물을 골함석으로 감싸 새 얼굴을 준 Rinskopf도 비슷한 태도를 공유한다.

1707년 옆집 박공지붕에서 따온 벽돌 패턴
1층은 테라코타 타일로, 2·3층은 유리벽돌로 감쌌다. 타일과 유리벽돌 모두 이 동네에 흔한 집들의 파사드 패턴을 그대로 옮겨 쌓았는데, 특히 골목 안쪽에 있는 1707년산 계단식 박공지붕 집의 벽돌 배열을 참고했다. 창과 현관문 둘레는 계단식으로 단을 낸 콘크리트 틀로 마감해 옛 건물의 디테일을 오늘의 재료로 다시 그렸다.

유리벽돌 뒤에 통유리를 한 겹 더
유리벽돌만으로는 단열이 부족했다. 그래서 파사드 안쪽에 통유리와 슬라이딩 도어를 한 겹 더 세워 이중 스킨 구조를 만들었다. 두 겹 사이에는 사람 하나 지나다닐 좁은 틈이 생겼고, 바닥은 금속 그릴로 마감해 환기 통로로도 쓴다. 안에서 보면 유리벽돌 격자 너머로 옆집 지붕과 굴뚝이 흐릿하게 겹쳐 보인다. 이렇게 겹벽 사이의 틈을 활용하는 방식은 좁은 대지의 채광·환기 문제를 푸는 하노이 100 Windows House의 접근과도 통한다.

침실은 아래층, 거실은 맨 위층
이 집은 역전된 평면을 갖고 있다. 보통은 위층에 두는 침실을 1층에, 주방과 거실·다이닝을 맨 위층에 올렸다. 구조는 CLT(구조용 집성목)를 그대로 노출해 화이트로 스테인 처리했고, 벽·천장 마감을 최소화해 담백한 인상을 남겼다. 침실 창에도 같은 유리벽돌이 쓰여, 골목 안쪽에서도 사생활을 지키면서 빛은 놓치지 않는다.

세 개 층을 나선 하나로 묶다
좁은 평면 안에서 층간 이동은 금속 나선계단 하나가 전담한다. 얇은 철제 디딤판과 가는 중심 기둥만으로 이뤄져 있어, 좁은 집 안에서 계단이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화했다. 화이트로 마감한 계단은 CLT 목재 벽과 대비를 이루며 수직 동선의 존재감을 오히려 또렷하게 드러낸다.

맨 위층, 빛이 가장 늦게까지 남는 자리에 주방을
가장 위층에는 주방과 다이닝, 거실을 몰아넣었다. 목재 살대로 짠 접시걸이 선반이 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수납이자 장식이 되고, 화이트 붙박이장과 스테인리스 조리기구가 담백하게 어우러진다. 낮 동안 유리벽돌을 통과한 빛이 가장 오래 머무는 층이기도 하다.

커튼 한 장으로 조절하는 유리벽돌 빛
다이닝 공간은 통유리 슬라이딩 도어 바로 옆, 유리벽돌 벽을 등지고 앉는다. 크림 커튼 한 장이 유리벽돌을 통과하는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유일한 장치다. 자작나무 합판으로 짠 둥근 테이블과 어린이용 벤트우드 의자가 격식 없는 분위기를 만든다.

테라코타 바닥이 다시 이어지는 꼭대기 층
거실 바닥은 1층 파사드와 같은 테라코타 톤 타일로 마감해, 집 전체에 재료의 통일감을 준다. 그 위에 러그 한 장을 깔아 발밑만큼은 부드럽게 남겨뒀다. 창 너머로는 유리벽돌 격자 사이로 이웃집들의 벽돌 파사드가 모자이크처럼 비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