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을 새로 짓는 일은 먼저 집을 비우는 일에서 시작한다. 서울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앞으로 2~3년 안에 5만 가구 가까이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새 아파트가 올라오기 전에 사라지는 집이 전월세 시장에 어떤 압력을 줄지가 쟁점이다.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23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서울시 정비사업에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은 66곳이다. 아직 착공 전이지만 앞으로 2~3년 안에 관리처분계획인가와 이주 단계로 넘어갈 곳이 상당하다. 이들 구역의 멸실 예정 물량만 4만 8,249가구에 달한다.
용산·관악·영등포, 상위 5개 구가 66%
자치구별 편차가 크다. 용산구가 7개 구역 8,336가구로 가장 많고 관악구 6,652가구(6곳), 영등포구 6,215가구(10곳), 송파구 5,325가구, 서대문구 5,232가구가 뒤를 이었다. 상위 3개 구가 전체의 43.9%, 상위 5개 구가 65.8%를 차지한다.
사업 성격은 주택정비형 재개발이 2만 8,670가구로 59%다. 단독·다세대·소형 연립이 모인 곳이라 비교적 저렴한 월세와 반전세 물량이 많은 동네다. 1,000가구 이상 대형 12개 구역이 2만 9,849가구로 62%를 차지한다. 관리처분을 앞둔 단일 구역으로는 관악 신림1구역(4,410가구)이 가장 크고, 서대문 북아현3구역(3,530가구)과 가재울7구역(1,352가구)은 서북권 전세 수요를 흡수해 온 곳이다. 용산 한남4구역(3,423가구)과 한남5구역(2,635가구)을 합치면 6,000가구가 넘는다.
새 집이 더 많지만, 돌아올 집은 적다
이 밖에 송파 마천3구역(3,036가구)과 거여새마을(1,775가구), 영등포 신길제2구역(2,790가구), 강남 개포주공 6·7단지(1,960가구), 노원 상계2구역(1,819가구), 강북 미아9-2구역(1,793가구)도 대거 이주가 예상되는 곳이다. 강북 미아동 일대 정비 흐름은 앞서 소개한 〈강북 재개발 첫 준주거 상향, 미아동 45층 정비계획 통과〉에서도 다룬 바 있다.
향후 새로 지어질 아파트는 6만 3,072가구로 멸실 물량보다 많다. 문제는 구성이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은 9,508가구에 그쳐, 기존 거주자가 같은 동네에 다시 자리 잡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비사업의 수치상 공급 효과와 이주 과정에서 체감하는 주거 불안 사이에 시차가 생기는 셈이다.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협의 체계
분석을 이끈 함영진 랩장은 같은 생활권에서 대형 구역의 이주가 겹치지 않도록 서울시와 자치구가 이주 시기를 조율하는 협의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전세임대와 매입임대를 이주 시기에 맞춰 추가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이주 일정과 전월세 매물량, 거래량, 가격을 상시 모니터해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의 멸실 속도와 새 집이 지어지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이주 관리가 메워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이 수치는 사업시행인가 구역의 현재 기준 예상 물량이다. 실제 이주 시점은 관리처분과 조합 사정에 따라 구역마다 달라질 수 있어, 한꺼번에 비워진다는 가정은 최대치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