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에 들어가면 첫 주부터 교수님도, 선배도, 조교도 영어를 섞어 씁니다. “플랜 다시 그려 와”, “섹션이 없네?”, “엘리베이션 스케일이 안 맞아.” 처음엔 외계어처럼 들리지만 뜻을 알고 나면 별것 아닙니다.

집을 지을 생각이 있는 건축주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말입니다. 설계사무소에서 받은 도면 뭉치를 펼쳤을 때 어느 장이 무엇을 보여주는지만 알아도 대화가 훨씬 쉬워지니까요. 시리즈 첫 회는 모든 건축 대화의 출발점인 도면 읽기, 열 단어입니다.
먼저 한눈에 정리하면
| 영어 | 한국어 | 한 줄 풀이 |
|---|---|---|
| Plan | 평면도 | 집을 수평으로 잘라 위에서 내려다본 그림 |
| Elevation | 입면도 | 건물을 정면(또는 옆면)에서 똑바로 바라본 그림 |
| Section | 단면도 | 건물을 칼로 수직으로 잘라 그 속을 들여다본 그림 |
| Detail | 디테일 · 상세도 | 벽과 창이 만나는 자리처럼 작은 부분을 크게 확대한 도면 |
| Axonometric | 액소노메트릭 · 축측투영도 | 평면을 비스듬히 돌려 세우고 높이를 그대로 올린 입체 그림 |
| Isometric | 아이소메트릭 · 등각투영도 | 세 축이 120도씩 벌어지게 그린 액소노메트릭의 사촌 |
| Perspective | 퍼스펙티브 · 투시도 | 사람 눈에 보이는 대로, 멀수록 작게 그린 그림 |
| Scale | 스케일 · 축척 | 실제 크기를 몇 분의 1로 줄여 그렸는지 나타내는 비율 |
| Dimension | 디멘전 · 치수 | 도면에 적어 넣는 실제 길이 숫자와 치수선 |
| Blueprint | 블루프린트 · 청사진 | 파란 바탕에 흰 선으로 찍히던 옛 복사 도면 |

건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보는 도면입니다. 집의 지붕을 걷어내고 창문 높이쯤에서 수평으로 잘라 내려다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굵은 선이 벽이고 벽이 끊긴 곳이 문과 창입니다.
방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거실에서 부엌까지 몇 걸음인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건축주가 “동선이 불편하다”고 말할 때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는 도면이 이것입니다.

건물의 얼굴입니다. 창이 몇 개인지, 지붕 모양이 어떤지, 외벽이 벽돌인지 목재인지가 보입니다. 원근이 없어서 멀리 있는 부분도 같은 배율로 그려지므로 실제보다 납작해 보이지만 치수를 정확히 잴 수 있습니다.
입면은 방위로 이름 붙입니다. 남측 입면(South Elevation)은 남쪽에서 본 면입니다. 볕이 어디로 들어오는지 이야기하려면 남측 입면부터 봅니다.

초심자가 가장 어려워하는 도면입니다. 평면이 수평으로 자른 것이라면 단면은 수직으로 자른 것입니다. 케이크를 세로로 자르면 층층이 쌓인 크림과 시트가 보이죠. 건물도 같습니다.
층고, 천장 모양, 지붕 경사, 바닥 두께, 기초 깊이까지 단면에서만 보입니다. “이 방 천장을 높아 보이게 해주세요” 같은 요청은 평면으로 답할 수 없고 단면이 필요합니다.
건물은 결국 부품이 만나는 자리에서 성패가 갈립니다. 벽과 지붕이 만나는 곳, 창틀 아래 물이 빠지는 곳, 계단 난간이 바닥에 박히는 곳을 1:5나 1:2처럼 크게 확대해서 그린 것이 상세도입니다.
평면·입면·단면이 큰 그림이라면 디테일은 시공 현장에서 실제로 손이 가는 도면입니다. “디테일이 좋다”는 말은 이런 접합부가 깔끔하다는 뜻입니다.

줄여서 ‘액소(axo)’라고 부릅니다. 평면을 45도쯤 돌려놓고 벽을 위로 세우면 만들어집니다. 원근이 없어서 평행한 선은 끝까지 평행합니다. 한 장에 방 배치와 높이 관계가 함께 담깁니다.
오른쪽처럼 지붕과 윗벽을 걷어낸 컷어웨이 액소는 건축과 발표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입니다. 평면이 어렵다는 건축주에게 “이 집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하고 보여주기에도 좋습니다.

액소의 한 종류로, 가로·세로·높이 세 방향의 길이 비율이 똑같이 유지되는 그림입니다. 게임 속 ‘쿼터뷰’를 떠올리면 됩니다. 눈으로 봤을 때 가장 정돈되어 보여서 도시 모형이나 집 한 채를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에 많이 씁니다.
액소와 아이소를 굳이 구분하자면, 아이소는 각도가 항상 30도로 고정되어 있고 액소는 각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습니다. 구분이 헷갈리면 “입체로 세운 평행 그림” 정도로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그림입니다. 멀리 있는 것은 작아지고 평행선은 한 점으로 모입니다. 그 점이 소실점(Vanishing Point)입니다. 소실점이 하나면 1점 투시, 둘이면 2점 투시입니다.
투시도는 정확한 치수를 재는 도면이 아니라 분위기를 전달하는 그림입니다. 건축주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는 이미지, 컴퓨터로 만든 렌더링 대부분이 투시도입니다. 투시도가 예쁘다고 좋은 설계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 주세요.
도면 어딘가에 ‘1:100’이라고 적혀 있다면 그게 축척입니다. 도면의 1cm가 실제로는 100cm, 즉 1m라는 뜻입니다. 위 평면도에도 ‘SCALE 1/8″ = 1′-0″’와 눈금 막대가 그려져 있습니다. 도면을 확대·축소 인쇄하면 숫자는 틀어져도 막대는 같이 커지고 작아지므로, 요즘도 막대로 크기를 확인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배치도 1:500~1:200, 주택 한 채의 평면·입면·단면 1:100~1:50, 확대 도면 1:20~1:10, 상세도 1:5~1:1을 씁니다. 한 세트의 도면은 같은 축척으로 그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1학년 첫 과제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평면도를 다시 보면 벽 바깥에 가느다란 선과 숫자가 줄줄이 붙어 있습니다. 그것이 치수(Dimension)입니다. 건축 도면은 밀리미터(mm) 단위를 씁니다. 3,600이라고 적혀 있으면 3.6m입니다.
치수는 세 겹으로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가장 안쪽은 창문·문 같은 세부, 중간은 벽과 벽 사이의 거리, 가장 바깥은 건물 전체 길이입니다. 도면에 치수가 하나라도 빠지면 시공 현장이 멈추기 때문에 신입 시절 가장 많이 혼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도면을 프린터로 뽑지만 예전에는 도면을 감광지에 대고 빛을 쪼여 파란 바탕에 흰 선이 남는 방식으로 복사했습니다. 그래서 도면을 통칭해 ‘블루프린트’라고 불렀고, 지금도 “미래에 대한 청사진” 같은 말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건축과에서는 도면을 ‘드로잉(Drawing)’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블루프린트라는 말이 나오면 “아, 도면 통째로 말씀하시는구나” 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오늘의 정리
평면은 위에서, 입면은 앞에서, 단면은 잘라서 봅니다. 액소와 아이소는 입체로 세워서, 투시도는 눈으로 보듯 그립니다. 그리고 이 모두에 스케일과 디멘전이 붙습니다. 평·입·단 세 장만 구분해도 설계사무소와의 대화가 달라집니다.
2회는 “내 땅에 집을 어디까지 지을 수 있나”를 결정하는 대지와 배치 용어를 다룹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