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 고친다. 용도를 바꾼다. 사용승인을 받는다. 그 뒤로도 안전하게 유지관리한다. 이 모든 과정이 건축법 한 갈래에 매달려 있다. 그런데 정작 이 법을 따라 읽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와 행정공무원조차 조문을 좇기 버겁다면, 일반 국민에게는 말할 것도 없다.
대한건축사협회가 발행하는 건축사신문에 이런 문제의식을 정면으로 다룬 특별기고가 실렸다. 결론은 분명하다. 이제 건축법은 부분수정이 아니라 전면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문은 늘었고, 흐름은 사라졌다
우리 건축법은 1962년 제정됐다. 1991년에는 규제 중심의 경직된 체계를 정비하고 건축행정 절차를 합리화하기 위한 전면개편도 있었다. 복잡한 건축행정의 틀을 정리하고 건축허가·사용승인·건축기준 체계를 손본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문제는 그 뒤로 30여 년이 흘렀다는 점이다.
그사이 건축물은 고층화·대형화·복합화됐다. 지진, 화재, 침수, 소음, 범죄예방, 건축자재 품질관리까지 안전에 대한 요구도 함께 높아졌다. 에너지성능과 환경성능, 스마트건축, 인공지능을 활용한 행정지원 같은 과제도 새로 등장했다. 그런데 법은 큰 틀을 다시 짜는 대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문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기고가 짚은 대목은 여기다. 건축허가, 신고, 용도변경, 착공, 감리, 사용승인, 건축물대장 정리는 실무에서 하나의 흐름이다. 그러나 법률 구조는 그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다. 구조안전과 피난·방화, 건축자재, 건축설비, 스마트건축 조문도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법이 복잡하고 모호하면 해석이 갈린다. 같은 조문을 두고 허가권자와 설계자, 감리자, 건축주가 서로 다르게 읽는다. 그러면 인허가가 지연되고 민원이 늘어난다. 기고에 따르면 건축법과 관련 법령에 대한 질의·민원은 매년 1만 건 이상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한 행정 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허가 지연은 사업비 증가와 금융비용 부담, 공사 지연, 계약 분쟁으로 이어진다.
제안된 개편 방향
기고가 제시한 첫 번째 방향은 절차의 재배열이다. 입지와 법령 검토, 사전검토, 건축허가와 신고, 착공, 설계와 시공, 감리, 사용승인, 건축물대장 정리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배열하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법령 검토를 돕는 보조수단으로 쓰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허가권자에게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건축관계자의 역할과 책임을 법률상 명확히 하는 일이다.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관계전문기술자가 각각 무엇을 확인하고 어디까지 책임지는지가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은 선언으로 확보되지 않고 단계별 책임이 명확할 때 따라온다는 논리다.
세 번째는 기준의 분리다. 대지, 도로, 건축선, 공지, 조경, 건폐율, 용적률, 높이는 건축계획 및 건축기준 장으로 모으고, 구조안전과 내진성능, 피난·방화, 내화구조, 마감재료, 건축자재 품질관리는 건축물 안전 및 피난기준 장으로 묶자는 제안이다. 급수·배수·환기, 전기·통신, 승강기, 에너지성능, 스마트건축, 설비 유지관리는 별도 장으로 정리해 건축물 생애주기 관리체계를 갖추자고 했다.
이 밖에 건축협정·결합건축·특별건축구역을 하나의 장으로 묶어 지역 여건에 맞는 유연한 공간 활용을 열어주고, 건축분쟁 조정은 국민의 권리구제 장치로 독립시키며, 위반건축물 조치와 이행강제금 같은 제재는 한 장으로 정리해 법집행의 예측가능성을 높이자는 내용이 이어졌다. 기고는 전면 개편이 규제를 늘리자는 뜻이 아니라 복잡해진 법을 국민이 알기 쉽게 만들자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기고문에는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연구원의 연구결과로서 정부의 견해와 다를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