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움과 넘침이 생활 공간 (주택)의 미덕이던 시절이 있다. 그러다 비움이 주는 미학이 생활 공간으로 까지 스며들었고 무소유 또는 덜어냄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아 인정 받게 되었다. 그런데 싱글이나 커플만 생활하는 집이 아닌, 가족 단위의 생활 공간에서 비움이라는 게 가능할까?
사실 비움은 소유하지 않는 것이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사용하기 위해서는 소유해야만 가능했지만 스마트폰 시대를 거쳐 구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에서는 소유하지 않아도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 그렇게 현대 기술과 시스템을 잘 이용한다면, 생활 공간은 생각 이상으로 무척이나 가벼워 질 수 있다.

일본 건축사무소 Teruhiko Odauchi Architects가 설계한 주택 ‘MARBLING’은 현대적인 미니멀리즘과 실용성을 조화롭게 담아낸 작품이다. 단순한 외형에서 느껴지는 꼭 필요한 것 이외의 것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기능성과 공간의 유연함을 극대화한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깨끗한 화이트 패널과 목재 프레임을 조합하여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면부 유리 온실이 배치되어 자연광이 실내 깊숙이 스며들도록 설계되었다. 실내외 경계를 허물어 공간을 더욱 넓고 개방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구조적 장치 중 하나다.

실내는 최소한의 요소만을 활용한 절제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대신 외부 풍경과 자연광이 최대로 스며들도록 설계해 내부는 언제나 맑고 화창하다. 가구와 벽체는 자연스러운 톤으로 마감되어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벽면 수납과 맞춤형 가구가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Teruhiko Odauchi Architects는 이 주택을 통해 현대 도시 생활 속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단순하면서도 세심한 설계를 통해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공간을 창출했다.
‘MARBLING’은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현대 건축의 좋은 예시로 평가받는다. 이 주택은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풍부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며, 미래 지향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Architects: Teruhiko Odauchi Architects
Photographs: Katsu Tan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