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어디에 짓느냐가, 누구 사느냐 만큼 중요하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은 법적 제한한 범위를 모두 사용해 최상의 효율을 내면서,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노출이 많지 않은 실외를 누릴 수 있는 폐쇄적 형태로 주택이 지어진다.
반면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전원주택이라면 집을 보는 관점은 완벽하게 달라진다. 실내를 외부 환경과 역동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나도록 좀 더 자유롭게 계획한다.
일본 나가노현의 노지리 호숫가에는 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부터 보다 자유롭고 자연 그 자체에 동화될 수 있는 공간을 실현한 주택이 있다. SUGAWARA DAISUKE Architects의 2017년 프로젝트인 Nojiri-ko Nature Platforms가 그런 집이다.
창과 창 사이, 바닥과 천장 사이, 자연이라는 공간감
별장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날 것 그대로 만끽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직-수평으로 개방된 공간을 둘러싼 크고 넓은 창이 만드는 외부와 내부의 모호한 경계, 마치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몽환적이면서도 안락한 공간감, 이처럼 별장이 주는 즐거움과 특별함을 이 일본 주택에서도 만끽할 수 있다.
집 전체가 하나의 오픈 공간이지만 공간을 영리하게 분절하여 소통의 장은 열어두면서, 각 개인의 사색 공간이 개별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
도시인들에게 결핍된 것은, 그리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TV나 스마트 기기로 채워진 작고, 공허한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간이 아닌, 생명과 편안함으로 보듬어진
공간에 대한 체험과 만남이다.
이 일본 주택과 간은 공간을 경험하게 되면 비로소 우리 도시의 빈약함과 부족함을 알고, 보게 된다.
창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Nojiri-ko Nature Platforms는 자연과 건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는 것으로 자연 한가운데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형태의 생활을 창출하고자 했다.
이 집에는 플래폼 0(Ground Floor) 지면에서 플래폼 1과 플래폼 2가 유려하게 연결되며, 플랫폼 1과 2로 구성된 1층에서 가볍게 한 발만 내디디면 외부와 마주하게 된다.
이 공간은 외부와 보다 적극적인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여과 없이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장소다.
플래폼 1을 통해 플래폼 3으로 올라오면 2층의 주방과 다이닝 공간이, 그리고 다시 몇 단을 올라가면, 플래폼 4의 주거 공간과 가장 최상층의 다락이 있는 플래폼 5까지 막힌 벽체 없이 연결된다.
이와 같이 벽체 없이 모든 공간의 개방은 이례적인 계획이다. 사적 공간과 시간의 가치를 중요히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흐름에 비춰보면 Nojiri-ko Nature Platforms의 공간 구성이 불편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은 말 그대로, 경험하지 못한, 생활해 보지 못함에서 만들어진 어색함이다.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닌, 그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서 오는 낯섦이다.
대화의 시작은 공간이다
건물과 사람, 관계와 소통, 정보로 과포화된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좀처럼 여백과 공백, 정적을 참지 못한다.
물리적이거나 시각적 부분의 채움이 아닌, 감성적 결핍 또는 공허함에 따른 공간을 채우는 일에 어렵게 느끼는 것은 딱히 채워야 한다고 배운 적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느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공허함을 느끼기 전에, 우린 집을 박차고 나가 카페에 가거나 스마트폰을 켠다.
정적과 공백이 용서받지 못하는 도시에서 잠시간의 여유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고 어느 곳인가와 연결되어 있으려 노력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Nojiri-ko Nature Platforms는 여백을 강요하는 가장 공격적인 생활 공간이 될지 모르겠다.
ARCHITECTS
: SUGAWARA DAISUKE Architects
PHOTOGRAPHY
: Jérémie Soutey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