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부에서 살만한 주거 공간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은 낭만의 도시, 파리도 피해갈 수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아늑함을 쏙 빼버린 협소한 공간만이 도시에 남았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Céline Pelcé와 Géraud Pellottiero는 이런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싶었다. 파리 도심 속 아늑한 주거 공간을 부활시키려는 노력 끝에 60제곱미터 크기의 오래된 콘크리트 차고를 주거 공간으로 변신시켰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포’와 ‘애프터’의 아름다운 공존, 그 안에 숨은 70여개의 수납장
공간을 개조할 때 완전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요소를 남겨두는 게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파리의 이 주택은 참 아름답다. 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낸 천장, 경사면이 있는 부엌의 벽면 등은 이 곳이 차고였다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한 의도다. 덕분에 투박하지만 뻔하지 않은 공간이 완성되었다.
거기에 디자이너들은 한가지 아이디어를 추가시켰다. ‘드레스룸’을 설치하기에는 넉넉하지 못한 레이아웃으로 인해 천장, 벽면, 바닥 등에 수납장을 설치한 것. 그리고 그 개수가 70여개에 이른다고 하니 ‘열 드레스룸 안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공간이다.
자연광 확보, 창문 하나로도 문제 없는 이유
사람이 사는 곳에서 자연광 확보는 쾌적한 공기 만큼이나 중요하다. 시각적인 필요성은 물론 단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파리 도심에 위치한 이 공간은 차고 목적으로 지어진 공간이기 때문에 창이 하나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유리를 통한 공간 분리이다.
부부 침실과 거실을 통유리로 분리해 거실에 들어오는 자연광이 자연스레 침실까지 닿도록 만들었다. 부부 침실보다 더 안쪽에 위치한 아이들 공간 또한 유리 창문을 활용해 자연광을 놓치지 않도록 했다.
숨겨둔 수납장 활용을 위한 커브드(Curved) 슬라이딩 도어
얼핏 보면 지루함을 줄이기 위한 재미 요소 같지만 사실 이 ‘커브드 슬라이딩 도어’는 이 주택의 필수 요소다. 벽, 천장, 바닥에 숨은 수납장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다. 일반적인 미닫이 문은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숨겨놓은 수납장의 문을 열거나 닫기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고안한 아이디어가 바로 커브드 슬라이딩 도어다. 미닫이 문보다 공간을 훨씬 절약해주는 동시에 곡선의 아름다움으로 안정감까지 주니 두배의 만족감을 주는 요소임에 틀림 없다.
아이들 취향 저격! 모두가 행복한 로프트 공간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부의 사생활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부부의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파리의 이 주택은 집 안 구조를 통해 부부의 공간과 아이의 공간이 확실히 분리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바로 아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로프트 공간을 활용해서다. 인위적으로 아이들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사다리, 벙커 느낌의 디자인과 조명 등을 활용해 자신들의 공간을 사랑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린 셈이다.
산만함은 가라, 다양한 소재의 완벽한 조화
이 주택의 욕실은 다양한 소재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천장은 노출 콘크리트, 바닥은 과감한 크기의 패턴 타일, 욕조와 일부 벽면은 블랙 컬러의 타일, 선반은 목재, 벽에 걸린 액자는 글라스 소재로 공간 크기에 비해 소재가 다양하다. 그럼에도 산만함 없이 모던한 분위기를 주는 이유는 완벽한 조화를 위한 디자이너들의 깊은 고심 덕분일 것이다.
Architects
: Atelier Pelpell
Photographs
: David Foessel
Manufacturers
: Press Citron, TOGO sofas from Ligne Roset, Desormeaux-Carrette, NORDKRAFT, Tenue de Vi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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