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딸 가족이 함께하는 공동주택, 두 마당 집. 이를 가능하게 한 Curved Wall 기술

한 학자는 인문학을 인간이 그려 가는 삶(또는 역사)의 무늬라고 표현했다. 이 무늬결을 이해하고 결을 따라갈 때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으며, 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무늬결을 만들어내는 가장 직접적이고 원초적인 장소는 집이다. 집은 나와 가족이 공유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공간의 구조는 가족 관계를 규정하고, 끊임없이 생산되는 기억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 그래서 집의 구조는 중요하다.

현재 우리가 사는 대부분 주택은 한 공간에 한 가족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일률적으로 배치하고, 똑같은 구조의 공간을 층층이 쌓아 집을 완성한다. 그래서 위층과 아래층은 같은 집임에도 분리된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위층 아래층으로 분리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한 한 가정(또는 개인)의 공간도 온전히 누리지 못하게 된다. 집은 베란다, 테라스, 루프탑, 마당 등의 아웃도어 공간까지 포함되며, 무엇보다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분리된 위층, 아래층 개념은 이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래서 시담 건축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창의적 설계로 두 집 모두가 만족하는 생활 공간 창조

‘시담 건축사 사무소’는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의 주택 구조에서 벗어나는 도전했다. 공간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기존의 주택 구조를 탈피한 새로운 구조의 ‘두 마당 집’을 창조했다.

기존 위, 아래로 두 가구를 나누어 한 집만 마당을 사유하는 불공정한 디자인 대신, 2층 건물을 좌우로 나누어 사용하면서 마당도, 로프트(다락)도, 작은 발코니도 두 집이 공평하게 누리는 주거 공간을 만들었다.

두 마당 집은 경기도 광명에 소재한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이 층 단독 주택으로서, 대지면적은 288m2(87평), 연면적은 206m2(63평)이다. 집의 지붕은 리얼징크, 그리고 외벽은 스타코로 마감하였으며, 주택 내무 천장과 내벽은 친환경 페인트로 마감했다. 또한 지붕에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하여 친환경 주택이다.

서로 바라보지만 내 마당이 있다!

두 마당 집은 부모 가족과 딸 가족이 함께 사는 공동주택이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두 가족이 공유하는 마당이 있다. 아빠는 딸과 함께 사는 것을 원했지만 딸은 자신의 가족 생활 공간이 어느 정도 보호받기를 원했다. 이런 아빠와 딸의 다른 생각을 한 주택에 온전히 녹여낸 장치가 Curved Wall이다.

Curved Wall, 공유와 분리를 한 번에

Curved wall은 마당을 두 집으로 나누는 그러나 서로의 마당이 소통하고 또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김시원 건축가가 만들어낸 건축적 장치다. 대문에서 들어서서 펼쳐지는 마당은 아빠의 거실 공간에 펼쳐지지만 두 집이 모두 공유한다. 특히 딸 가족의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곳이다. 반면 Curved wall 안쪽은 딸 가족을 위한 마당이다. 덱(Deck)을 설치해 베란다나 포취 느낌이 더 강하지만 설계상 마당의 일부로 아빠의 마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 소통하는 공간이다.

단순한 듯 보이는 벽이만 심미적으로나 건축적으로나 또 가족에게도 많은 의미가 담긴 장치다. 직선이 아닌 곡선 형태를 하고 있다.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을 줄 수 있는 콘크리트 주택에 부드러움과 유려함을 더했다. 이런 곡선은 생활하는 가족은 물론, 집을 지나가며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도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풍부한 개방감을 연출한 아빠 집 거실과 주방

1층 현관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한 가족이 사용하는 거실과 주방이 보인다. 거실 앞으로는 마당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큰 창을 설치하여 집 전체에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했고 더 풍부한 개방감을 부여했다.

거실 끝으로 주방을 배치했는데, 주방의 바닥은 거실보다 낮게 설계하여, 주방의 천장이 더 높게 보이도록 유도했다. 시각적으로 거실보다 낮은 공간으로 식사하는 시간 무척 안정된 느낌을 제공한다. 또한 원목의 주방가구와 화이트 컬러를 조화시켜 편안하면서도 세련되게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즐거운 식사 시간에 한몫할 것이다.

노부모의 집으로는 너무 큰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사실, 노부부에게 폐쇄적 공간은 그리 좋지 않다. 물론 대부분이 냉난방비에 대한 고민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창을 작게 만드는 것이 좋은,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냉난방비만큼 고려해야 하는 것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이다. 주택의 만족도는 창의 크기와 마당의 유무에 크게 좌우한다. 실제 외국 주택들이 큰 창과 아웃도어 공간을 가지고 있는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열을 위해 자연광 등 다양한 단열 방법으로 냉난방비를 최소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바깥과 소통하는 공간을 최대화하는 것, 그것이 현시대 주택의 과제이자, 건축가들의 고민이고, 건축주들의 바람이 아닐까.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인 젊은 딸 가족의 공간

딸 가족의 현관문은 부모님 집 현관문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 아빠와 다른 문을 이용하는 것 역시 딸의 제안이었다. 젊은 가족답게 딸 가족의 공간은 심플하면서도 현대적이다. 거실 창으로 보이는 덱(Deck)이 Curved wall로 만들어진 딸 가족의 아웃도어 공간이다.

딸 가족의 주방은 타일과 주방가구를 화이트 톤으로 일치시켜 밝은 느낌을 유지하면서 좁은 공간을 좀 더 넓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목재를 이용해 따뜻한 감성을 주방 공간에 심었다. 캐비닛 손잡이와 간접등은 디자인적으로 유심히 볼만한 부분이다.

오픈된 정적인 사색의 공간, 아빠의 2층 공간

거실 한 켠에 놓인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서면 아빠, 엄마의 생활공간인 방과 취미실이 나온다. 1층과 동일하게 따뜻한 느낌의 원목 인테리어를 최대한 활용하였고, 큰 창을 달아 날렵한 공간을 조금 더 넓게 보이도록 했다.

재미있는 것은 2층으로 들어서면 문이 찾아볼 수 없다. 공간이 나뉘어 있지만 하나로 연결된 재미있는 구조다. 이동 통로(동선)를 가지고 공간이 나눠진다. 또한 천장은 집의 구조를 그대로 드러나 보이도록 설계하여 단순한 공간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딸 가족에게 Deck이 있다면 아빠에게는 이 테라스 공간이 있다. 이 테라스 공간을 통해 들어오는 맑은 공기는 사색적이고 정적인 이 층에 활력과 부드러움을 더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별빛을 끌어들여 밤하늘의 신비함을 경청할 수 있는 사색적 공간이다. 아빠를 가장 많이 닮은 공간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배려한 딸 가족의 생활 공간

딸 가족의 생활 공간은 첫 번째 집의 생활 공간과 마찬가지로 ‘두 마당집’ 2층에 놓여있다. 아빠 집이 사색적이고, 어른의 공간이라면 딸 가족의 집은 따뜻함 아이의 공간이다. 그래서 침실의 색을 파스텔 톤으로 꾸몄다. 하지만 첫 번째 집과 마찬가지로 천장은 형태를 그대로 드러내 생동감과 함께 밝은 느낌을 부여했다.

중첩과 분리의 절묘한 조화

‘두 마당 집’의 큰 특징은 중첩과 분리이다. 개별 가족의 생활 공간은 사적인 영역으로서 분리되어야 하나,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중첩된 영역도 허락해야 한다. 시담 건축사 사무소는 이러한 이질적인 요소를 한 건축물에 담아냈다. 설계자, 그리고 가족의 바람처럼 ‘두 마당 집’의 두 가족이 각자의 공간에서도, 또 함께하는 공간에서도 조화롭게 어울리며 웃음꽃 피워가는 생활을 미소 띠며 상상해 본다.

Achitects
: 김시원 (건축사사무소 시담)

Photograph
: 송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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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현
안락현
PHM ZINE 근무, fmk CORP. 투자 기획관리팀 근무, 인문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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