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주택이라면 돌담과 박공지붕을 먼저 떠올리기 쉽다. 솔웨이 해안(Solway Coast)의 Tidal House는 그 그림에서 한 발 비켜서 있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갯벌을 마주 보고, 벽돌 상자와 목재 상자를 겹쳐 쌓은 집이다.
은퇴한 부부가 에든버러를 떠나 덤프리스셔(Dumfriesshire)로 옮기며 짓게 된 집이다. 아들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Sam Buckley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Aboyne에 사무실을 둔 Brown & Brown(Kate Brown·Andrew Brown)에게 설계를 맡겼고, 내부는 직접 맡았다.

낡은 집을 헐고 다시 앉힌 자리
이 땅에는 원래 손질이 되지 않은 낡은 집이 서 있었다. 부부는 그 집을 헐고 주변 풍경에 조용히 녹아드는 건물을 짓기로 했다. 결과물은 억지로 숨지도 않고 도드라지지도 않는, 물가에 편하게 앉은 두 겹의 볼륨이다.
해가 지고 창마다 불이 들어오면 갈대밭과 갯벌 사이에서 집이 등불처럼 떠오른다. 건축가 Andrew Brown은 숨어 있는 건물을 만들려던 것이 아니라 해안선 위에 편안하게 놓이는 건물을 원했다고 말한다. 벽돌과 목재라는 자연 재료를 따로 나눠 쓴 이유도 그 태도와 맞닿아 있다.

돌담과 갯벌 사이에 낮게 앉은 스코틀랜드 주택
집은 마을 외곽, 낮은 돌담이 이어지는 해안가에 자리 잡았다. 이웃과의 사생활을 지키면서도 빛과 풍경을 최대한 받아들여야 하는 위치다. 설계는 그 두 가지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건물이 지평선 위에 살짝 걸친 듯 낮게 놓인 덕에 주변 돌담과 갈대밭의 스케일이 그대로 살아 있다. 멀리서 보면 마을 풍경의 일부로 읽힌다. 집을 크게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정이었던 셈이다.

뒤는 막고 앞은 여는 스모크 브릭
북쪽 볼륨은 스모크 클레이 브릭으로 두툼하게 감쌌다. 벽돌 표면이 거칠게 갈라진 듯 결이 살아 있어 빛에 따라 얼굴이 달라진다. 이 벽은 뒤편 이웃을 막는 장벽이면서 현관으로 들어서는 사람에게 첫인상을 주는 얼굴이기도 하다.
Andrew Brown은 뒤쪽은 닫혀서 이웃과의 벽 역할을 하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갯벌 풍경이 열리는 집을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두꺼운 조적 벽은 낮 동안 열을 머금었다가 천천히 내보내 실내 온도를 안정시키는 기능도 한다. 입구의 원목 문이 벽돌의 무게를 부드럽게 눌러 준다.

시간이 색을 입힐 남쪽 목재
남쪽으로 가면 벽돌 대신 목재가 집을 감싼다. 이 목재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색이 바랠 것을 전제로 붙였다. 벽돌이 묵직하게 버티는 북쪽과 달리 남쪽은 한결 가볍고 부드럽다.
Brown은 목재 외장의 결이 고르지 않아서 오히려 주변 풍경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매끈하게 다듬은 재료보다 불균질한 재료가 해안가에서는 더 오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유리가 끼어든 모서리 부분에서 목재와 하늘이 함께 비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선 중정
집은 세 면이 막힌 중정을 중심으로 짜였다. 이 중정이 거실 쪽 주 공간과 아티스트 작업실을 갈라 놓는다. 현관 맞은편에는 층고 전체가 열린 개구부가 있어,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선 중정을 지나 물가까지 시선이 곧바로 빠진다.
Andrew Brown의 설명대로 이 집은 기능을 조금씩 떼어내고 축을 세워 집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눴다. 입구 축이 작업실과 나머지 방을 갈라놓고 시선을 풍경 쪽으로 끌어당긴다. 화이트 자갈 위에 서 있는 레드 톤 잎을 단 나무 한 그루가 집 전체의 시선 고정점이다.

처마와 유리로 조절하는 볕
남향 유리창은 겨울 햇살을 실내로 끌어들이고 처마는 더운 계절의 직사광을 막는다. 여기에 맞바람이 통하도록 창 위치를 잡아 실내 기후를 유지한다. 두꺼운 조적 벽까지 더해지면 난방과 냉방에 기대는 정도가 줄어든다.
재료와 시공 방식이 곧 열환경의 일부라는 점이 이 집의 미덕이다. 벽돌은 열을 잡아 두고 목재는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며 유리는 빛을 끌어들인다. 테라스 바닥의 타일은 실내에서 바깥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끊지 않는다.

허공에 매달린 벽난로
개방형 거실의 한쪽 모서리에는 천장에 매달린 벽난로가 놓여 있다. 이 난로가 실내에서 시선이 머무는 초점 역할을 한다. 바닥에서 떠 있는 만큼 유리 너머 풍경이 가려지지 않는다.
층고 전체를 채운 유리벽은 갯벌과 물이 빠진 하구를 액자처럼 담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물때가 바뀔 때마다 같은 창이 다른 그림이 된다. 소파에 앉은 눈높이에서 풍경이 곧바로 이어진다.

주방과 식당, 거실이 한 덩어리로
현관 로비를 지나면 개방형 주방과 식당, 거실이 한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 공간은 중정과 바로 옆 테라스로 풀 하이트 유리벽을 통해 열려 있다. 큰 창이 세 방향에서 빛을 끌어들이기 때문에 실내는 낮 동안 조명이 거의 필요 없다.
바닥은 타일과 목재 마감을 나눠 써 공간의 성격을 구분했다. 따뜻하고 중립적인 배경 위에 풍경이 주인공이 되도록 한 구성이다. 가구는 낮고 부드러운 선의 것들이 많아 시선이 창 밖으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레드와 그린을 눌러 쓴 인테리어
내부 색은 Sam Buckley가 잡았다. 채도를 낮춘 레드와 그린 톤이 곳곳에서 성격을 만든다. 식당 벽에는 짙은 레드 톤이 깔리고, 커튼 아랫단은 블루 톤으로 물들여 창 밖 풍경과 색을 주고받는다.
집 안에는 Buckley의 아버지가 직접 만든 가구도 놓여 있다. 손으로 만든 물건이 있어야 집이 집다운 온기를 갖는다고 생각한 듯하다. 건축이 풍경 중심의 차분한 배경을 만들고, 그 안을 개인의 취향과 이야기가 채운다.

중정을 곁에 둔 작업실
집에는 아티스트 작업실이 따로 있다. 작업실은 나머지 공간과 대부분 막혀 있어 사생활이 지켜지고, 유리로 처리한 모서리 한 곳으로만 풍경을 받아들인다. 그 모서리가 밝고 열려 있어서 작업하는 사람이 답답하지 않다.
책상 위에는 붓과 도구가 흩어져 있고, 유리 너머로는 중정의 단풍나무가 가을빛을 낸다. 작업 공간이 집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독립적인 이유는 중정 덕분이다. 중정이 집을 나누면서 동시에 이어 주는 축이 된다.

2층 안방과 손님방
부부의 개인 공간은 거실 위 2층에 있다. 침실과 욕실, 그리고 작은 라운지가 모여 있고, 라운지에는 유리 처리한 모서리가 있어 높은 곳에서 풍경을 조망한다. 1층 복도 끝에는 손님용 침실 두 개가 놓여 있다.
침실은 짙은 그린 벽과 레드 침구로 꾸며 아늑한 분위기를 냈다. 낮은 협탁과 원목 의자가 갖춰져 있고, 창 옆에는 두꺼운 커튼이 걸려 있다. 이 방들은 바깥 풍경을 크게 보여주기보다 조용히 쉬는 쪽에 무게를 둔다.

해가 지면 등불이 되는 집
해가 지면 유리벽 너머의 조명이 바깥까지 번진다. 처마 아래 테라스와 정원 계단이 함께 밝아지며 집이 하나의 등불이 된다. 어둠이 깔린 해안가에서 이 불빛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표식이다.
갯벌과 하늘이 짙은 네이비로 가라앉는 시간에 집만 따뜻한 색을 띠는 장면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인상 깊다. 벽돌, 목재, 유리라는 소박한 재료의 조합이 이런 저녁에 가장 빛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