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땅에 지은 스킵플로어 협소주택, Park & Tiny House

도쿄 니시오기쿠보(西荻窪), 작은 상점과 살림집이 뒤섞인 골목 안쪽에 대지 33.2m²(10평)짜리 협소주택 한 채가 있다. Niko Design Studio가 설계한 Park & Tiny House는 건축면적이 20.5m²(6.2평)에 불과하지만, 목조 3층에 반지하까지 더해 연면적 58.6m²를 확보하고 그 안에 벽 대신 스킵플로어로 나뉜 공간을 촘촘히 채웠다. ‘큰 집보다 작은 집에 더 판타지가 있다’는 건축주의 말이 그대로 설계 방향이 됐다.

집 뒤편은 어린이공원과 맞닿아 있다. 건축가는 대지가 워낙 작다는 점을 오히려 이용해, 공원과 거리의 존재감이 ‘집이라는 사실’을 압도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방과 방을 나누는 벽 대신 길이와 방향이 제각각인 계단이 그 경계를 대신하고,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시선은 계속 공원 쪽 창으로 흘러간다.

니시오기쿠보 골목에 선 협소주택 Park & Tiny House 정면 전경
© Satoshi Shigeta

10평 대지, 6.2평 건축면적 협소주택

Park & Tiny House가 앉은 자리는 상점과 주택이 뒤섞인 니시오기쿠보의 조용한 골목이다. 옆집들과 어깨를 맞대고 선 폭 좁은 파사드는 세이지 그린 톤 스터코와 적갈색 골함석 지붕으로 마감해, 각진 박공 형태가 골목 안에서도 또렷하게 눈에 띈다. 1층 현관은 원목 여닫이문 하나로 단순하게 처리했고, 그 옆에 심은 어린 나무가 자라면 파사드 절반을 가릴 만큼 무성해질 것이다. 대지 10평, 건축면적 6.2평이라는 숫자만 보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좁다는 인상보다 단정하다는 인상이 먼저 든다.

철망 울타리 너머 어린이공원과 맞닿은 Park & Tiny House 뒷면
© Satoshi Shigeta

뒷면은 통째로 어린이공원과 맞닿는다

건물을 반대편에서 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뒷면은 철망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동네 어린이공원과 바로 맞닿아 있고, 공원 쪽에서 보면 이 집은 마치 공원 안에 놓인 작은 정자처럼 보인다. 건축가가 인터뷰에서 든 비유가 정확히 이 장면이다. 공원 정자에 앉아 있으면 ‘정자 안에 있다’기보다 ‘공원 전체 안에 있다’는 감각이 든다는 것인데, Park & Tiny House는 그 감각을 그대로 집 전체에 옮겨왔다.

Park & Tiny House 현관, 신발장 겸 벤치와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 Satoshi Shigeta

신발을 벗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계단 미로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집의 방식이 시작된다. 신발장을 겸한 좁고 긴 벤치 아래로 신발을 밀어 넣고 나면, 눈앞에는 길이도 방향도 제각각인 계단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 어느 계단을 먼저 오르느냐에 따라 집을 경험하는 순서가 달라지는 구조인 셈이다. 벽으로 나뉜 방을 하나씩 통과하는 여느 집과 달리, 여기서는 계단 자체가 다음 공간을 고르는 질문지 역할을 한다.

따뜻한 톤 목재로 마감한 Park & Tiny House 반지하 피아노실
© Satoshi Shigeta

손님을 처음 맞는 공간은 거실이 아니라 반지하 음악실

손님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공간은 거실이 아니라 반지하 피아노실이다. 벽과 천장을 온통 따뜻한 톤 목재로 감싼 이 방은 그랜드피아노 한 대가 놓일 만큼만 딱 필요한 크기로 짜여 있다. 고개를 살짝 들면 바로 위 리빙룸을 지나 공원 풍경까지 시선이 뚫려, 지하에 있다는 답답함보다는 나무 상자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아늑함이 먼저 느껴진다. 이 집을 짓기 전부터 피아노를 치던 가족이었다는 사실이, 설계 단계에서 이 방의 위치와 크기를 결정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었다고 한다.

길이와 방향이 다른 계단으로 층을 잇는 Park & Tiny House 스킵플로어 구조
© Satoshi Shigeta

2.3층에서 책 읽고 -0.5층에서 피아노 치는 집

이 집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인용되는 말이 ‘2.3층에서 책을 읽고 -0.5층에서 피아노를 친다’는 표현이다. 실제로 층과 층 사이가 반 층, 4분의 1층 단위로 잘게 쪼개져 있어서, 정수로 딱 떨어지는 층수 개념 자체가 무의미하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눈높이가 바뀌고, 그 눈높이에 맞춰 서가나 창이나 작은 벤치가 다르게 걸린다. 좁은 집 안에서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선이 계속 교차하도록 설계해 집 전체를 하나의 놀이터처럼 쓰게 만든 것이다.

다각형 평면으로 짠 Park & Tiny House 주방 겸 식당, 컬러풀한 타일 벽
© Satoshi Shigeta

다각형으로 접힌 주방 겸 식당

계단을 한 번 더 오르면 다각형 평면의 주방 겸 식당이 나온다. 대지 모양과 이웃집 벽 위치에 맞춰 벽면을 여러 각도로 꺾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긴 형태인데, 덕분에 싱크대 앞에 서면 창밖 풍경이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한 각도로 걸린다. 타일을 촘촘히 붙인 컬러풀한 벽면과 그 위에 나란히 걸어둔 프라이팬들은 좁은 부엌을 오히려 활기차게 만든다. 식탁 옆 유리장에는 오래된 그릇과 잔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어, 새로 지은 집인데도 이미 오래 산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벽과 창틀이 만나는 자리에 낸 Park & Tiny House 아치형 벽감 니치
© Satoshi Shigeta

벽과 창이 만나는 자리마다 판 아치형 벽감

이 집 구석구석에는 건축가가 손으로 하나씩 그려 넣은 듯한 디테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벽과 창틀이 만나는 자리에 파낸 아치형 벽감(니치)이 눈에 띈다. 시계 하나, 액자 하나를 놓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 같은 이 작은 홈은 방마다 위치와 크기가 다르게 계획됐다. 러그도 기성품 대신 자리마다 크기와 색을 맞춘 것을 깔아, 같은 붉은 계열이라도 방마다 미묘하게 다른 무늬가 반복된다. 큰 가구 하나 없이도 집이 허전해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로수 가지가 시야를 채우는 Park & Tiny House 3층 침실 창
© Satoshi Shigeta

3층 침실, 나뭇가지 사이로 걸리는 창

가장 사적인 공간인 침실은 맨 위층에 놓였다. 경사 천장을 따라 낮게 낸 가로 창은 침대에 누운 눈높이에 딱 맞춰져 있어, 창밖 가로수 가지가 시야 전체를 채운다. 커튼 대신 블라인드만 살짝 걸어 둔 것도 이 풍경을 가리지 않기 위해서다. 아래층들이 계단과 벽감, 서가로 촘촘하게 채워진 것과 달리 침실만큼은 가구를 최소화해, 하루 중 유일하게 숨 고르는 자리로 남겨뒀다.

접이식 의자 두 개가 놓인 Park & Tiny House 옥상 테라스
© Satoshi Shigeta

옥상까지 이어진 협소주택의 마지막 층

계단의 마지막 도착지는 옥상 테라스다. 접이식 철제 의자 두 개만 놓아도 꽉 차는 크기지만, 주변 저층 주택 지붕선 너머로 하늘과 가로수 윗부분이 트여 보인다. 언제든 재조립 가능한 협소주택, Bondi House태풍이 와도 끄떡없는 목조 섬집, Amami House처럼, 대지가 작을수록 오히려 구조와 동선에 더 과감한 실험을 거는 협소주택 사례가 최근 여럿 눈에 띈다. 10평이라는 대지 면적, 6.2평이라는 건축면적만 보면 이 집이 가진 공간감을 짐작하기 어렵다. 벽을 세우는 대신 계단으로 층을 촘촘히 쪼개고, 그 사이사이에 공원과 거리의 풍경을 끌어들인 결과가 지금의 Park & Tiny House다.

ArchitectsNiko Design Studio(니시쿠보 타케토)
PhotosSatoshi Shigeta(繁田論)
Contractor테즈카 공무점(手塚工務店)
Category협소주택
Country일본
Materials목조, 스터코, 골함석 지붕
Location도쿄 니시오기쿠보(西荻窪)
Area대지 33.2m², 건축면적 20.5m², 연면적 58.6m²
Year2022

더 볼만한 기사

댓글 남기기

댓글 내용을 입력해 주세요
이름을 입력해 주세요

추천 기사

00:23:57

인테리어 건축 관련 해외 영상 콘텐츠 추천

국내와는 달리 해외는 인테리어, 부동산, 건축 관련 영상 콘텐츠들이...

용산공원에 아파트를 지으려면 — 특별법부터 넘어야 한다

국토부가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용산구와 서울시가 반발했다. 실현까지 놓인 법적·행정적 관문을 짚었다.

낮엔 쇳가루, 밤엔 네온사인 — 외국인 관광객이 을지로에 줄 서는 이유

서울 을지로와 익선동의 낡은 골목이 외국인 관광객과 2030세대의 야장 성지로 떠올랐다. 낮의 철공소 풍경과 밤의 포차 불빛이 공존하는 '반전 매력'이 핵심이다.

공간 인테리어에서 시선배치법이 있다는데. 공간을 더 생생하게 만들어주는 시선 배치법

인테리어는 공간 창출에 관한 것이지만 엄연히 말하면 시각에 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