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레메디오스 데 에스칼라다(Remedios de Escalada)에 자리한 베네시아나(Veneciana) 아이스크림 매장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새롭게 확장됐다. DRM 아르키텍투라(DRM Arquitectura)가 맡은 이 510㎡ 규모 프로젝트는 기존 상업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그 위에 새로운 용도를 겹쳐 얹는 방식을 택했다.
보행자와 차량이 동시에 드나들고 머무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유형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걷는 사람의 속도와 차량의 속도, 두 개의 서로 다른 리듬을 하나의 대지 안에서 동시에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건물을 지우지 않는 증축
DRM 아르키텍투라는 새 건물을 처음부터 짓는 대신, 기존 상업 건축물의 골조와 흔적을 그대로 살리는 어댑티브 리유즈(adaptive reuse) 전략을 택했다. 낡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으로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두 시간대의 건축이 한 매스 안에서 공존하도록 놔둔 셈이다.
목재와 콘크리트라는 대비되는 두 재료를 나란히 쓴 것도 이런 태도와 맞닿아 있다. 콘크리트는 기존 구조의 무게감을 그대로 잇고, 목재는 새로 더해진 부분에 가볍고 따뜻한 질감을 얹는다.

걷는 사람과 운전하는 사람이 함께 쓰는 대지
드라이브 스루라는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독특한 공간 조건을 요구한다. 차량은 매장 주위를 돌며 통과하고, 보행자는 매장 안팎을 오가며 머무른다. 이 둘의 동선이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겹치도록 하는 것이 이번 설계의 핵심 과제였다고 해야 할까.
매장 주변으로 차량 동선을 넉넉히 두르면서도, 보행자를 위한 그늘과 앉을 자리를 놓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아이스크림 가게라는 프로그램의 본질, 즉 잠시 머물며 즐기는 경험을 자동차 중심 동선 안에서도 지켜내려 한 흔적이다.

동네 상업 건축의 실용적인 해법
510㎡라는 규모는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 비하면 결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정해진 예산과 기존 건물이라는 제약 안에서, 브랜드 정체성과 기능적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실용적인 해법을 찾아냈다.
화려한 랜드마크 건축이 아니라 동네 상업 건축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기존 건물의 활용, 차량과 보행자의 공존―를 정직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다. 드라이브 스루라는 유형이 꼭 삭막할 필요는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