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관광 대신 한복 입고 골목길 — 외국인들이 전주로 향하는 이유

단체 관광버스에서 내려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버스에 오르는 여행.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이런 방식이 점점 인기를 잃고 있다. 대신 늘어나는 건 스스로 일정을 짜고, 그 지역의 문화를 몸으로 겪어보려는 개별 여행객, 이른바 FIT(Foreign Individual Tourist)다. 이들이 최근 부쩍 향하는 곳 중 하나가 전주 한옥마을이다.

전주 풍남동 일대에 700여 채의 한옥이 모인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심형 한옥촌이다. 전주시가 이동통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이곳을 다녀간 국내외 관광객은 1536만 4206명, 2022년보다 36%나 늘었다. 외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도 방문 비중이 높은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사진만 찍고 가는 곳이 아니다

한옥마을이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하는 이유는 풍경만 소비하는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마을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오목대, 차분한 유교 건축의 분위기를 지닌 전주향교 같은 역사문화 유산이 한옥 골목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여기에 한복 체험, 전통 공예, 전주비빔밥으로 대표되는 한식, 남부시장 야시장까지 하루 동선 안에 다 들어온다.

외국인 개별 여행객들이 최근 단체관광보다 지역 문화 체험과 전통문화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흐름과 이 마을의 성격이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한복을 빌려 입고 좁은 골목을 걷는 체험은 이미 전주 여행의 상징적인 장면이 됐고, 여기에 전통 공예, 예절 체험, 전통놀이 같은 프로그램이 더해지면서 ‘보는 여행’이 ‘참여하는 여행’으로 확장됐다.

느린 골목, 국제슬로시티

이 마을의 첫인상은 지붕선이다. 낮게 이어지는 기와지붕과 흙담, 좁은 골목길이 도심 한복판에서 전혀 다른 속도의 풍경을 만든다. 한옥의 지붕은 살짝 하늘로 들려 있고 골목은 직선보다 완만한 흐름을 갖는다. 이 구조 때문에 여행자는 서둘러 지나치기보다 자연스레 걸음을 늦추게 된다. 2010년 11월, 전주 한옥마을이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것도 이런 보행 감각과 무관하지 않다.

밤이 되면 또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낮에는 기와지붕과 골목의 형태가 선명하게 보인다면, 밤에는 조명과 그림자가 그 선을 부드럽게 그려낸다. 태조로를 밝히는 청사초롱과 한옥 담장을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이 어우러지는데,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해가 막 진 직후의 푸른빛이 남은 시간대가 사진을 남기기에 가장 좋다는 평이 많다.

전주 한옥마을 골목길
이미지: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전주 한옥마을 골목 풍경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한 걸음 더

여행자에게 남는 팁도 있다. 한옥 숙박은 당일치기 여행을 1박 여행으로 바꿔주는 요소다.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붐비지 않는 아침 골목을 조용히 걷는 경험은 낮 시간대의 북적임과는 전혀 다르다. 한옥마을 중심부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근처 자만벽화마을, 남부시장 청년몰, 객리단길로 동선을 넓히면 한옥마을의 전통적 이미지와는 또 다른, 젊고 활기 있는 전주를 만날 수 있다.

다만 문화재와 주거 공간, 상업시설이 뒤섞여 있는 곳인 만큼 여행 예절은 챙길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과 동행한다면 리드줄과 배변 봉투를 준비하고 실내 입장 가능 여부를 업소마다 확인해야 한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일부 구간의 돌길과 경사, 턱을 미리 감안하는 편이 좋다. 마을은 연중무휴 24시간 개방돼 있지만, 경기전과 박물관, 체험시설은 개별 운영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단체버스에서 내려 인증샷만 남기고 떠나는 여행과, 한복을 빌려 입고 골목을 천천히 걸으며 하룻밤을 묵는 여행은 같은 장소를 완전히 다르게 기억하게 만든다. 전주 한옥마을이 외국인 개별 여행객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도록 만들어진 곳이 아니라, 걸음을 늦추고 머물수록 더 많은 것을 내어주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더트래블뉴스 — 전주 한옥마을, 1500만 명이 찾은 국민관광지…한옥 골목과 야경이 만든 전주 여행의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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