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에 오히려 탄소를 더 저장하는 건물이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현지 건축사무소 RTA 스튜디오(RTA Studio)가 완공한 한 사옥이 그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가전 브랜드 피셔앤페이켈(Fisher & Paykel)과 하이얼 오세아니아(Haier Australasia)가 함께 쓰는 통합 본사다.
부지는 복원된 습지 한가운데다. 연면적 1만 1500㎡ 규모의 3층짜리 단일 매스(volume) 안에 사무 공간과 연구시설을 모두 담았다. 뼈대는 현지에서 자란 소나무로 짜인 다이아그리드(diagrid) 구조다. RTA 스튜디오는 이 건물이 뉴질랜드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매스팀버(mass-timber) 건축물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로 찍어낸 목구조 키트
이 다이아그리드는 RTA 스튜디오가 이전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구조 시스템을 이번 사옥의 규모와 복잡한 형태에 맞춰 다시 조정한 결과다. 스튜디오는 이를 “디지털로 제작한 부품 키트(digitally manufactured kit of parts)”라고 설명한다. 폭 8m짜리 스팬 두 줄이 나란히 이어지면서 채광과 맞통풍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다.
목재는 어디서나 조달한 게 아니다. 인근 조림지에서 기른 소나무를 썼고, 스튜디오에 따르면 다이아그리드에 들어간 목재량은 그 조림지에서 약 3시간이면 새로 자라날 만큼이다. 여기에 이 목구조 자체가 시공 중 배출된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 탄소 포지티브(carbon-positive) 구조라는 뜻이다. 지붕에는 피셔앤페이켈 홈솔루션이 개발한 태양광 패널 1159장이 설치돼 건물의 연간 운영 에너지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과 밖을 가르는 고리형 평면
내부는 3층 높이 아트리움과 브리지, 공용 공간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구조다. 건물 전체는 고리(loop) 형태로 설계됐는데, 스튜디오는 이를 “안과 밖을 동시에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바깥쪽은 도로 소음을 막아서고, 안쪽은 습지 조경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사무 공간을 감싸는 넓은 개구부를 통해 이 습지 풍경이 실내 어디서나 보인다.
건물 한쪽 끝에는 2개 층, 약 5000㎡ 규모의 연구·시험 시설이 자리한다. 층고가 높은 산업형 워크스페이스다. 이 연구동은 중앙 주방 공간을 통해 사무 영역과 연결되는데, “요리하고 먹고 모이는” 공용 공간으로 기능한다. 실내에서는 목구조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검은색 목재 계단과 부드러운 마감재로 대비를 줬다.
목구조가 답이 될 수 있을까
매스팀버는 더 이상 실험적 소재가 아니다. 대형 사옥 하나를 통째로 지탱할 만큼 구조적으로 검증됐고, 디지털 제작 방식과 결합하면 복잡한 형태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옥이 보여준다. 무엇보다 짓는 행위 자체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 저장하는 쪽으로 뒤집힐 수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도 저탄소 구조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지금,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zeen — RTA Studio designs mass-timber groundscraper in Auckland as “continuous ribb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