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개의 계단, 하나의 종소리 — 스리랑카 사찰이 도자기 조명이 되기까지

산 하나를 오르는 데 계단이 5000개 넘게 필요하다면, 그 길은 이미 목적지의 일부다. 스리랑카의 성산 아담스 피크(Adam’s Peak, 스리파다)가 그렇다. 순례객들은 어둠 속에서 계단을 오르고, 정상에 다다르면 종을 한 번 울린 뒤 일출을 맞는다. 오르고, 모이고, 조용히 바라보는 이 세 동작이 프랑스 조명 디자이너 클레망 부티용(Clément Boutillon)의 새 컬렉션이 시작된 지점이다.

그가 이끄는 부티 스튜디오(Bouti Studio)는 최근 도자기 조명 컬렉션 ‘템플(Temple)’을 공개했다. 순례길의 풍경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그 공간이 주는 정적과 리듬을 조명이라는 사물로 옮겨 담았다.

흰 도자기, 다섯 개의 구멍

컬렉션은 세 갈래로 나뉜다. 테이블 램프는 다섯 개의 개구부가 뚫린 조각 형태로, 컬렉션에서 가장 입체감이 강하다. 벽 조명은 비대칭 형태로 회전하는 기하학을 암시하며, 펜던트나 휴대용으로도 변형할 수 있다. 휴대용 램프는 나무 페그에 걸어 높이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소재는 백색 유약을 입힌 도자기(faience)다. 황동 부속과 새틴으로 짠 케이블이 함께 쓰인다. 화려한 장식 대신 매끈한 면과 절제된 구멍만으로 형태를 완성했다.

손그림에서 두 번의 가마까지

제작 과정은 꽤 길다. 손 스케치와 디지털 모델링을 오가며 형태를 잡고, 3D 프린팅으로 원형을 뜬 뒤 석고 틀을 만든다. 여기에 액체 상태 도자기를 부어 형태를 굳히고 손으로 마무리한다. 1020도에서 한 번 구운 뒤 흰 유약을 입혀 1040도에서 다시 굽는다. 두 번의 소성을 거쳐야 지금의 매끈한 흰빛이 나온다.

모든 공정은 프랑스 현지에서 이뤄진다. 개인 소비자는 물론 실내 설계자를 겨냥한 판매도 함께 진행 중이다.

스리랑카 아담스 피크의 사찰 풍경
이미지: Wikimedia Commons, ‘Adams peak Japan Peace Temple’ (CC BY-SA 4.0). 컬렉션에 실제 쓰인 제품 사진이 아닌 영감이 된 장소를 담은 참고 이미지다.

조명 하나에 순례길 전체를 담겠다는 발상은 자칫 과장으로 흐르기 쉽다. 그런데 이 컬렉션은 오히려 덜어내는 쪽을 택했다. 형태를 단순하게, 구멍을 절제해서 뚫고, 색은 흰색 하나로 정리했다. 공간에 하나만 놓아도 존재감이 드러나는 조명을 원하는 이들에게 눈여겨볼 만한 참고작이다.


이 기사는 아래 원문 보도를 참고해 PHM ZINE이 새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원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 designboom — the stillness of sri lankan temples translates into handcrafted ceramic l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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