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거 지구(Residential Area)와 미국, 호주를 비롯한 유럽 주거 지구는 건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봐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비슷한 비용으로 지어지는 집들인데, 왜 이런 차이를 느끼게 되는 걸까? 이런 주택 지구는 한국에 왜 없는 걸까?

유럽과 한국 주거 지역의 차이는 단순히 건물의 디자인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도로의 폭, 도로와 보도와의 관계, 보도와 주택 사이의 관계, 녹지(나무와 공원을 포함)와 도로와의 관계, 택지 모양과 택지의 사용 가용 범위 등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런 다양한 요소와 상관관계 중 보도와 보도에서 주택 출입문 까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국, 미국 등의 시내에 위치한 주택에서 외부 계단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공공 영역인 보도와 사적 영역인 집 사이, 외부지만 행인들은 침법할 수 없고, 내부에 사는 사람과 방문자에게만 허락되는 집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외부에 있지만, 아무나 들어 올 수 없고, 공공의 영역과 연결되지만 지극히 사적인 그런 공간이자 장치가 계단이다.

그럼, 왜 잔디 같은 평지가 아닌, 상승 요소를(높이 차를 만드는) 가진 계단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시각적으로는 공공의 영역인 보도와는 분명 다른 장소임을 각인시키고, 심리적으로는 접근의 용이함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보도보다 높은 곳에 출입문을 두어 울타리가 없는 집에서 물리적 침범을 막는다. 그래서 이런 계단과 앞마당 잔디(보도에서 출입문까지의) 같은 공간을 Buffer Zone (Semi-Privite Zone)이라고 한다.

Buffer Zone에 대하여

보도와 출입문 사이 뭐가 있다고 미국 주택과 한국 주택이 달라지나 생각하겠지만, 한국과 해외 주거 지역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미국의 경우 외각에 위치한 주택 지구의 경우는 잔디 마당이나, 포취(Porch) 등이 그 역할을 하고 있고, 밀도가 높은 과밀 도시 근교의 경우에는 계단이 그 역할을 하는 것이다. 형식이 달라졌을 뿐 역할은 같다.

보도와 출입구 사이에 존재하는 이 공간(장치)는 Buffer Zone(Semi-Privite Zone)이라고 하며, 일종의 공용 공간(Public Zone)과 사적 공간(Privite Zone) 사이에서 물리적, 심리적 완충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으로 하여, 공공 공간은 더 깔끔해지고, 집은 더 안정감을 가지게 된다.

도시나 광장에서 팝업 스토어나 선데이 마켓 등이 진행할 때 구역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ps.org/article/public-zone

불안과 민감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버퍼 존은 나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개인 택지의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거나, 나라 소유의 땅 일부(도로로 포함된) 제공하였다가 도록 확장 등이 필요할 때, 사용한다.

국내 대도시 주택은 출입문을 열면 바로 보도, 차도와 마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버퍼존 없는 배치가 도시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1m2도 안되는 신을 신는 그 공간을  빼면 내가 누워 있고 밥을 먹는 생활 공간과 불특정인이 활개하는 길 거리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집문을 열고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는 구조다. 이런 집의 구조가 한국 사회에서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는 요소다.

이 버퍼 존은 심리적인 면 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마을은 도시의 모습을 정결하게 정리된 모습으로 만들어 준다. 자연스럽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지고, 제한적인 자연광의 범위도 넓이지니, 마을 한층 밝아지는 효과를 가지게 된다. 공공도로와 출입문 사이 어수선함도 사라진다.

한국에 중문이 생긴 이유가 버퍼 존이 없기 때문에!

버퍼존이 없는 한국에서 어떻게 하면 도로와 출입문 사이 보완 공간을 만들까 고민하다 만들어 진 것이 바로 중문이다. 초기 아파트 보도변 주택에는 중문이라는 것이 없었다. 오고가는 사람들의 소리와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집 내부에 방어 공간 하나를 만들게 된 것이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배달원이 출입문 계단에서 물건을 전달하는 것을 흔히 본다. 한국은 어떤가?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음식이 배달 오면, 출입문을 지나 신발장(중문이 있는 곳)까지 들어와 음식을 두고 간다. 외국의 버퍼 존에서 행해지는 행위들이 국내에서는 출입문과 중문 사이에서 행해지는 건 재미있는 현상이다.

그럼 한국에서 Buffer Zone은 가능할까?

버퍼 존의 유무는 행동심리적으로도, 시각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장치(공간)이다. 따라서 도시계획 시 주거 지역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한국이라는 특성을 무시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더 많은 사람이 머물게 할 것이냐, 더 좋은 생활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냐 사이에 지속되는 선택의 싸움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이 싸움을 공공이 해결하지 않고, 개인에게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법과 땅 기획을 보면, ‘공공은 공정하게 땅을 시장에 내놓을 테니, 사는 분들이 알아서 해결하세요’의 뉘앙스가 넘친다.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양적인 팽창을 넘어, 풍요로운 질적인 성장이 언제쯤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좋은 건 모두가 알고 있는데, 실현이 안되는 현실이 아이러닉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