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TECT
: 김원기, 김원기건축

PHOTOGRAPHS
: Williams G


오랜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부부가 자신이 자라났던 곳에서 인생의 3막을 시작하고자 했다. 너무도 익숙한 고향에 추억이 쌓여있는 오래된 주택도 좋았지만, 여기에 자신들의 인생 3막을 함께 시작할 또 다른 공간이 있기를 클라이언트는 바랐다. 어디에서나 볼 수 없는 풍경과 자연이 주는 충만함을 그대로 만끽하고 누릴 수 있는 그런 집. 계곡이 흐르고, 산이 자리 잡은 퇴촌의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뜬 집 [Chapter 3]은 그런 바람과 함께 실험 정신 가득한 집이다.

건축가는 뜬집, 클라이언트는 Chapter 3라 부른다

퇴촌에 위치한 이 주택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이 있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을 가질 수 있던건 건축가와 클라이언트의 관점이 달라서가 아닌,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이 같았기 때문이다.

퇴촌에 위치한 이 주택은 건축가와 건축주가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한 집을 설계하면서 두 개의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는 주택 건축 분야에서 무척 드문 일이다. 집의 이름은 건축가와 클라이언트가 서로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주택에 대한 커다란 이미지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두 개의 이름을 가질 수 있던 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마지막 종착점이 같았기 때문이다.

집의 이름에서 느껴지듯 관점에는 차이가 있다. 건축가가 디자인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집을 불렀다면, 클라이언트는 인생이라는 감성과 바람을 담아 집 이름을 불렀다. Chapter 3,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장이 될지 모를 두 부부의 삶과 함께하기를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 집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부부에게 집 이름은 Chapter 3가 되었을 것이다.

국내 최장 캔틸레버 주택

퇴촌의 뜬집은 캔틸레버라고 하는 구조(Structure)로 만들어진 집이다. 외팔보라고도 하는 캔틸레버는 구조체(건물)이 땅에서 떨어진 채 한쪽 끝만 고정되어 있는 형태를 말한다. 김원기 건축가는 집 아래 주차장을 만들고 싶다고 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하는 구조를 찾다 캔틸레버 구조를 차용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유래 없는 9m 길이의 캔틸레버 주택을 디자인했다.

설계를 담당한 김원기 건축가는 클라이언트의 바람인 ‘노을과 집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집’을 가지고 싶다는 건축주의 요구 사항을 듣고 떠오른 것이 캔틸레버다. 외팔보라고도 하는 캔틸레버는 구조체(건물)이 땅에서 떨어진 채 한쪽 끝만 고정된 형태를 말한다.

날 듯, 땅에서부터 자유로운 집,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외팔보 디자인, 물 흐르듯, 바람 지나가듯 풍경을 담는 실내 공간에 주차 공간까지 건축주의 요구를 충족시기키에 충분했다. 그렇게 국내에서 최장의 9m 길이의 캔틸레버 디자인이 탄생했다.

그러나 아쉽게 최종 길이는 9m가 아닌 6.5m가 되었다. 구조 전문 업체를 통해 충분한 구조 계산을 하고, 안전 점검까지 받았지만, 시공사 측에서 9m 길이의 캔틸레버는 본 적이 없다면 불안하다는 이유로 중심축에서 2.5m 떨어진 곳에 얇은 기둥 두 개를 새우고 말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노을이 있는 집, 계절을 담는 집

넓게 펼쳐진 자연과 노을을 보고 싶다던 클라이언트의 바람대로 이 뜬 집은 주변 환경을 그대로 집 내부로 불러 들여온다. 유리로 마감한 거실의 두 벽면은 마치 IMAX 영화관 같다. 뜬 집에 앉아 바라보는 넓게 펼쳐진 퇴촌의 풍경은 IMAX 통해 상영되는 자연 다큐멘터리보다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외부같은 내부, 골조를 드러낸 과감함까지

바닥 마감을 원목으로 처리한 건 클라이언트의 오랜 미국 생활을 배려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주변 환경을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자연으로 둘러싸인 주택에 가공 바닥재는 어울리지 않는 자재였다. 바닥 난방을 사용하는 난방시스템에 과감하게 원목 바닥재를 사용했다.

자각하기 힘들지만, 발로부터 느껴지는 마감재의 질감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사람의 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집에서 맨발로 밟는 바닥재는 건강과 감성 모든 면에 영향을 준다. 매일 발끝에서부터 느껴지는 나무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질감, 생활 질까지 바꿔줄 것 같다.

반대로 천장은 철골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도록 디자인했다. 원목이 주는 느낌과 대치되면서도 주택이 전체가 가지는 느낌이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별을 보며 잠든다는 것

거실을 지나면 욕실이 있고, 욕실 옆으로 침실이 위치한다. 이렇게 나란히 위치하게 되면 한쪽 면만 창으로 만들 수 있지만 뜬 집은 침실이 자유로우면서도 동시에 독립된 공간으로서 자리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욕실과 침실 사이 70cm 정도의 틈을 주어 침실과 욕실을 분리하고, 그곳을 유리로 마감해 두 면에서 서로 다른 풍경이 들어오도록 했다. 작은 틈을 통해 들어오는 별과 집의 모습 모두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오래된 집과 현대식 집이 공존하는 순간

뜬 집이 가진 아이러니하면서도 몽환적 풍경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바로 뜬 집 끝에서 바라보는 창에 비치는 풍경이 아닐까. 모던 주택 창에 비치는 고즈넉한 옛집의 모습. 저 오래된 집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꼬마 아이가 어린시절의 클라이언트가 아닐까 싶은 상상을 하게 하는 장소다.

뜬집은 무척 역설적인 집이다. 실험적인 디자인의 모던 주택이지만, 주변 환경, 사람, 모두 너무도 아날로그적이다. 차갑게 보이는 외장재지만 주변 환경을 반사하기도 하고 자기처럼 받아들이기도 하며, 4계절 다른 옷을 입는다.

뜬 집은 무척이나 역설적인 집이다. 주택은 주택 디자인에 차용되기 어려운 실험적인 디자인의 모던 주택이지만, 주변 환경, 생활하는 사람, 건축가, 모두 아날로그 시대의 흙냄새를 간직하고 있다. 차갑게 보이는 외장재지만 사실은, 자신을 발산하지 않고 주변 환경을 비추고 또 받아들이며, 4계절 다른 모습을 사용자와 그 집을 지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요새처럼 디자인되어가고 있는 현대 한국 주택을 생각하면 이 주택이 얼마나 열린 공간인지 더욱 절감하게 된다. 뜬 집, Chapter 3는 사용자의 미래 이야기가 아닌, 아름답고 찬란한 그들의 과거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기억저장소가 아닐까.


사진을 클릭하면 큰 사이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직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