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술 작품은 오랜 시간 그 작품과 이야기를 나눠야 비로소 가치를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을 보게 되고 쉽게 질리지 않는다. 화려한 외관 디자인에 한눈에 들어오는 집도 있다. 반면 오래 봐야 그 가치를 알게 되는 그런 디자인의 집도 있다.

서경화 건축가(플라잉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금산의 오손도손가가 그런 집이다. 단순한 디자인에 첫인상의 임펙트는 크지 않지만,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오손도손가는 ‘오손도손’이라는 순한글에 ‘가’라는 한자를 더했다. 가족과 가옥을 뜻하는 가(家), 더하다의 가(加), 오손도손 아름답다의 가(嘉) 등 세 가족이 함께 오손도손 생활하면서 이루고 싶은 바람을 다양한 의미의 함축인 ‘가’에 담았다.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내고자 했던 건축가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사면이 모두 정면성을 가지는 주택

디자인은 무척 단순하다. 크기가 다른 박공지붕의 매스를 차례로 나열했다. 하지만 이런 나열이 중의적 의미를 가진 주택 이름처럼 서로 다른 각 면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앞뒤가 명확하게 구분되며 뒷면은 밋밋하게 디자인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오손도손가는사면 하나하나가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외장재와 컬러, 개방감, 매스의 위치 변화 등을 달리하면서 각면에 독립된 개성을 부여했다.   

3대가 사는 집,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공간

부모와 딸, 딸의 자녀까지 세 가족 함께 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파트처럼 방 세 개 있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다. 함께 살면서 가지는 가족의 유대와 소통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동시에 각자의 생활 패턴과 취향을 담아내야 한다. 따로 있던 세 개의 집을 그 모습 그대로 하나의 집으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이런 가족 하나하나의 특성이 공존되도록 하기 위해 익숙한 복도, 문, 계단을 활용했다. 공간을 잇는 복도 사이 벽 안으로 들어가는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이 슬라이딩 도어는 공간의 연속성과 분리를 담당하면서 의도치 않는 내부 풍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계단과 문의 새로운 해석과 접근

계단의 끝과 시작에는 항상 문이 존재하는 것도 이 오손도손가의 특징이다. 문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공간을 분리하는 벽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벽이 많으면 공간은 폐쇄적이 된다. 하지만 이 주택은 문을 통해 소통을 하고자 한다. 거실과 또 다른 거실을 연결하고, 실내와 내부를 연결하며, 방과 방을 연결한다. 벽으로 단절될 공간을 연속적인 공간, 소통하는 공간으로 바꿔주는 장치로 재해석 적용했다.

오픈된 개방성 강한 넓은 공간은 없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정된 부지에 삼대의 공간을 담다보니, 공간이 다양하게 나눠져있다. 그 과정에서 재미가 더해진 공간이 탄생했지만, 개방감 좋은 넓은 공간은 생략되었다. 아이들이 있고, 넓게 뛰어놀수 있는 마당이 있기에 가능했던 공간 디자인이었을 것이라 이해는 하지만 수직 구조의 넓은 실내 공간이 주는 색다름이 빠진 것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집을 살포시 감싸는 프라이벗한 아웃도어도 아쉬운 점이다. 물론 금산 외각에 위치해 자연에 둘러싸인 부지를 생각하면 그런 아웃도어를 따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사치일수 있다. 주변 자연환경 모두가 이 집의 아웃도어가 될 테니 말이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 있는 삼대가 함께 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인 가정으로 쪼개지는 현 사회에서 함께가 주는 생활의 즐거움과 소통의 가치는 그 어떤 것보다 큰 의미가 있다. 집이라는  앨범, 추억 저장소에서 서로를 아끼고 잘 아는 부모님과 자매가 함께 만들고 쌓아갈 ‘오손도손가’의 다양한 이야기를 응원한다.

Architects
: 플라잉 건축사사무소

Photographs
: 유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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