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내는 못생기고 똑같이 생긴 주택을 만들고 광고하며 예쁘다고 강요할까?

왜우리는 못생긴 건물을 참고 있을까?

 

얼마 전 기사를 읽었다. ‘건축이 바꾼다’ 공공건축 비판한 책한 권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 박인석 교수는 어린이집, 파출소, 다가구주택 등 동네 소규모 건축물의 남루한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다가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한국은 못생김에 관대한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 유독 건물과 도시는 예외다.  못생긴 거리를 걷고, 못생긴 건물에서 일한 뒤, 못생긴 집에 들어가 잔다.  옷, 차, 하다못해 머그컵 디자인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찍어낸 듯이 똑 같은 동네의 우체국 건물. 박인석 교수는 설계의 가치를 모르는 사회가 동네를 남루하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마티출판사 제공

 

“건축이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건축으로 창출될 수 있는 가치를 아예 모르는 사회예요.”

저자 박인석 교수는 “대형 미술관이나 체육관은 문화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체국이나 어린이집, 다가구 주택은 문화가 아니라 시설이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진짜 주목해야 할 건 이런 작은 건축물들입니다. 우리가 매일 보고 사는 건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아니라 우체국과 파출소와 어린이집인데 이게 문화가 아니면 뭡니까.”

 

 

 

| 사각 공간의 사각 모양, 주택도 예외는 아니다

비단 공공건물만의 이야기일까? 아파트를 보자. 프리미엄이라며 홍보하지만 강요에 가깝다. 똑같은 형태에 외형에, 네모난 내부 공간에, 서비스라며 내세우는 좁고 긴 발코니를 보여주며 다른 아파트와는 다르다며 이런 재료를 쓴 고급 아파트니 만족해라는 식이다. 주자의 생활과 성격은 전혀 반영하지 않은 짖기 쉬운 공간을 만들어 과하게 포장하고 제공한다.

그럼 개인 주택은 다를까? 최근에는 많은 변화와 투자가 일어나고는 있지만 4-5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공사, 설계, 건축주가 힘을 합쳐도 제도적인 제약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술과 실력이 있어도 잘못된 법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 돈벌이로 취급하는 인식이 만든 주택 문화

집은 생활 공간이다. 함께 사는 사람들과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공간이다. 쉼의 공간이고 충전의 공간이다. 그런 공간을 쉽게 돈을 버는 수단으로 만들었다. 예쁘거나 의미가 있을 필요가 없었다. 공급자는 제한된 공간에 어떻게든 많은 세대를 넣을 고민만 했다.

창 하나 없는 4평짜리 공간이 생기고, 출입문이 없는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못생기고 똑같은 건물에서 살게 되었다. 잠 잘 공간이 필요했기에 이쁜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40년이 넘게 한국 건축 사업은 퇴보해왔다. 집은 문화 경험의 시작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전에 불과하다.

 

 

 

| 건축물을 대하는 시선 변화 필요

박 교수는 설계의 중요성을, ‘아름다운 디자인에 눈을 뜨는 것’에 한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잘 설계된 어린이집은 창문의 위치와 복도의 길이를 통해 아이들과 주민의 소통을 도모합니다. 파출소도, 우체국도 마찬가지예요. 무엇보다 건축이 이 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면, 건축의 문화예술적 가치만 주장할 계제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한국에선 22만5,941동(통계청)의 건물이 신축됐다. 설계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시공기술자 등 투입된 인력과 시간, 돈만 따져도 어마어마하다. 20여만동 건물에 소요되는 설계와 시공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것은 역으로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시사한다.

건축을 예술로, 인문학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건축은 문화인 동시에 중요한 전략 산업이다. 그리고 집은 그 중심에 있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문화의 경험이다. 문화로 가득한 집,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집을 생각한다면 국내 주택은 개인의 개성만큼 다양한 모습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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