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 대재앙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까···‘미래의 건축 100’

건축가 마크 쿠시너의 테드(TED) 강연이 <미래의 건축 100>(김명남 옮김·문학동네)으로 나왔다. 책 제목은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세상의 아름답고 기발하며 흥미로운 건축물 100개”다. 쿠시너는 책을 두고 “여러분과 나와 온 세상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건축을 요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맛보기들”이라고 말한다.

“200년 전만 해도 ‘하늘에서 살 수 있을까?’ 혹은 ‘여름에도 스웨터가 필요할까?’라고 묻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일이었으나, 엘리베이터와 에어컨 덕분에 지금 우리는 구름 속에서 살고 찜통더위에도 오들오들 떤다.” 

이 말은 “좀더 어렵고 좀더 창의적인 질문을 더 많이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쿠시너는 실제 건설이나 개념(도)으로 나타난 건축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지금 건축 분야에서 진행되는 가장 흥미롭고 의미 있는 작업들을 골랐다고 한다. 쿠시너의 글을 요약해 ‘100가지 미래 건축’에서 10가지를 뽑았다.

 

 

 

 

1.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곳의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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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티롤의 빌트슈츠반. 설계 바움슐라거 후터 파트너스. ⓒ Marc Lins Photography | 문학동네 제공

오스트리아의 스키 로지는 해발 약 3350미터에 있다. 시각적·물리적으로 압도적인 자연 풍경을 잘 살리도록 설계되었다. 정상의 악천후와 심한 기온 변화를 견디도록 특수 설계된 바닥과 지붕이 위아래에서 유리창을 잡아준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건축가다.

 

2. 사무실이 물에 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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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 아르크티아 해운회사. 설계 K2S 아키텍츠. ⓒ Mika Huisman | 문학동네 제공

아르크티아 해운회사의 본사 건물은 물에 떠 있다. 곁에 떠 있는 이웃들, 그러니까 헬싱키 카타야노카 해안에 정박해둔, 혹한의 기후와 싸우도록 설계된 쇄빙선들의 모습을 참고한 디자인이다. 건물이 물에 뜰 수 있다면 온 도시도 그럴 수 있다.

 

3. 하수관 속에서 식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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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의 푸르란 호텔. 설계 : 테크네 아키텍츠. ⓒ Peter Clarke | 문학동네 제공

흔히 하수관으로 쓰이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관을 쌓아서 드라마틱하고 조형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내부에 목재를 댄 하수관은, 안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늑한 공간이 되어주고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흘깃 엿보는 재미를 준다. 기능은 형태를 따른다.

 

4. 이곳에서 죽음을 맞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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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칼 알카비데시 복지주택단지. 설계 게드스 크루스 아키텍츠. ⓒ Ricardo Oliveira Alves | 문학동네 제공

이 특별한 노인 주거단지는 삶의 질에 신경쓰는 포르투갈의 문화적 야심을 잘 보여준다. (…) 땅거미가 내리면 반투명 지붕이 불을 밝혀, 노인들이 밤에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이 조명 시스템은 응급 상황에도 긴요하다. 집 안에서 비상 경보를 작동하면 지붕의 빛이 흰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린다. 빛은 메시지를 전한다.

 

5. 바위 위에서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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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보헤미아 숲속의 은신처. 설계 우흘리크 아르히테크티. ⓒ Jan Kudej | 문학동네 제공

이 오두막은 바위가 받쳐주고 있다. (건물 내부 경사에 지은 계단은) 앉거나 자는 공간인 동시에 그 밑에 물건을 수납하는 이중의 역할을 수행한다. 길에 툭 튀어나온 턱이 좋을 때도 있다.

 

6. 미래 도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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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 애틀랜타 메트로폴리스(개념도). 설계 HWKN(홀비히 쿠시너). ⓒ HWKN | 문학동네 제공

이 환상적인 예상도에서,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거두어 온 도시에 동력을 공급하는 전력 생산자가 되었다. 식물은 자라면서 도시를 접수해 절반은 도시이고 절반은 숲인 복합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도시계획은 정글의 법칙에 부응할 수 있다.

 

7. 건축이 대재앙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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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롱위에아르뷔엔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 설계 발린헤우 콘세르네. ⓒ Crop Trust / Mari Tefre | 문학동네 제공

외딴 섬 산에 묻힌 이 최첨단 저장시설은 대재적인 인재나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도 식량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다. 두꺼운 암반층과 영구동토층 밑에 건설된 시설에 수집된 수백만 종의 ‘예비용’ 종자 표본은 전기가 끊겨도 꽁꽁 얼어 있을 테니, 수백 년 동안 종자를 공급해줄 수 있을 것이다. 콩들에게 기회를!

 

8. 오물 속에서 수영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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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플러스 풀(개념도). 설계 패밀리 앤드 플레이랩. ⓒ Plus POOL | 문학동네 제공

뉴욕은 물로 둘러싸여 있지만, 그 물에서 헤엄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가 올 때마다 시 당국은 오수를 곧장 강으로 방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정수 설비를 갖춘 플로팅 수영장을 만들자는 계획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니, 상황이 바뀔지 모른다. 도시는 당신의 것이다. 당신은 그 도시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9. 고층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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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HSB 스톡홀름 주택조합 공모전 수상작(개념도). 설계 베리, 묄레르와 디넬 요한손. ⓒ C.F. Møller Architects & Dinell Johansson | 문학동네 제공

나무로 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발상은 의심을 살 만하다. (…) 지진을 견딜 수 있을까? 불이 나면 어쩌지? 이 설계안은, 강철이나 콘크리트의 안전성을 갖추면서도 기존 건축 방식에 비해 시공 과정에서 낭비를 줄이고 음향 측면의 속성도 더 좋은 34층짜리 고층 빌딩을 나무로 지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스웨덴 최대의 주택조합은 2023년 이 건물을 완공할 계획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나무에서 자란다.

 

10. 작은 집이 큰 집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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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소형 뉴욕(‘어댑트 뉴욕’ 공모전 수상작 개념도). 설계 엔아키텍츠. ⓒ MIR | 문학동네 제공

뉴욕 인구는 2040년까지 최소 100만명이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그들 중 다수는 시로부터 보조금이나 융자 혜택을 받을 조건이 되지 않는 중간 소득 계층의 1~2인 가구일 것이다. (증가 인구 수용 방안을 찾기 위해 뉴욕시가 후원한 어댑트 뉴욕 공모전) 수상작은 모듈식 단위 주택이라는 해법을 채택했다. (…) 다른 장소에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이 발상을 활용한다면, 도시 개발자들은 도시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도시에는 교사들과 간호사들을 위한 집도 필요한 법이다.

 

| 글·사진 제공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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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지영
허 지영
방(Room)보다 마당(Outdoor). ;디자이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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