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영된 나 혼자 산다에 배우 이수경이 소개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과 생활 방식(반경) 또한 소개되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 사람이 뱉는 말을 통해, 또 행동을 통해 알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사람이 사는 공간을 통해서도 사람을 쉽게 읽어 낼 수 있다. 사실 말과 행동은 신경을 쓰면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간은 삶에 관한 많은 것들이 한정된 공간에 풀어져 있기에 나라는 존재에 대해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가령 “지금 네가 살고 있는 집을 보여 줄 수 있어?” 라고 누군가에게 물으면 “당연하지!”라는 말 보다 집 상태가 어떤 지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다. 옷은 잘 걸어 놓았나? 거실은 어떤 상태 지? 주방은?… 집은 그런 곳이다. 나를 여과 없이 풀어 놓는 곳. 그래서 집에서의 생활 방식, 패턴, 물건, 가구의 위치, 컬러, 심지어 앉는 자세에서까지 그 사람에 대해 깊은 곳까지 알아낼 수 있다. 이수경 씨의 생활 공간을 보며, 그녀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성격과 생활을 하는지 조심스럽게 드려다 보자.
거실 생활 그리고 제한된 생활 반경
이수경 배우의 생활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거실’ 이수경 배우는 모든 생활은 거실에서 이루어진다. 잠, 식사, 오락과 운동, 필요시 업무까지 거실에서 처리하고 그것들을 편하게 하기 위해 활동에 필요한 물건들도 거실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집에서 가장 넓고 개방성 강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생활, 혹은 집 내부 활동 반경이 거실에서 끝난다 보니 나머지 공간은 어둡게 죽어버리는(소외되는) 공간이 된다. 내 집이지만 거실 외의 공간은 낯설어지고 잘 찾지 않게 되는 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공간과 기능을 반감시키는 가구 위치
거실에 넓은 가죽 소파가 보인다. 디자인으로 보아 고가의 소파로 짐작된다. 소파 위에는 커다란 인형도 있고, 바로 앞에는 2인 식탁 정도의 테이블이 있다. 벽 한쪽 구석에 왜 거기 있는 건지 모를 예쁜 플로어 램프도 있다. 티비, 액자, 작은 운동기구, 매트리스, 남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거실을 둘러보면, 가구와 가전 제품들이 공간 디자인 면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다. 여러가지가 두서없이 섞여 있다 보니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 공간인지 혼란스러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열리지 않는 창, 거기서 뭐해 램프 & 소파
소파는 이 거실의 유일한 창을 가리고, 소파 위 벽에 있어야 할 액자는 소파가 사라지면서 어정쩡하게 위치에서 관심 밖의 물품으로 전략했다. 플로어 램프는 필요 없는 제품처럼 구석에, 운동기구는 동선이 겹치는 코어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가죽 소파는 거실 창문 쪽으로 붙였다. 채광을 담당하는 집의 거의 유일한 커다란 창은 소파에 막혀 오래동안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매트리스를 TV와 일직선 상인 거실 중앙에 놓다 보니, TV 맞은 편에 있던 소파는 어쩔 수 없이 창가 쪽으로 이동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큰 덩치의 소파를 창쪽으로 옮기니 블라인드도 쉽게 움직이기 어렵게 되고, 자연스럽게 ‘귀찮은데 그냥 있자’ 되 버렸을 것이다. 불편함이 귀찮음을, 그리고 그 귀찮음이 공간을 어둡게 만들어 버리게 했다. 자연광이 내부로 들어오게 하거나, 창밖을 바라보며 풍경을 감상하는 일이 여기 생활에서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이트 컬러 소파와 벽에 대비되는 레드 칼라 기둥과 블랙 쉐이드를 가지고 있는 멋진 램프가 있지만 사용하지는 않는다. 램프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마도 활동 반경인 매트릭스 근처 손이 닿는 곳에 위치해 있었을 것이다.
손님이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았다?
이 같은 거실 가구 배치로 이수경 배우는 거실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공간이 아닌 개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동선도 편하다. 아파트 특성상 공간의 중심이 거실이기에 다른 공간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마도 손님을 집 안으로 들이는 결정은 쉽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이 집에는 오랫동안 사람들이 방문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손님이나 친구의 방문이 잦은 경우라면 그들을 위해 내어줄 공간을 준비했을 것이고 함께 있기에 더 적합한 형태로 거실을 꾸몄을 것이다.
예로 식탁의 위치를 보면 사람이 앉는 한쪽 면이 벽과 상당히 가깝게 위치시켰다. 식사를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식사를 해도 1-2명이기에 나머지 면은 필요가 없어 공간을 최대한 넓게 하기 위해 벽 쪽으로 밀은 것이다.
공간의 기능 상실? 그래서 한국에도 스튜디어 형식이 필요
거실에서 모든 활동을 하다 보니 나머지 공간들이 죽어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더 넓은 거실이 필요한 사람과 생활 패턴이라면 두 개의 방은 없는 것이 낫다. 이렇게 넓은 하나의 공간이 필요한 싱글 라이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스튜디오 플랜 형식이다. 미국 등의 영어권 나라에는 익숙한 주거 형태로 한국과 비교하면, 넓은 원룸 형태의 공간을 말한다.
이수경 배우처럼 처럼 집보다는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집에서는 최소한의 동선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쉼이 필요한 생활이라면 Open Floor Plan이 더 좋은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 한국에는 그리 많지 않은 형태다.
리노베이션이 가능하다면 기존 방 두 개 중 하나를 없애고 거실을 확장하여 좀 더 넓고 편안하게 활동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머지 한 방은 게스트룸이나 Closet으로 활용하면 된다.
주거 공간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닌 최대한 편하게 잠도 자는 공간이다. 조금만 형태를 달리한다면 모든 바람을 채울 수 있는 멋진 주거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건설가들의 깨어난 설계와 사회 수용도 필요할 것이다.
사진출처 : MBC 나혼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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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집 한번 보고 성향을 알아낼 수 있다는게
ㅎㅎㅎㅎ 어쩜 이런 해석을 ㅎㅎㅎㅎㅎ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