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복판에 장터 지붕을 펼친 도서관 건축이 올해 세계 공공도서관 무대의 맨 앞자리에 섰다.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Mesa)의 Gateway Public Library 이야기다. 국제도서관연맹(IFLA)은 지난 8월 10일 부산에서 열린 제90회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에서 이 건물을 ‘올해의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 of the Year)’으로 발표했다. 9개국에서 19곳이 지원해 네 곳이 최종 후보에 올랐고, 심사단은 이 도서관을 두고 “훌륭한 도서관이 어떤 모습일 수 있는지를 신선하게, 한발 앞서 보여준다”고 평했다.
사진 몇 장만 봐도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감이 온다. 높은 계단, 열주, ‘정숙’ 안내판처럼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여기엔 하나도 없다. 대신 크게 접힌 지붕 한 장이 공원 가장자리에 걸려 있고, 그 아래로 서가와 방과 사람이 장터 가판대처럼 흩어져 있다. 설계는 애리조나에서 도서관을 꾸준히 지어 온 Richärd Kennedy Architects. 사막의 뙤약볕을 피하는 법과 30년 만에 새로 짓는 동네 도서관이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지붕 한 장에 함께 얹었다.

옛 자동차 시험장 자리에 들어선 동네의 첫 거실
메사는 피닉스 대도시권 동쪽에 붙은 도시다. 인구가 30배 가까이 불어나는 동안 그 대부분이 교외 주택단지로 퍼져 나갔다. 도서관이 들어선 Eastmark 지구는 한때 GM(제너럴모터스)이 자동차 주행 시험장으로 쓰던 약 14km²(3,500에이커) 땅이다. 개발사 DMB Associates가 이 땅을 주거지로 바꾸는 중이고, 도서관은 시와 개발사의 민관 협력으로 지구 중심 공원인 Great Park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재원은 2018년 주민 투표로 통과된 시 채권과 건설 판매세에서 나왔다. 메사에 30년 만에 새로 생긴 종합 도서관이자 시립도서관의 네 번째 종합 분관이다. 동네 도서관치고는 넉넉하고, 대형 중앙도서관에 견주면 아담한 규모랄까.
교외 신도시에는 집은 빨리 생기는데 광장은 늘 늦게 생긴다. 그 빈자리를 오랫동안 쇼핑몰이 메워 왔다. 이 도서관이 노리는 게 바로 그 자리랄까. 돈을 쓰지 않아도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공의 거실, 사막 신도시에서는 그게 생각보다 귀하다.

벽보다 그늘이 먼저, 사막 기후에 답한 15m 처마
소노란 사막의 여름은 한낮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기는 일이 흔하다. 이런 땅에서 유리 건물을 짓는다는 건 웬만한 각오로는 어렵다. 설계팀이 내놓은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벽을 두껍게 하기보다 그늘을 넓게 만드는 것이다. 설계팀은 이 도서관을 “건물이라기보다 파빌리온에 가깝고, 벽보다 그늘로 정의되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남쪽으로 기운 지붕은 바깥으로 길게 뻗어 처마 깊이가 최대 15m(50ft)에 이른다. 덕분에 하루 대부분 동안 유리면이 그림자 속에 있다. 접힌 지붕의 각도는 직사광선은 막고 하늘의 확산광만 들이도록 맞췄다. 실내에 빛이 고르게 퍼지니 밝고 어두운 곳의 대비와 눈부심이 줄어든다. 설계팀 표현을 빌리면 창으로 밝힌 실내라기보다 “그늘진 바깥을 안으로 들인” 느낌이다.
소노란 사막 일대에는 기둥 위에 나뭇가지를 얹어 그늘막을 만드는 ‘라마다(ramada)’라는 오래된 건축 관습이 있다. 벽 없이 지붕만으로 쉴 자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도서관의 지붕도 그 계보로 읽힌다. 크기가 도서관 하나를 통째로 덮을 만큼 커졌을 뿐이다. 사진 속 리딩 데크가 처마 아래 공원 쪽 조용한 면에 앉아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정면이 없는 도서관, 공원에서 그대로 걸어 들어온다
입구는 남쪽, 동쪽, 서쪽 세 곳이다. 공원 산책로와 바로 옆 학교에서 오는 길에 맞춰 문을 냈다. 그래서 이 건물에는 ‘정문’이라고 할 만한 하나의 얼굴이 없다. 어느 쪽에서 오든 같은 지붕 아래로 들어서고, 공원의 볕에서 처마의 그늘로, 다시 유리 홀 안으로 이어지는 사이에 문턱이라고 부를 만한 지점이 딱히 없다.
공공건물이 대개 정면 하나에 위엄을 몰아주던 것과 정반대 방향이다. 출입구가 많아지면 관리는 번거로워지지만 건물이 동네의 길 일부가 된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늘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도서관 안이다.
광장 쪽 풍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추야자가 그늘을 드리운 주차장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앞마당으로 바뀌도록 계획했다. 광장 위로는 스트링 라이트가 걸려 있고, 파사드에는 예약 도서를 찾아가는 사물함이 박혀 있다. 문을 닫은 시간에도 도서관이 동네와 계속 연결돼 있는 셈이다.

마켓홀은 원래 ‘지붕 하나’의 건축이었다
설계팀이 직접 꺼낸 레퍼런스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마켓홀이다. 마켓홀 타이폴로지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중세에서 근세에 걸쳐 유럽 소도시에는 1층을 기둥만 세운 채 비워 두고 장을 열게 한 뒤 위층에 회의실을 얹은 건물이 흔했다. 지붕 아래가 비어 있으니 장날에는 시장, 다른 날에는 집회장이 됐다.
19세기에는 철과 유리가 이 유형을 거대하게 키웠다. Victor Baltard(빅토르 발타르)가 설계해 1850년대부터 지은 파리 Les Halles가 대표적이다. 칸막이 없는 큰 지붕 아래 수백 개의 노점이 각자 자리를 잡았다. 가까이는 물결치는 타일 지붕으로 낡은 시장을 되살린 바르셀로나 Mercat de Santa Caterina(EMBT, 2005), 아치형 주거동이 시장을 덮은 로테르담 Markthal(MVRDV, 2014)이 있다. 공통 문법은 하나다. 지붕이 전체의 질서를 잡고, 그 아래는 최대한 자유롭게 둔다.
도서관 건축은 오랫동안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20세기 초 미국에 2,500곳 넘게 세워진 카네기 도서관은 계단을 올라 들어가는 신전 같은 건물이었다. 지식은 우러러보는 대상이었고 실내는 칸칸이 나뉘었다. 1980년대 말 사회학자 Ray Oldenburg(레이 올든버그)가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장소’를 말한 뒤로 도서관은 조금씩 거실 쪽으로 옮겨 왔다. 앞서 소개한 〈어떤 상업 건물과도 견줄 만한 공공 건물, 뤄후 도서관·청소년센터〉도 같은 흐름 위에 있는 사례다.
Gateway Public Library는 그 흐름을 끝까지 밀어붙인 쪽에 가깝다. 신전 대신 장터를 택했다. 아직 설계 단계이던 2024년, ALA/IIDA 도서관 인테리어 디자인 어워드의 미준공 부문(On the Boards)에서 이미 상을 받았는데, 당시 심사위원이 쓴 표현도 “열린 시장(open market)”이었다.

가판대처럼 놓인 방들, 도서관의 조닝과 동선을 읽다
평면을 보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나로 이어진 큰 홀 안에 작은 볼륨들을 띄엄띄엄 놓았다. 설계팀은 이 볼륨을 ‘마켓 스탠드’, 그러니까 장터의 가판대라고 부른다. 가운데 유리 갤러리는 천장 높이가 10.4m(34ft)에 달하고, 행정실과 메이커스페이스, 어린이실 같은 작은 볼륨이 그 가장자리를 둘러싼다.
청소년 공간인 틴존은 홀 한가운데에 좀 더 단단한 덩어리로 앉아 있고, 문을 닫아야 하는 프로그램실과 지원 공간은 바깥 둘레로 밀려나 있다. 그 볼륨들 사이에 남은 빈 곳이 곧 중앙 공간이다. 방을 먼저 만들고 복도를 이은 게 아니라, 덩어리를 배치하고 남은 여백을 광장으로 쓴 셈이다.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도서관 전체가 한 번에 읽힌다.
시끄러운 것과 조용한 것도 깔끔하게 갈렸다. 메이커스페이스, 청소년 공간, 커뮤니티룸처럼 소리가 나는 프로그램은 중앙 통로를 따라 늘어서 있고, 조용한 열람석은 호수와 공원이 보이는 외곽 창가에 붙었다. 쇼핑몰이 가운데 통로에 활기를 모으고 가장자리에 머무는 공간을 두는 방식과 닮았다. 갤러리 끝부분의 1층 평면도에는 입구, 메인홀, 직원동, 프로그램실, 어린이실, 틴존, 메이커스페이스, 다목적실, 소그룹실, 리딩 데크, 놀이 마당이 차례로 표시돼 있다.
인테리어로 보면 색이 곧 길 안내다. 틴존은 레드, 커뮤니티룸은 퍼플, 어린이 도서관은 블루, 작은 방 하나는 그린으로 입구를 칠했다. 큰 사인 없이도 “저 레드 상자가 청소년 공간”이라고 기억하게 된다. 목재 천장과 코르텐 강판의 차분한 바탕 위에 원색 덩어리를 몇 개만 툭툭 얹은 덕분에 화려하면서도 산만하지 않다.

가는 기둥이 비스듬히 기댄 이유
이 큰 지붕을 받치는 기둥은 놀랄 만큼 가늘다. 지름이 15cm(6인치)밖에 안 되는 강철 기둥이 홀 곳곳에 일부러 불규칙하게 서 있다. 보통 이 정도 건물이면 바람이나 지진 같은 옆 방향 힘을 버티려고 전단벽, 즉 횡력을 받아내는 단단한 벽을 군데군데 세운다. 하지만 벽이 서는 순간 장터처럼 뚫린 홀은 깨진다.
그래서 설계팀은 벽 대신 기둥을 다발로 묶고 비스듬히 기울였다. 힘이 더 필요한 자리일수록 기둥이 모이고 기운다. 그 위로 여러 축으로 비튼 보가 기둥 사이를 건너는데, 설계팀은 이 보를 ‘시소(teeter-totter)’라고 부른다. 접합부는 천장 위로 감춰 아래에서는 가는 선만 보인다. 구조 엔지니어 Kimley-Horn과 철골 제작사가 설계 초기부터 함께 붙어 풀어낸 디테일이다.
가판대 역할을 하는 작은 볼륨들은 평범한 철골로 짰고, 유리 멀리언이 그 철골과 맞물린다. 큰 지붕은 가볍고 자유롭게, 작은 방은 단단하고 평범하게. 사막의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을 때처럼 줄기 몇 가닥이 커다란 그늘을 받치고 있는 장면이 연출된다.

목재 천장 뒤에 숨은 것, 소리와 열을 다루는 법
안에서 올려다보면 천장은 따뜻한 목재 면이다. 그 뒤가 재밌다. 지붕 바깥은 스탠딩심 금속 지붕이고, 그 아래 약 60cm 떨어진 자리에 거칠게 켠 러프소운 목재 판을 6mm 간격으로 띄워 깔았다. 판 뒤에는 단열재를 채웠다. 목재 틈으로 들어간 소리가 단열재에 먹히는 구조다.
벽 없는 큰 홀의 숙명은 소음이다. 이 도서관은 그걸 벽이 아니라 단면으로 다룬다. 비스듬히 기운 천장 면이 소리를 한쪽으로 몰지 않고 흩어 주고, 흡음 면은 천장과 일부 수직 요소에 심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구역과 조용히 책을 읽는 구역이 칸막이 없이 한 공간에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
냉방은 더 영리하다. 냉매 유량을 조절하는 VRF 시스템을 바닥 슬래브 쪽에 넣고, 작은 볼륨 벽면 약 3m 높이에 디퓨저를 달아 사람이 실제로 머무는 높이만 식힌다. 더운 공기는 대류를 따라 10m 넘는 천장 쪽으로 올라가게 둔다. 높은 홀의 공기를 통째로 식히지 않으니 사막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정석에 가깝다. 덕분에 목재 캐노피에는 덕트 하나 보이지 않는다.
바닥은 폴리싱 콘크리트로 깔고, 머무는 구역에만 카펫을 덮어 영역을 나눴다. 바닥 재료만 바뀌어도 사람은 “여기는 앉아도 되는 곳”이라고 알아챈다.

코르텐, 섬유시멘트, 목재, 사막에서 멋있게 늙는 재료
외벽을 덮은 건 내후성 강판, 흔히 코르텐이라 부르는 재료다.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이 강판은 표면에 생긴 녹이 오히려 보호막이 되어 속까지 부식이 번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깊어지는데, 사막의 모래와 흙 톤에 그대로 녹아든다. 여기에 골진 섬유시멘트 판과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섞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재료들이 바깥에서 멈추지 않고 실내 벽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안팎의 마감이 같으니 유리 한 장을 사이에 둔 안과 밖의 경계가 더 흐려진다. 처마 아래 목재는 조림지에서 키운 유칼립투스 계열 하드우드 Red Grandis다. 설계팀은 덧바르는 마감 대신 닳고 바래도 품위를 잃지 않는 재료를 골랐다고 설명한다. 사막의 햇빛과 하루 수백 명의 발길을 동시에 견뎌야 하는 공공건물다운 선택이다.
인테리어 관점에서 이 조합은 꽤 참고할 만하다. 웜톤 목재 천장, 러스트 톤 금속, 그레이 콘크리트 바닥이라는 세 가지 바탕이 이미 따뜻하고 단단한 분위기를 만든다. 그 위에 원색은 벽 전체가 아니라 덩어리 하나, 입구 하나에만 몰아 썼다. 목재 천장과 콘크리트 바닥을 가진 카페나 작업실이라면 포인트 컬러를 여기저기 흩지 말고 한 면, 한 덩어리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세련돼 보인다.

전구 줄 아래의 도서관, 조명이 만드는 밤의 장터
사진에서 가장 먼저 눈에 걸리는 건 메인홀을 가로지르는 스트링 라이트다. 목재 천장 아래 중간 높이에 전구 줄이 이리저리 걸려 있고, 그 사이사이 꺾인 날개 모양의 화이트 선형 펜던트가 떠 있다. 앞서 본 메인홀 사진 속 안내데스크 위에는 세로로 길쭉한 랜턴형 펜던트가 하나 내려와 있고, 커뮤니티룸과 어린이 도서관 입구 테두리에는 라인 조명이 윤곽을 그린다. 바깥으로 나가면 진입로 가장자리 아래에 숨긴 간접 조명과 광장 위 전구 줄이 이어진다.
낮에는 접힌 지붕이 확산광을 고르게 깔아 주니 조명은 거들 뿐이다. 문제는 밤이다. 층고가 10m 넘는 공간은 해가 지면 천장이 어둠 속으로 꺼져 휑해 보이기 쉽다. 이 도서관은 천장 근처가 아니라 사람 머리 위 몇 미터 높이에 빛의 층을 하나 더 걸어서 그걸 피했다. 체감 천장고가 낮아지면서 큰 홀이 아늑해진다. 전구 줄이 장터와 야시장의 기억을 불러오는 건 덤이다.
조명 설계의 기본은 세 겹이다. 공간 전체를 채우는 전반 조명, 책상과 서가를 비추는 작업 조명, 분위기를 만드는 연출 조명. 여기서는 천장 반사광과 펜던트가 전반을, 서가와 테이블 위 빛이 작업을, 스트링 라이트와 볼륨 테두리의 라인 조명이 연출을 맡는다. 사진으로 보면 전구 줄은 따뜻한 쪽, 펜던트는 그보다 하얀 쪽으로 보인다. 2700~3000K 웜톤은 쉬는 빛, 4000K 이상의 주백색은 집중하는 빛이니 쉬는 사람과 공부하는 사람이 한 홀에 섞인 도서관에 맞는 배합이다.
집이나 가게에 옮겨 보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천장이 높은 카페나 복층 거실이라면 천장 직부등만 밝게 키우지 말고 2.7~3m 높이에 웜톤 스트링 라이트나 펜던트를 걸어 ‘두 번째 천장’을 만든다. 디머를 달아 저녁에는 밝기를 낮추면 같은 공간이 낮과 밤에 전혀 다른 얼굴이 된다.

15피트마다 콘센트, 가변형 도서관의 진짜 비결
볼륨마다 정해진 용도가 있지만, 설계팀은 처음부터 쉽게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바닥에는 데이터와 전원을 꽂는 플로어 박스를 약 4.6m(15ft) 간격으로 깔았고, 서가 구간은 2.1m(7ft)가 조금 안 되는 간격으로 더 촘촘히 넣었다. 메인홀 곳곳에 놓인 오렌지 서가에도 바퀴가 달려 있다. 사진 속 메이커스페이스처럼 유리벽으로 둘러싼 방도 테이블과 수납만 바꾸면 성격이 달라진다. 서가를 밀고 책상을 옮기면 어디서든 전기와 인터넷이 나온다.
설계팀의 주장은 분명하다. 비싸고 금방 낡는 첨단 기술에 돈을 쓰기보다 유연성에 투자하자는 것이다. 도서관 건물은 50년을 쓰는데 기술은 5년이면 바뀐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가는 투자는 화려한 기기보다 바닥 밑에 깔아 둔 배선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조개처럼 열리는 베이징 작은 도서관, Shell Book Pavilion〉이 움직이는 지붕으로 가변성을 풀었다면, 이 도서관은 바닥으로 푼다.
프로그램 구성도 요즘 공공도서관의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협업형 메이커스페이스 THINKspot과 다목적실, 입구의 디지털 아트 월이 있고, 신경다양성을 가진 이용자를 위한 인증 센서리룸과 수유실도 따로 뒀다. 책 정리는 뒤편에서 처리하고 대출은 셀프 기기로, 길 안내는 로봇 Romi가 맡는다. 책을 빌리는 곳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쉬고, 모이는 곳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간 셈이다.

빗물까지 받아 쓰는 사막 정원과 어린이 마당
건물 둘레에는 광장과 파티오, 가뭄에 강한 사막 식물이 깔렸다. 조경은 Dig Studio가 맡았다. 도서관 프로그램은 실내에서 끝나지 않고 처마 밖으로 흘러나온다. 어린이 도서관과 스토리타임룸 옆에는 두 공간이 함께 쓰는 마당이 붙어 있는데, 사진 속 블루 차양막이 그 자리다. 조용한 쪽 면에는 앞서 본 리딩 데크가 공원을 마주한다.
물 처리 방식도 사막답다. 거대한 캐노피에 떨어진 빗물은 두 지점으로 모여 큰 화단 위로 쏟아지고, 거기서 저류조로 흘러간다. 비가 귀한 땅에서는 빗물이 떨어지는 장면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다. 배수구 속으로 숨기지 않고 보여주는 쪽을 택한 이유가 짐작된다.
IFLA가 이 도서관을 고른 이유는 결국 책보다 사람 쪽에 있을 것이다. 뜨거운 오후에 돈 한 푼 쓰지 않고 시원한 그늘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곳. 아이는 마당에서 뛰고, 청소년은 레드 상자 안에 모이고, 어른은 창가에서 호수를 본다. 교외 신도시에 필요했던 건 어쩌면 장서 수보다 그 넓은 그늘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