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리모델링에 블랙 헛간을 붙였다, Shadow Barn

네덜란드 남쪽, 벨기에 국경 가까운 Waterlandkerkje에 벽돌 농가 한 채가 있다. 이 농가 리모델링이 내놓은 답은 옛집을 뜯어고치는 대신 그 옆에 블랙 헛간을 하나 더 세우는 것이었다. 집이 넓어진 것이 아니라 집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Hilversum에 사무실을 둔 Studioquint이 설계했고, 인테리어는 SVDMdesigns가 맡았다. 이름 그대로 Shadow Barn, 헛간 모양으로 불쑥 늘어난 증축동은 작은 농가의 이른 아침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모습을 과장해서 옮긴 것이다.

나무 사이로 볕이 드는 벽돌 농가와 블랙 목재 헛간 증축동
© Christiaan de Bruijne

농가의 아침 그림자를 닮은 증축

증축동의 평면은 농가의 이른 아침 그림자를 과장해 그린 모양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실제로 적벽돌 농가 옆에 놓인 블랙 헛간은 볕이 낮게 깔린 시간에 더 그림자처럼 보인다. 프로젝트 이름에도, 건물 배치에도 이 은유가 그대로 담겼다.

두 건물은 서로 닮지 않았지만 어색하게 부딪치지도 않는다. 적벽돌의 레드가 블랙 목재 옆에서 더 또렷해지고, 블랙 헛간의 무게는 뒤편 그린 들판 덕에 가벼워진다. 옛집과 새집이 위아래로 눌러 붙지 않고 나란히 서 있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다.

그린 잔디밭에 나란히 선 벽돌 농가와 블랙 헛간 증축동 전경
© Christiaan de Bruijne

이 동네 풍경에 흔한 블랙 목조 헛간

프로젝트 건축가 Oliver Ebben에 따르면 블랙 목조 헛간은 네덜란드 남부 지역 풍경과 문화유산의 특징적인 요소다. 그래서 증축동도 같은 재료 문법을 가져왔다. 전통적인 시공 방식을 참고하되 좀 더 정제되고 추상적으로 다듬는 것이 목표였다.

블랙으로 스테인을 입힌 목재는 농가 옆에서 눈에 띄지 않게 스며들기보다 오히려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지역 헛간의 실루엣을 닮았기에 낯설지 않다. 새 건물이 낡은 건물을 존중하는 방식은 흉내내기가 아니라 같은 언어로 다르게 말하는 것에 가깝다.

박공 지붕 아래 상자처럼 튀어나온 Shadow Barn의 블랙 목재 볼륨
© Christiaan de Bruijne

박공 아래 상자처럼 튀어나온 식당

헛간 형태의 볼륨 안에는 주방과 거실이 자리 잡고, 식당은 본 볼륨 밖으로 살짝 밀려 나와 있다. 옆에서 보면 박공 지붕 아래 상자 하나가 튀어나온 모양새다. 이 튀어나온 부분이 바로 이 집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전체 형태는 단순한 헛간처럼 보이지만 세부는 정교하게 계산됐다. 벽면에는 필요한 곳에만 창을 내고 나머지는 블랙 목재를 매끈하게 이어 붙였다. 자갈이 깔린 마당과 넓은 들판이 이 단순한 볼륨을 더 추상적으로 보이게 한다.

벽돌 농가와 블랙 헛간을 잇는 포치 진입부
© Christiaan de Bruijne

포치 하나로 이어 붙인 두 채

오래된 농가와 새 헛간은 작은 포치로 연결된다. 두 건물 사이에 완충 공간을 두어 농가의 옛 평면을 건드리지 않고도 새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포치에는 유리문과 큰 창이 있어 바깥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방이 작고 층고가 낮은 농가의 원래 구조는 그대로 두고, 침실과 작업 공간 같은 사적인 용도를 그쪽에 맡겼다. 넓은 공용 공간을 새 건물이 가져가면서 농가는 본래의 조용한 성격을 지킬 수 있게 됐다. 포치는 두 건물의 서로 다른 시간을 이어 주는 이음매다.

들판을 향해 큰 창을 낸 Shadow Barn의 식당 볼륨
© Christiaan de Bruijne

밖으로 빼낸 식탁

식당은 본 볼륨에서 밖으로 끌어낸 공간이다. 양옆에 큰 창을 붙이고 날씨가 좋으면 바깥 패티오로 활짝 열 수 있다. 설계자는 이 식탁이 가족과 친구가 모이는 가장 좋아하는 자리라고 설명한다.

창 너머로는 국경 반대편 벨기에 쪽 교회 탑이 보인다. 날씨가 허락하는 날에는 들판 끝 지평선 위로 교회 첨탑의 실루엣이 액자처럼 걸린다. 풍경을 창문 하나로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식탁 위치 자체를 풍경 쪽으로 옮겨서 얻은 장면이다.

천창과 화이트 벽으로 밝은 Shadow Barn의 주방·거실 공간
© Christiaan de Bruijne

벽 없이 구역만 나눈 거실과 주방

증축동 안은 벽이 하나도 없는 하나의 큰 공간이다. 주방, 거실, 식당 같은 프로그램 영역은 벽이 아니라 바닥 평면의 배치로 구분된다. 요리하는 자리와 느긋하게 쉬는 자리는 독립된 가구 요소 하나로 나뉜다.

실내는 화이트 벽과 천장, 콘크리트 바닥으로 마감해 블랙 외관과 대비되는 밝은 공간을 만들었다. 박공 지붕 아래 천창에서 쏟아지는 빛이 바닥 타일과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작은 방이 촘촘하게 붙은 옛 농가와는 정반대로 공간을 트는 것이 증축동의 역할이다.

벽돌 벽과 체커보드 타일이 보이는 Shadow Barn 실내
© Christiaan de Bruijne

벽돌 벽과 화이트 벽이 마주 본다

증축동의 화이트 내벽 바로 맞은편에는 농가의 노출 벽돌 벽이 서 있다. 오래된 벽이 새 건물의 실내에서 그대로 드러나도록 한 것이다. 옛 재료와 새 재료가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놓이면서 두 시대의 차이가 또렷하게 읽힌다.

바닥에는 블랙 앤 화이트 체커보드 타일이 깔려 포치와 실내의 경계를 표시한다. 주방 조리대의 블랙 상판과 타일 패턴이 벽돌의 거친 질감과 대비를 이룬다. 재료가 많지 않은데도 한 곳에서 시선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유리문 너머로 목재 외벽이 보이는 Shadow Barn 포치
© Christiaan de Bruijne

포치에서 바라보는 풍경

포치에는 유리문과 큼직한 창이 있어 들판을 액자처럼 담는다. 한쪽으로는 농가의 벽돌 벽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창 너머로는 블랙 목재 벽이 보인다. 세 가지 재료가 한 장면 안에 겹치는 포치는 이 프로젝트의 축소판이다.

건축가는 시야를 공간 설계의 일부로 다뤘다고 설명한다. 어디에 서서 어디를 보느냐에 따라 집이 어떻게 읽히는지를 끊임없이 조정했다는 이야기다. 그 결과 포치는 두 건물을 잇는 통로이자 풍경을 감상하는 자리로 함께 쓰인다.

큰 창 너머로 벽돌 농가가 보이는 Shadow Barn 거실
© Christiaan de Bruijne

안에서 다시 바라보는 옛 농가

거실에 앉으면 큰 창 너머로 벽돌 농가의 박공면이 그대로 보인다. 새 공간에 있으면서도 시선은 자꾸 옛집으로 돌아간다. 증축동이 농가의 그림자라는 은유가 실내에서도 이어지는 순간이다.

리모델링을 마친 농가 내부는 예전에 이곳에서 살았던 농부 가족의 소박한 삶을 떠올리게 한다. 반대로 증축동은 주변 자연과 맞닿으며 밖으로 열린다. 옛 것은 그대로 지키고 새 것은 다르게 열어 두는 이 이중 전략이 Shadow Barn의 요체다.

ArchitectsStudioquint
DesignerSVDMdesigns (인테리어)
PhotosChristiaan de Bruijne
Category농가 리모델링·증축
Country네덜란드
Materials블랙 스테인 목재, 벽돌, 콘크리트 바닥
LocationWaterlandkerk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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