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방의 특징이라면 오픈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오가는 공간에 관련해서도 그렇지만 주방 물품의 진열 공간, 찬장이나 선반에 관해서는 더욱 폐쇄적이다. 벽 쪽에 문을 단 찬장은 언뜻 보면 깔끔해 보이지만 다르게 보면 공간을 답답하게 만든다. 마치 곳곳이 창 없이 문과 벽으로 나눠진 느낌이다. 하지만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국내 주방 트렌드로 변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아일랜드의 등장이고 그다음이 바로 오픈 찬창 (오픈 선반) 이다.
| 왜 오픈 선반인가?
오픈 찬장 (오픈 선반)의 장점은 다양하다. 우선 공간을 넓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벽에서 불쑥 앞으로 튀어나와 문으로 가려져 있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찬장의 디자인은 착시효과까지 더해져 공간을 좁고 답답하게 느끼게 한다.
관리가 쉽고 제품을 숨길 수 있다는 이유에 대부분의 가정이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지만 작은 공간이 많고 가뜩이나 창이 많이 없는 국내는 이런 구조적 요소들이 더해져 공간을 더욱 협소하고 답답하게 만들어 좋은 선택이 아니다.
더욱이 벽 상부를 가득 메운 찬장, 수납장의 양은 너무 많다. 그중 절반을 없애도 수납 관련 문제는 전혀 없다. 수납장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차피 있는 찬장을 다 사용하다 보니 물건들이 종류 쓰임 구분 없이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픈 선반을 사용하게 되면 종류별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공간까지 세이브 할 수 있다. 찬장을 없애고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여려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주방 선반에 가지런히 정리된 제품들은 진열의 미로 집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주방 제품 특유의 멋이 공간을 전시장처럼 고혹적으로 만들어준다. 내가 선택한 아름다운 접시와 그릇들을 숨겨둘 필요가 있을까? 방문자에게 자랑하고 부러움도 산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 그런데 왜 꺼려할까?
오픈 선반 (오픈 찬장)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리에 대한 압박이다. 집 다른 공간 관리도 힘든데 어떻게 이런 걸 다 정리하냐는 걱정이다. 더러는 계단을 사용해 2층으로 올라가는 게 힘들어 단층을 선호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생각만큼 정리와 관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한 번 자리 잡은 제품들은 그 자리에 거의 고정된다. 주방 제품들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던 것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자주 사용하는 것을 위주로 동선을 파악해 배치하고 관리하면 된다. 사용한 후 다시 그 자리에 다시 두면 되기 때문에 커다란 변화는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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