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 년대 후반에 지어진 주택으로 60대 노부부가 평생을 지내온 집이다. 이 노부부가 이 집에 살면서 집 전반에 걸친 큰 리노베이션은 1997년 한 번이었다. 그만큼 인테리어도 가구도 집도 과거의 시간을 그대로 표현하는 집이다. 어떻게 그 오랜 시간 한 집에 살면서 생활을 해올 수 있는지 탄식을 자아낸다. 집은 단순히 Old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삶의 흔적과 Classical함이 녹아있다.
| 오래되면 허문다? 추억이 담긴 생활공간을 지킨다!
집 내부로 안내하는 펜스부터 그 세월을 느낄 수 있다. 벗겨지고 깨진 펜스 기둥은 오히려 멋스럽게 다가온다. 앞뜰과 포취(Porch)가 있는 번갈로우 스타일의 집은 그 형태와 디자인만으로도 그 연식을 집작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래된 집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노부부의 가족이 성장하고 살아온 과정이 집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는 집을 단순히 건물이 아닌 생활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주택 형태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아파트로 대변되는 국내 주택 형태에서는 생활 공간에 가족 또는 개인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유지하는 것이 힘들다. 곧 팔리고 또 떠나야 하는 아파트 특성 때문이다.
* 포취의 정의 (클릭)
이 호주 고주택의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넓은 뒤뜰이다. 꾸미지 않아도 공간 자체가 주는 개방감과 안락함이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지인을 불러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고주택의 특징, 아치형 통로 높은 천고
호주 고주택에는 특유의 특징이 있다. 번갈로우라는 주택 형태도 그렇지만 날씨의 영향으로 천고가 높다. 천고를 높여 공기의 회전이 빨리해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내기 위한 것이다. 또한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나 벽의 상단부분은 아치형으로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도 특징 중 하니다.
이 호주 주택은 러그와 바닥재의 톤에서도 오래됨을 느낄 수 있다. 노부부의 취향에 맞춘 데코레이션으로 집과도 잘 어울린다. 공간을 가득 매우는 가구는 미술작품처럼 다가오면서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주방은 과거 스타일의 타일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다. 작은 아일랜드는 옛 스타일로 작고 기능적으로도 한정되어 있다. 한쪽 벽에 위치한 찬장은 그 자체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줄 만큼 클래식컬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늦은 저녁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공간 포취는 노부의 생활에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가족의 성장이 담겨있는 곳, 어쩌면 집의 시장 가치로는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택이 아닐까 싶다. 무덤덤하게 쉽게 떠나고 또 이동하는 것이 아닌, 자꾸 돌아보게 되고 머물게 되는 집이 국내에도 많이 생기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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