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저택에 말을 거는 집, Houses on Rue de Clermont

프랑스 Laval에는 17세기에 지어진 매너하우스 한 채가 있다. 그 저택을 둘러싼 4,600㎡ 규모의 담장 정원 한켠에, 건축사무소 Atelier Tropisme Mécanique(A.TM)이 두 채의 작은 집을 새로 지었다. 이름 하여 Houses on Rue de Clermont. 오래된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앉힐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존재감을 지우거나 반대로 과하게 드러내는 것인데, 이 프로젝트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다.

A.TM을 이끄는 Thomas Motrieux는 두 집이 매너하우스와 “의도적인 건축적 대화”를 나누길 바랐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형태가 낮고 완만한 L자 평면이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던 부속 건물처럼, 정원의 논리를 그대로 이어받아 새 건물을 앉힌 셈이다.

atm clermont house exterior manor view
© Francois Baudry

저택과 경쟁하지 않는 태도

Motrieux는 두 집을 매너하우스의 “건축적 부속물”에 가깝게 설계했다고 말한다. 저택의 정원 논리를 연장하면서, 전통적인 부속 건물의 형식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두 집은 저택을 정면으로 마주 보지 않고 살짝 비껴선 채로 자리 잡는다.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듯한 태도가 오히려 눈에 띈다.

새 건물이 오래된 건물 곁에서 취할 수 있는 예의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atm clermont house l shaped form
© Francois Baudry

정원 북쪽 문 옆, 나란히 그러나 다르게

두 집은 공원 북쪽 출입구 근처, 중앙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엇갈리게 배치됐다.

완전히 마주 보지도, 완전히 등을 돌리지도 않은 애매한 각도랄까.

이 미묘한 틀어짐 덕분에 각 집은 독립된 시야를 확보하면서도 서로의 사생활을 침범하지 않는다.

낮은 단층 구조와 완만한 경사 지붕은 저택의 위압감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배려로 읽힌다.

atm clermont house garden wall
© Francois Baudry

담장이 빛과 시선을 걸러낸다

각 집을 둘러싼 담장은 대지 가장자리로 갈수록 조금씩 낮아지도록 설계됐다.

이 단계적인 높이 변화 덕분에 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동시에 숲 쪽 풍경만 선택적으로 프레이밍된다.

Motrieux는 이 담장의 단차가 “일상에 빛을 들이면서도 사생활은 지키는” 가장 섬세하고도 강력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담장은 단순한 경계가 아니라 집의 성격을 규정하는 요소인 셈이다.

atm clermont house armorican granite
© Francois Baudry

이 지역 화강암, Armorican Granite

집의 벽과 정원 담장 모두 라발 지역에서 나는 Armorican 화강암으로 마감했다.

돌을 쌓은 패턴도 예사롭지 않다.

이 지역 건축에서 흔히 쓰이는 인방 방식을 그대로 참고해 돌을 얹었다고 한다.

재료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그 땅의 문법을 따르겠다는 태도가 읽힌다.

atm clermont house concrete patio
© Francois Baudry

슬라이딩 도어 너머, 벽으로 둘러싸인 마당

각 집의 중심에는 거실과 다이닝, 주방이 하나로 이어진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슬라이딩 유리문을 통해 콘크리트로 마감한 파티오와 곧장 연결되고, 파티오는 다시 사각형의 담장 정원으로 이어진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문 하나로 좁혀진 구조다.

날이 좋을 땐 문을 열어젖히기만 하면 거실이 그대로 마당이 되는 셈이다.

atm clermont house living room
© Francois Baudry

침실과 서재가 마당을 둘러싼다

리빙 공간을 중심으로 침실과 작은 서재가 배치되는데, 이 방들 역시 큰 창을 통해 파티오와 정원을 바라본다.

창 위로는 외쪽지붕이 그늘을 드리워 여름 햇빛을 걸러준다.

방마다 조망의 각도가 조금씩 달라 같은 정원이라도 매번 다르게 보인다.

화이트로 마감한 벽은 오크 프레임과 만나면서 실내를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atm clermont house oak joinery window
© Francois Baudry

오크가 만드는 실내의 온기

중정을 향한 창호는 오크와 알루미늄을 섞은 하이브리드 조인트리로 마감됐다.

이 오크 마감은 창틀에서 그치지 않고 실내 문틀까지 그대로 이어진다.

화이트로 칠한 벽과 오크 프레임이 만드는 대비는 소박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준다.

Motrieux는 이 조합이 “따뜻함과 내구성, 그리고 동시대적인 정밀함 사이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설명한다.

atm clermont house zinc roof
© Francois Baudry

라발 지붕에서 빌려온 실루엣

지붕은 완만한 경사의 스탠딩심 징크로 마감했다.

이 지역 특유의 처마 디테일을 그대로 가져와, 지붕선이 수평으로 조용히 흐르도록 설계했다.

무게감 있는 화강암 벽 위에 가벼운 징크 지붕을 얹은 조합이 오히려 건물을 가볍게 보이게 만든다.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부지 전체와 조용히 어우러지는 실루엣을 완성한다.

ArchitectsAtelier Tropisme Mécanique (A.TM)
PhotosFrancois Baudry
CountryFrance
MaterialsGranite, Wood, Zinc, Concr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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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나
김예나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모든 것! 집을 사랑하고, 공간을 사랑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Think out side of the box. It makes your world bigger! 호주 퍼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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