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주택에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독특함이 있다. 건물이 규격화된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땅에 같은 형태로 지어진다. 건물 폭은 4m, 깊이는 12m로 대부분의 베트남 주택이 가지는 기본 크기다. 여기서 깊이는 늘기도 줄기도 하지만 직사각형 모형의 땅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베트남 사람들이 사는 내부 공간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한국의 아파트처럼). 맞벽의 건물에, 1층은 거실(또는 상가), 같은 사이즈의, 같은 위치의, 모양의 계단과 비슷한 크기의, 비슷한 위치의 소파 까지. 그런데 23o5Studio에서 만든 The Red Cave 주택은 그런 일반적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건물의 형태도 직사각형이 아니며, 외장재 역시 예사롭지 않다.
폭4m, 깊이12m는 왜 탄생했나?
베트남 현지 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베트남 건물의 비율은 일정하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칼로 자른 듯 건물이 일정한 비율로 늘어서 있을까 신기해한다. 이는 베트남의 주거 정책 때문이다. 국내 LH에 비슷한 일정 크기로 땅을 나눠 시장에 내놓는 것과 같다. 아파트와 비교하자면, 위로 쌓인 같은 모양의 호를 옆으로 늘어놓은 것이다. 물론 이 4×12의 기준이 항상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기준을 알고 있으면 베트남의 생활, 문화, 건축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카페야? 집이야? 웬 기둥 복도가?
The Red Cave 하우스는 외부 디자인도 그렇지만 외장재, 내부 공간 형태도 베트남 기존 주택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레드빗 외부 컬러는 마을 전체로 넓혀 봐도 쉽게 찾을 수 없는 컬러다. 여기에 주택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기둥식 복도는 생활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다. 요가와 운동 공간인 1층 공간을 이 기둥 복도가 둘러쌓아 공간에 묵직함을 더한다. 이 복도는 형식적으로 공간을 지나는 길이기도 하지만 경계가 없는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을 분리하는 완충적인 기능도 가지는 공간이다. 일종의 중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장치로 심리적으로는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올 때 마음가짐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기대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극히 상업적 형식의 공간 구성으로 만들어진 내부
3층은 좌우 대칭으로 주방과 거실로 나뉜다. 그런데 공간을 표현한 방식이 일반 주택의 것과는 다르다. 오히려 카페나 로컬 레스트랑 같은 상업 공간을 더 닮았다. 주택에서는 여러 이유로 같은 층의 내부 공간에서 반대편 공간의 외부가 보이지 않는다. 내부에서 외부(공간과 풍경을 포함)를 소비하는 방법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좀 더 특별한 것을 제공해야 하는 상업 공간은 외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반면, 개인의 일상을 담는 주거 공간은 사는 사람의 생활 방식에 더 집중하기에 만들어지는 차이다. The Red Cave 하우스의 3층은 V형태로 건물을 배치해 내부에서도 외부 건물이 보이며, 공간과 풍경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프레임에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내부마감도 생활 공간 같지 않게!
내부 천장은 노출로 처리하고, 벽은 외부 컬러 그대로, 바닥은 목재를 사용했다. 피부가 직접 닿는 바닥은 좀 더 부드럽게, 자연에 가까운 소재를 사용했다. 1층이 개방된 형태라면, 3층은 테라스지만 거대 유리창을 통해 외부와 직접적인 교류는 차단했다. 외부 타일을 내부까지 연장한 부분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전통적인 주택의 구성과 형식에서 벗어나는 시도들이 세계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집에 대한 기능 확장과 생활하는 사람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집이 단순히 자고, 먹는 기능만 제공하는 시대는 지났다. 생활공간(특히 주택 시장에서)에 보편적임을 적용할 수 없는 시대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빠르게 도래할 수도 있다.
ARCHITECTS
: 23o5Studio
PHOTOGRAPHS
: Hiroyuki O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