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일상들이 바쁘고, 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한적하고 고요한 마을의 일상을 소망하며 살아간다. 제한적인 규모에 가능한 한 많은 삶들을 쌓아 올리기 위한 아파트나 다세대, 다가구 등의 집합주거 건축물들은 비슷한 형태와 비슷한 공간 구성으로 성장해 왔다.

베트남 후에라는 신시가지에 자리한 3층 규모, 75㎡(약 22평)의 단독주택 HA House는 단순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국내 주택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보통의 특별함을 담고 있다.

사각형 박스 사이로 솟아난 초록 식물들이 인상적인 이 주택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환기와 채광 등, 불만족스러운 도시의 집합주거 공간에, 녹음으로 가득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려는 부부의 바람으로 탄생했다. Nguyen Khai Architects&Associates는 폭 5m, 길이 21m의 단순한 외부 형태 안에, 스플릿 플로어 방식으로 특별한 정원과 더불어 다양한 공간을 펼쳐냈다.

좁고 긴 구조에 적합한 스플릿(split) 평면

좁은 대지를 선택했다고 해서 그 생활마저 함께 줄어들 필요는 없다. 75㎡의 협소 주택 생활을 답답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Nguyen Khai Architects&Associates는 스플릿 플로어로 평면으로 공간을 풀어냈다.
층의 높낮이가 나눠져 있다는 의미의 스플릿 레벨(split level) 구조는 좁고 긴 구조의 공간에서 동선을 줄여 공간의 쓰임새를 좋게 하면서 시각적 개방감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형태의 평면 계획은 9할 이상을 계단이 차지한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계단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계단을 점진적으로 배치해 흐르는 듯한 동선을 만들 것인지, 계단을 중첩시켜 높고 깊은 공간감을 만들 것인지는 건축가의 능력과 판단에 달려있다. 건축가는 앞뒤로 긴 장방형의 땅을 고려해, 계단을 중첩, 높고 깊은 공간감을 살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주방과 거실로 구성된 1층을 제외하면 계단과 계단을 연결하는 통로만을 복도로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모두 독립된 실(room)로 사용하도록 했다.  

마당 없는 주택, 그러나 정원으로 채운 작은 집

스플릿 플로어 평면으로 구성된 3층 규모의 주택인 HA House에서 가장 매력 있는 부분은 반 층씩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 옆으로 배치된 작은 정원이다. 집의 중심에 해당하는 계단과 그 옆의 포켓 공간에 외부 공간과 큰 창을 배합해 집 전체의 채광과 환기를 한 번에 해결한 것이다. 스플릿 플로어 덕분에 주택을 구성하는 실(room)들의 레벨이 일률적이지 않아 시각적인 풍부함과 재미를 준다는 점 또한 장점이다.

실내는 6개의 레벨로 구성되어 있다. 레벨을 연결하는 계단을 따라 배치된 포켓 정원은 창을 통해 내외부가 중첩되면서 공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낸다. 동일한 스플릿 플로어 평면이라 할지라도, 실내 공간만 연속되는 경우와 다르게 자연이 돌발적으로 간섭하는 HA House에서의 삶의 질은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공간 낭비로만 볼 텐가? 내부 포켓 정원!

혹자는 곳곳에 자리 잡은 정원을 마치 쓸 데 없이 낭비한 공간으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번화한 시가지 주택들을 상기해보면 담장을 높게 쌓아올린 폐쇄적인 공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HA House의 크고 넓은 창들은 휴식에 적절치 않은 주택으로 평가절하 될 수 있지만 집 곳곳에 만든 정원으로 인해 도로에서 주택의 실내, 창문까지 이르는 거리에 깊이감이 생겼고 그 사이를 채운 식물들로 실내 노출을 차단했다. 침실의 앞, 뒤로 만든 베란다나 옥상의 녹지 공간 역시 실 내부가 한눈에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외부의 시선을 걸러내는 장치가 되어 도시 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만큼의 사생활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다. 

정서적인 측면은 OK! 유지 관리는 글쎄?

이와 같은 집에 살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겨울철 기온이 한국의 봄, 가을 수준의 온화한 베트남에서 정원으로 둘러싸인 집에 산다는 것은 사시사철 푸르른 녹음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집을 쉬이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자연이 내 집의 일부라는 것이 성가신 일련의 과정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1년 내내 식물의 병충해를 걱정하며 유지, 관리에 힘써야 하고, 식물에 기생하는 작은 벌레들과의 씨름을 이어가야 한다. 좋아 보이는 것 이면에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수반된다.

물론 이와 같은 삶의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것은 아니다. 100인의 사람들에겐 100가지 삶의 방식이 있는 법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공간들이 거추장스럽고 성가시기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HA House와 같이 이례적인 공간을 가진 집을 가치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가족이 대단한 이유는 좋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 그 이면에 있었을 무수한 과정과 그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ARCHITECTS
:
Nguyen Khai Architects & Associates

PHOTOGRAPHS
:
Trieu Ch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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